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호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연어새우파스타

오감을 사로잡는 감미로운 선율의 향연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입력2004-03-0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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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파게티나 마카로니 등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이탈리아 요리를 통칭하는 게 파스타다. 종류는 무려 350여가지. 토마토와 치즈를 기본으로 취향에 따라 원하는 재료를 넣어 얼마든지 변형시킬 수 있다. 때로는 매콤하고, 때로는 담백하게.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연어새우파스타
    서울대 음대 학장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김민(金旻·62) 교수. 그에겐 삶이 음악이고, 음악이 곧 삶이다.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음악이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정말 끔찍한 세상으로 변할 겁니다. 사람이 음악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음악은 신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귀한 선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교수의 인생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예정돼 있었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이화여전 음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이재형씨(작고)이고, 아버지는 서예가이면서 전각가인 심당 김제인 선생이다. 심당 선생은 고전적인 서예가이면서도 서양음악을 사랑했다. 플루트 연주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인지 김 교수의 예술적 감각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도 뛰어났다. 하지만 부모는 아들의 인생항로를 음악으로 이끌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김 교수의 손에는 바이올린이 들려졌다. 이때부터 그는 4줄의 바이올린 현으로 자신의 인생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그는 1969년 독일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함부르크국립음악원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유학중 쾰른실내악단 악장을 맡아 유럽과 미국순회 공연에 나섰고, 졸업과 동시에 북독일방송교향악단, 베를린방송교향악단 단원으로 활약했다. 부인 윤미향(한양대 음대) 교수를 만난 것은 함부르크국립음악원 시절이다. 윤 교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남편의 독주회 때마다 피아노 반주자 겸 신랄한 비평가로 그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한편 1979년 귀국하면서 국립교향악단 악장으로 영입된 그는 당시 활동이 중단됐던 서울바로크합주단을 재창단했다. 이 합주단은 그가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1965년 스승인 전봉초 교수가 만든 실내악단. 김 교수는 창단 당시 악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실내악단은 1975년, 전 교수가 서울대 음대 학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유명무실해졌다. 김 교수는 이때 유학중이었다.

    귀국 직후 서울대 음대 교수와 학장, KBS 교향악단 악장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가 바로크합주단을 이끌어오고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크합주단은 내 음악생활의 분신이나 다름없어요. 실내악은 섬세하고 정교한 연주형태예요. 담백하면서도 투명한 음악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장르죠. 그동안 국내에는 제대로 된 실내악단이 없었어요.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했지요. 국내 실내악의 대중화와 함께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해온 작업들이 이제 완성단계에 이른 것 같아요.”

    바로크합주단은 매년 4회의 정기공연과 20~30여차례의 비정기공연을 갖고 있다. 18회에 달하는 해외공연에서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 창단 4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5개의 세계 유명 국제음악페스티벌에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연어새우파스타

    김 교수와 단원들이 정기연주회에서 연주할 곡을 놓고 상의하고 있다. 음악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통로다.

    김 교수에게도 ‘끔찍한 방황’의 시기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던 것. 아버지의 사업 실패까지 겹쳐 유학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서 음악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팔아치우고 충무로에서 음악다방을 경영했지만 1년 반 만에 거덜이 났다. 영화 카메라맨이 되려고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을 인연으로 만난 초대 주한독일문화원장 한스 찰만의 주선으로 국비 유학을 떠남으로써 그의 방황도 끝이 난다.

    김 교수가 스파게티를 처음 접한 것은 독일 유학생활 때다. 가난한 외국 유학생에게 값싸고 맛있는 스파게티는 더없이 훌륭한 음식이었다. 그는 이제 한국음식 못지않게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가끔은 이탈리아 정통 스파게티의 느끼한 맛을 줄이기 위해 다진 마늘과 파를 넣은 한국식 퓨전스파게티를 즐긴다. 요리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소스 만들기. 연어를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꽃새우는 껍데기를 벗긴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양송이와 파는 잘 다듬어 적당한 크기로 썬다. 프라이팬에 포도씨 기름을 두르고 연어와 새우를 볶은 후 양송이를 함께 볶는다. 그 위에 향신료의 일종인 바질(basil)과 파슬리 가루를 뿌리고, 화이트 와인을 조금 넣어 끓이면서 잘 섞는다. 그 다음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생크림을 듬뿍 부은 후 중불에 끓인다. 이때 바닥에 눌지 않도록 잘 저어야 한다.

    다음은 스파게티 면 익히기. 김 교수는 스파게티 대신 마카로니를 쓴다. 마카로니는 가운데 구멍이 뚫린 이탈리아 파스타 중의 한 종류. 스파게티나 마카로니는 알맞게 삶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쫄깃쫄깃할 정도로 대략 10분 정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알맞게 익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카로니를 천장으로 던져 본다고 한다.곧바로 떨어지면 덜 삶아진 것이고, 잠시 붙었다가 떨어지면 제대로 삶아진 것이라는 것. 면이 다 익으면 준비된 소스에 넣고 한소금 끓이면 요리는 끝.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의 연어새우파스타

    김민 교수와 바로크합주단 단원들이 소스 맛을 보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패밀리’라 부른다.

    부드러운 크림소스에 쫄깃쫄깃 씹히는 마카로니, 그리고 연어와 꽃새우 특유의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야채샐러드와 와인 한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음악 외길 인생 50여년. 긴 세월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김 교수는 “언제부턴가 자의반 타의반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정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마무리라는 이야기다.

    “바로크합주단은 사단법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터전이 마련된 것 같아요. 이제 지난해부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코리안심포니를, 세계적인 수준까지는 어렵겠지만 아시아에서만큼은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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