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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논단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는 6월항쟁, 6·29 선언의 밑거름

진보적 언론학자들의 진실 왜곡에 할말 있다

  • 글: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특종보도는 6월항쟁, 6·29 선언의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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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마침내 5월29일 박 치안감 등 5명의 대공수사처 간부들을 범인축소조작 혐의로 구속했다. 이 사태로 노신영 국무총리, 장세동 안기부장, 정호용 내무장관, 이영창 치안본부장, 김성기 법무장관, 서동권 검찰총장 등 공안관련 수뇌부가 퇴진했다. 결국 5공 정권은 식을 줄 모르는 국민의 분노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26일부터는 박 처장 등을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수뇌진이 교체된 검찰은 수사진을 서울지검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바꾸었다.

박종철 사건은 1주년을 맞아 다시 주목을 받았다. ‘동아일보’가 1988년 1월12일자 사회면 톱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박군의 부검을 맡았던 황적준(黃迪駿) 박사의 일기를 입수하여 사건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이 애초에 박군의 사인이 고문치사임을 보고받고도 쇼크사로 처리하라고 지시했으며, 범인의 축소조작에도 가담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한국현대사의 거대한 드라마

‘동아일보’는 또한 당시 담당검사였던 안상수(安商守) 검사를 인터뷰하여 검찰이 경찰의 범인축소조작을 알고도 상부의 지시로 수사를 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경찰관 2명만을 서둘러 기소했다는 증언을 아울러 실었다. 동아로서는 세 번째 특종이었다. 이 기사로 강 전 본부장은 1월15일 검찰에 소환되어 구속됐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신문들은 강 전 본부장의 범인축소 관여 및 구속 소식을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6월항쟁의 시발점이었던 6·10시위는 박종철고문치사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조직된 집회였다. 1987년 5월22일 박종철 사건의 범인이 경찰고위층에 의해 축소 조작된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어 온 국민의 분노가 끓어오르자, 이튿날 야당과 재야인사들은 6월10일 전국 규모의 대대적 항의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6월10일은 마침 여당인 민정당이 전당대회를 열어 노태우 당대표를 대통령후보로 지명하는 날이었다.



이날자 신문에 보도된 6·10시위 기사에 따르면 재야인사 134명은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이 같은 결의를 한 다음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박종철군고문살인은폐조작규탄범국민대회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위윈회는 김영삼 김대중 김수환 등 고문 12명과 계훈제(桂勳梯) 박형규(朴炯圭) 송건호(宋建鎬) 등 공동위원장 35명, 김상근(金祥根) 오충일(吳忠一) 등 집행위원 87명으로 구성되었다. 준비위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온 국민의 분노를 현정권에 보여주기 위해 범국민규탄대회를 개최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2월7일 박종철군 추도집회와 3월3일 국민평화대행진을 주도한 바 있었다.

6·10시위 개최를 결정한 5월23일부터 6·29선언이 나올 때까지 1개월 간의 상황은 한국현대사의 거대한 드라마였다. 언론은 부도덕한 신군부 정권의 범인축소조작을 기사로, 사설로 맹렬히 비난하였고, 국민의 분노는 거세게 타올랐다. 23일 ‘동아일보’ 사설 두 건은 모두 정권을 규탄한 것이었다. 하나는 ‘국민 속이고 우롱한 죄’였고, 다른 하나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었다. 22일자 조선일보의 사설은 ‘누가 은폐 조작했나-박종철 사건의 새 사실에 놀란다’였다.

이러한 열기 속에서 25일 ‘동아일보’ 기자 132명은 시국성명을 통해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주장’을 발표하여 국민적 여망인 민주화가 더 이상 지체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 성명은 AP와 일본 아사히신문 등 외국언론에 널리 보도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26일 명동성당 저녁 미사에서 “동아일보 기자들이 시국성명을 발표한 것은 박해와 희생을 무릅쓴 용감한 궐기”라고 찬사를 보냈다. 27일에는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동아일보’ 기자들의 결의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여 끓어오르는 6월항쟁에 불을 붙였다.

언론은 6월10일의 집회를 앞두고 국민의 행동요강까지 상세하게 보도하는 등 대회홍보에 열을 올렸다. 일부 신문은 6월1일자 1면 기사를 통해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성명을 소상하게 실었다. 이 단체는 5월27일 야당과 재야단체의 대표 2000여명이 발기인이 되어 만든 조직으로 개헌 거부의사를 밝힌 전두환 대통령의 4·13조치 백지화와 직선제 개헌 쟁취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국민운동본부는 30일 회의에서 6·10시위에서 박종철 사건 규탄과 아울러 직선제 개헌을 촉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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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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