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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길을 걸으며

겨울 산길을 걸으며

겨울 산길을 걸으며
겨울 산길 어린 상수리나무 밑에누가 급히 똥을 누고 밑씻개로 사용한종이 한 장이 버려져 있었다

나는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을 급히 따라가다가무심코 발을 멈추고그 낡은 종이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누구나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지 않고서는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하느님의 말씀이 인쇄된 부분에빛 바랜 똥이 묻어 있었다

누가 하느님의 말씀으로똥을 닦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혹시 어린 아들과 추운 산길을 가던 젊은 엄마가급히 성경책을 찢어아들의 똥을 닦은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나를 앞질러 가는 모든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지금부터라도 어린아이의 마음이 사는 마을로 가서봄을 맞이하기로 결심하였다천천히

신동아 200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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