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도 계룡산에서 내려다본 한려수도 전경.
대전과 진주를 지나 달리기를 여섯 시간쯤. 할머니의 새하얀 머리칼 같은 굴양식장의 부표가 표표히 떠 있는 짙푸른 바다, 누군가 육지에 있는 산을 뚝 떼어다가 바다에 흩뿌려놓은 듯한 크고 작은 푸른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려수도(閑麗水道)의 땅 통영, 그리고 거제다.
거제대교를 사이에 두고 지척으로 붙어있는 통영과 거제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전남 여수시에서 경남 통영까지 무려 480여㎢에 달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은 더 설명할 것도 없이 널리 알려진 해양 관광지. 멋스러운 굴곡을 자랑하는 해안, 징검다리처럼 놓인 가지각색의 섬들, 한가로이 서 있는 등대, 그리고 가까이 다가간 사람에게만 제 속을 보여주는 맑고 짙푸른 바다. 그 앞에서 탄성을 내지르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될까.
거제도는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 거제대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기에 섬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700리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서울보다 조금 더 큰 거제도를 감싸고 있는데, 명승지마다 쉬엄쉬엄 들러가며 한 바퀴 도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린다.
한낮의 따사로운 날씨 때문일까. 두터운 겨울 외투를 벗고 간편한 차림을 한 어촌 사람들이 바닷가로 나와 저마다의 일을 하느라 부산하다. 지난해 여름 태풍 ‘매미’에 부서진 낡은 배에 정성스레 페인트를 칠하던 초로의 사내는 “태풍이 어찌나 거세던지 산 중턱까지 날아간 배를 끌고 내려왔다”며 너스레를 떤다. 바닷가 곳곳에 수북이 쌓인 굴 껍데기를 손질하는 일은 굴의 속살처럼 하얗게 머리가 센 노인들의 몫이다. “굴을 떼어낸 빈 껍데기는 버리는 게 아니요. 손질을 좀 해서 굴 양식장에 다시 가져가 쓰지.” 소일 삼아 쉬엄쉬엄 일한다는 노부부의 손목은 갈대처럼 가늘지만 호미 끝으로 굴 껍데기를 찍어내는 솜씨는 야물다.

① 겨울철에 제 맛을 자랑하는 감성돔 회.<br>② 구이굴은 날것보다 더욱 고소한 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