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호

이광재·안희정·최도술 검찰수사기록

적나라한 노무현 측근비리 실태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05-31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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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재 “盧 대통령 약간 뒤에서 문병욱 돈 받았다”
    • 최도술 “盧, 선거와 관련된 자금인 줄 알면서 개인채무 변제 지시”
    • 최도술 “차명 계좌 만들어, 쓰고 남은 불법 경선자금 9000만원 보관”
    • 안희정, ‘앗! 현금 1억 든 쇼핑백 터졌다’ 코미디 같은 불법자금 수수현장
    • 대선을 전후해 발생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는 ‘미제사건’이다. 안희정, 최도술, 이광재, 여택수, 강금원 등이 관련된 비리 혐의가 일부 입증되긴 했지만 풀리지 않는 의혹이 적지 않다. ‘신동아’는 최근 피의자 진술조서 등 검찰수사기록을 입수해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관련자들의 생생한 육성을 공개한다.
    이광재·안희정·최도술 검찰수사기록
    【‘문병욱 돈 1억 수수’ 이광재 검찰진술서】검사 “盧 대통령도 수수현장 봤죠?”李 “아니오, 盧 대통령 약간 뒤에서 받았습니다”

    이광재·안희정·최도술 검찰수사기록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1월9일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호텔 일식당에서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과 노 대통령 측근 이광재씨, 고교 후배인 국민은행 간부 김정민씨 등 3명과 조찬 모임을 가졌다. 조찬 비용은 노 후보 수행팀장인 여택수 대통령 제1부속실 행정관이 지불했다. 이 자리에서 이광재씨는 문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짜리 수표 10장이 든 봉투를 받았다.

    2003년 12월말 ‘노 대통령의 동석(同席)’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검찰은 “노 대통령이 다른 약속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뜬 뒤 문 회장과 이씨가 1억원을 주고받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대다수 언론도 검찰 발표를 인용해 “노 대통령이 다른 장소로 떠난 후에 돈이 오갔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노 대통령이 이광재씨의 1억원 수수를 인지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검찰이 노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 인지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조사할 수 없다”며 더 이상 수사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이광재씨의 검찰진술조서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인지여부 논란은 커질 듯하다.



    1억원을 주고받을 당시에도 노 대통령은 다른 곳에 가지 않고 현장에 있었다. 현장에 있었지만 수수 사실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노 대통령이 식사자리에서 먼저 일어서게 되어 내가 노 대통령을 약간 뒤따라 나오고 있던 중에 문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노 대통령-문 회장-이씨-김 지점장 등 4명이 식사를 마친 뒤 함께 나서면서 문 회장이 이씨에게 돈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이 식사한 장소는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호텔 일식당 74번 룸이었다. 또한 이광재씨는 “문 회장은 내게 돈을 주면서 ‘수표’라는 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모임 예약 및 계산을 노무현 대통령 수행비서인 여택수씨가 했고 이광재씨가 1억원을 받을 때도 노 대통령이 함께 있었다는 점을 들어 노 대통령의 수수사실 인지여부를 이광재씨에게 강하게 추궁한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이광재씨는 노 대통령의 동석 사실 자체를 숨겨오다 검찰이 증거를 들이밀며 추궁하자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2003년 12월17일 이광재씨와 대검 중수부 검사의 일문일답. 검사는 이광재씨가 노 대통령의 동석 사실을 숨긴 데 대해 강하게 추궁, 이씨의 자백을 받아낸다.

    검찰, 이광재 자백 받아내

    -전회의 진술은 모두 사실대로인가요.

    “예. 모두 사실대로 진술하였습니다.”

    -피의자는 전회 진술시 2002년 11월경 김정민, 문병욱 등과 함께 리츠칼튼호텔 일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오다가 문병욱으로부터 수표 1억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하였지요.

    “예. 그렇습니다.”

    -당시 3명이서 식사를 한 것은 분명한가요.

    “예. 그렇습니다.”

    -피의자와 식사를 함께하고 돈을 건네준 문병욱과 그 자리에 동석한 김정민은 그 식사 일자가 11월9일이고 그 자리에는 노무현 당시 후보도 동석하였다고 하는데,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겠는가요. 그리고 위 일식당의 예약대장을 보면 후보 수행비서였던 여택수가 11월6일 자신의 명의로 6명 식사예약을 하고 11월9일에는 자신의 신용카드로 5명이 식사한 식사비를 계산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여택수 역시 당시 그 식사 자리에 피의자 뿐만 아니라 노무현 후보도 참석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이 어떤가요.(이때 검사가 피의자에게 리츠칼튼호텔 일식당의 예약대장 및 식사비 계산서를 보여주자 피의자는 한참을 고민스러운 듯 생각에 잠겼다가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하다).

    “사실은 당시 저와 문병욱, 김정민, 그리고 노무현 후보가 함께 일식당 방에서 식사를 하였고 수행비서 여택수는 일식당 홀 안에서 식사를 한 것이 맞습니다.”

    검찰은 이광재씨를 심문하기 전 이미 노 대통령의 동석 사실을 확인했다. 2002년 12월15일 김정민씨에 대한 심문에서 검찰은 “매출전표를 보면 3명이 식사를 한 것이 아닌 게 명백하다. 문병욱은 나머지 한 사람의 참석자에 대해 이미 진술했다. 검사가 그 사람에 대해 말하기 전에 진술인 스스로 말할 수는 없는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정민은 “노무현 후보가 동석했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이광재씨의 진술이다.

    -그때가 2002년 11월9일 아침 조찬인데, 그렇지요.

    “예. 그 무렵인데 구체적인 일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예약대장의 일자를 보니 그 날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 위와 같은 데도 왜 여태까지 노무현 후보가 함께 식사한 것을 숨기고 3명이서 식사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인가요.

    “누구라도 윗분을 모시는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경험한 사실을 모두 사실대로 말할 경우 그러한 일들이 윗분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릅니다. 제가 1억원을 수수한 것이 중요한 문제이며 대통령후보의 참석여부는 불필요한 문제라 생각했습니다.”

    “함께 나오다 받았으면…”

    이어 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1억원 수수를 인지했는지 여부를 추궁했다. 1억원을 수수하는 현장에서 노무현 후보가 상당히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지 않냐는 것이 검사의 추궁내용이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방을 나오다가 피의자가 문병욱으로부터 수표 1억원을 받았다면 당시 노무현 후보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노무현 후보께서 경기도 어느 지역에 급히 내려가셔야 해 식사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고 일찍 일어나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나오는 과정에서 제가 노무현 후보를 약간 뒤따라 나오고 있던 중에 문병욱 회장이 제 양복 상의 주머니에 살짝 집어넣어 준 것이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께서 이를 볼 시간도 없었고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이광재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씨가 돈을 받은 곳이 일식당 74번 룸 내인지 룸 밖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한 돈이 오갈 당시 노무현 후보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검찰은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다만 ‘제가 노 후보를 약간 뒤따라 나오고 있던 중에’라는 이씨 진술 대목에서 돈이 오갈 당시 이씨와 노무현 후보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웠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당시 동석했던 김정민씨는 검찰진술에서 “문병욱 회장이 이광재씨에게 돈을 주면서 격려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광재씨는 “문 회장이 돈을 주면서 ‘수표’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1억원 수수 현장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던 노 대통령은 과연 수수 현장의 상황을 보거나 듣지 못했을까. 다음은 이광재씨의 관련 진술내용.

    -피의자가 문병욱으로부터 봉투를 받았을 때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수표라는 것을 알았나요.

    “문병욱 회장이 살짝 제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주려 하기에 제가 그대로 받아서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는데 당시 문병욱이 수표라고 말하였는지 아니면 제가 봉투를 만지는 순간 느낌으로 수표였다고 생각하였는지는 정확한 기억이 없지만 당시 수표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노무현 후보가 약간 앞서가고 있었기 때문에 수수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광재씨의 진술도 논리적으로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같은 맥락에서 문 회장이 이광재씨에게 했다는 말도 노 후보가 못 듣거나 흘려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후보는 사후에라도 보고받지 않았을까. 이광재씨는 검찰에서 “1억원 수수 사실을 노무현 후보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피의자가 노무현 후보께 당시 문병욱이 선거자금을 낸 사실을 보고하였을 것 아닙니까.

    “저는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그런 내용까지 일정이 바쁜 후보에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선거운동본부에서 일하여 본 사람이라면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피의자는 위 1억원을 안희정에게 건네주었다고 하였지요.

    “예. 그렇습니다.”

    -피의자는 안희정에게 위 수표를 건네주면서 영수증 이야기를 하고 당에 전달하라는 말을 하였다고 했는데, 안희정에 의하면 피의자가 당에 전달하라거나 또는 영수증 운운하지 않았고 다만 문병욱 회장이 주는 것이라고만 말하였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안희정이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안희정에게 당에 전달하라는 말을 하고 영수증에 대하여도 말을 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피의자가 썬앤문그룹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하였을 때 피의자는 국정상황실장으로서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고 있었는데 당시 문병욱 회장으로부터의 1억원 수수 사실을 대통령께 보고한 사실이 있는가요.

    “대통령께 보고한 사실이 없습니다. 제가 수수한 사실을 대통령께서 수수 당시 알지 못하였고 그 이후에도 제가 보고한 사실이 없어 대통령은 모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혼자 처리한 일을 대통령께 뒤늦게 보고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보고치 않았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언론보도를 보고 처음으로 아셨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수행비서인 여택수씨가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는 자리에 노무현 대통령도 함께 있었다고 진술한 새로운 증인도 나왔다.

    여택수씨는 헌법재판소 등에서 “2002년 12월 김해관광호텔 2층에서 내가 문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을 때 노 대통령은 자리를 뜨고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돈을 준 문병욱 회장은 검찰에서 “여택수씨에게 돈을 줄 때 노 대통령도 옆에 있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어 왔다.

    돈이 오간 현장엔 국민은행 간부 김정민씨도 함께 있었다. 목격자인 셈인 김씨는 “여씨는 노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쇼핑백을 건네받았다”고 진술했다. 부산상고 출신인 김씨는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이 이광재씨에게 준 1억원 수표를 환전해준 사람으로,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다.

    여택수씨와 문병욱씨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3의 목격자의 진술은 주목된다. “지금도 노 대통령측과는 이해관계의 대립이 없고, 노 대통령의 측근인 김정민씨가 없는 일을 일부러 꾸며 노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검찰에서 했겠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2003년 12월4일 대검에서 김씨가 진술한 내용이다.

    -문병욱은 언제, 얼마의 선거자금을 제공하였나요.

    “2002년 12월 초순경 부산구덕체육관에서 노무현 대통령후보 후원회가 개최되었는데 그 후원회에 저와 문병욱, 그리고 썬앤문의 부회장이던 김성래 등 3명이 참석하였고 그 자리에서 문병욱이 미리 준비해간 후원금을 지원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참석한 사람이 워낙 많고 후원금 접수 창구가 복잡하여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어서 부득이 그 후원회에서는 지원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김해관광호텔 2층에서 서울에서부터 동행한 민주당 국회의원과 당 차원의 선거운동 책임자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가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보는 앞에서 돈이 든 쇼핑백을 여택수 수행비서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김해관광호텔 회의장에서 문병욱이 여택수에게 돈이 든 쇼핑백을 전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해 보시오.

    “후원회 다음날 아침 저와 문병욱, 김성래(편집자 주 : 썬앤문그룹 부회장) 등 3명이 김해관광호텔 2층 조찬회의장 앞으로 가서 문병욱이 노무현 대통령후보를 만나러 왔다는 통지를 넣었더니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직접 여택수 수행비서 등 2명을 대동하고 조찬회장 입구 쪽으로 나와 문병욱 회장과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병욱 회장이 ‘어제 후원회장에 갔었는데 너무 복잡하고 혼잡해 뵙지를 못하여 인사드리러 여기까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라는 취지로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응, 어제 왔었어’라며 짧게 한마디 하였고 그 사이에 문병욱 회장이 들고 있던 돈이 든 쇼핑백을 노무현 후보가 보는 앞에서 옆에 있던 여택수 수행비서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쇼핑백을 건네받는 장면을 목격한 노무현 후보가 뭐라고 하던가요.

    “아무런 말이 없었으며 곧바로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저희들은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당시 진술인을 포함한 문병욱, 김성래도 위와 같은 장면을 목격하였는가요

    “예. 목격하였습니다.”

    이광재·안희정·최도술 검찰수사기록
    【‘불·탈법 자금 동원, 장수천 채무 7억5천 변제’ 최도술의 직접 진술】“나는 노무현 ‘개인 빚’ 대신 갚아준 것”“盧, 변제 지시할 때 ‘선거와 관련된자금’인 줄 알았다”

    2002년 대선 전후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로 구속 기소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2004년 1월15일 공판에서 “장수천에 빚 보증을 서 손해를 본 선봉술, 오모씨에게 돈을 갚아줄 것을 노 대통령이 내게 지시했고 나는 채무 변제 후 이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선씨 등이 대선 때 사고 칠까 우려돼 대통령이 갚아주라고 한 것이며 선씨와 오씨에게 제공된 돈은 부산시장선거 때 민주당이 쓰고 남은 선거자금 2억5000만원, 이영로씨에게 받은 10억 원 중 5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이 진술은 논란이 됐다. 최씨가 받은 불법자금이 노 대통령이 운영한 장수천 채무 변제에 쓰였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행위가 있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씨의 법정 진술은 채무과정의 큰 줄기만 대략 밝힌 것이어서 사안의 성격과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관련, 최도술씨는 2003년 12월2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장수천 빚 변제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최씨는 이날 27장 분량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장수천 채무는 노 대통령의 개인 채무며, 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채권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채무 연장을 사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와 관련된 자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돈을 자신의 채무변제에 쓰라고 지시했다”며 새로운 진술을 했다.

    최씨는 또한 “노 대통령 개인 빚 7억5000만원을 값는 데 사용된 돈은 민주당에서 유용한 자금 등”이라고 돈의 성격을 직접 밝혔다. 최씨 진술을 토대로 장수천 채무 변제과정의 전말을 추적했다.

    생수회사 장수천은 1995년 10월17일 충북 옥천군 장수리 656번지에 설립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장수천 운영자에게 대출보증을 섰다가 회사 경영이 악화되자 1996년 말 장수천 부채를 떠 안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1997년 초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후배인 홍모씨를 대표이사로 내세워 장수천을 계속 운영하면서 리스자금으로 공장자동화 설비투자를 했다. 이때 노무현 대통령의 운전기사 노릇을 한 선봉술씨, 오모씨,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 등 3인의 공동소유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300여평 토지와 상가건물이 리스회사에 담보로 제공됐다.

    이후 선봉술씨는 장수천의 대표이사가 됐고, 노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1998년 5~12월까지 장수천 관리책임자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장수천은 계속되는 경영악화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적자가 누적됐다. 2000년 7월 마침내 리스회사는 리스계약을 해지하고 담보로 제공된 진영 땅과 상가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 2001년 4월 경매가 이뤄짐에 따라 땅과 상가의 공동 소유주였던 선봉술씨, 오모씨, 노건평씨는 지분을 상실하게 됐다.

    노 대통령을 도와주려다 결과적으로 상가를 날리게 된 선봉술씨와 오씨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결정되자 “대통령후보가 됐으니 돈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며 노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빚 독촉을 하게 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들이 장수천 문제를 외부에 공개해 선거쟁점이 될까봐 전전긍긍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의 과정은 최도술씨의 검찰진술서에 상세히 드러난다. 다음은 최씨와 검사와의 일문일답.

    -선봉술이 피의자를 상대한 이유는 어떤가요.

    “장수천은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피해변제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제가 대통령의 측근에서 오래전부터 자금을 관리하는 회계책임자로 일을 해오고 있었고 그런 사실을 선봉술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피해변제를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봉술이 장수천관련 피해변제를 요구한 경위는 어떤가요.

    “선봉술은 2001년 7월경부터 저를 만나면 진영상가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기 피해를 변제해달라고 수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3월 시작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같은 해 4월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자 선봉술은 대통령후보가 되었으니 앞으로 많은 선거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그때부터 저를 만날 때마다 자기 피해금액 5억 원을 변제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선봉술은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대통령에게도 수 차례에 걸쳐 피해변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선봉술의 검찰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노무현 후보를 수 차례 만나 장수천 피해변제를 요구했고 그때마다 노 후보는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편집자 주).

    노 대통령에게 빚 변제 독촉을 한 사람은 선봉술씨뿐이 아니었다. 선씨와 같은 입장이던 오모씨는 훨씬 더 강하게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에 못 이겨 노 대통령은 대선 기간임에도 부산에서 오씨를 별도로 만나 채무연장을 사정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최도술씨의 진술.

    -오모씨의 피해변제는 어떻게 하기로 하였는가요.

    “오모씨도 선봉술을 통하여 대통령에게 자기의 피해를 변제해달라고 여러 번 강력하게 요구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오모씨의 검찰진술서에 따르면 오씨는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면서 노 대통령에게 피해액 변제를 요구했다.-편집자 주). 저는 선봉술에게 돈을 주면 선봉술이 오씨 문제도 알아서 해결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盧, “형님, 저 믿고 기다려주세요”

    -피의자는 대통령께서 직접 오모씨를 만나 위 장수천과 관련한 피해변제에 대하여 거론하였던 사실은 알고 있는가요.

    “예. 오모씨는 민주당 경선 때 대통령께서 부산에 내려왔을 때도 경선장소까지 찾아왔던 적이 있었는데 경선장에서는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후 2002년 5월하순~6월13일 지방자치단체장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부산에 내려올 일이 있었는데 부산 사상구 괘법동 파라곤호텔 2층 커피숍에서 대통령후보께서 오씨를 직접 만나 오씨를 설득했던 사실이 있는데 그 자리에 저와 선봉술도 같이 있었습니다.”(선봉술과 오씨도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편집자 주).

    -위 파라곤호텔 커피숍에서 대통령께서 오모씨를 만나 설득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그때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까지 어떻게 변제를 해주겠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오씨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자기를 믿고 기다려달라, 앞으로 기회가 되면 반드시 형님의 빚을 변제해 주겠으니 자기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만 하였습니다.”

    -피의자가 선봉술에게 5억원을 피해 변제금으로 주기로 한 경위는 어떤가요.

    “선봉술과 피해변제 얘기를 하면서 선봉술의 피해금액은 5억원으로 하고 오모씨는 선봉술보다 지분이 많으니까 7억원 정도는 해주어야 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날 진술에 따르면 최도술씨는 2002년 7월25일 선봉술씨에게 장수천 채무변제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제공했다. 이 돈은 민주당이 2002년 6월13일 실시된 부산시장선거를 치르고 남은 돈 4억7000만원에서 빼낸 것이라고 최씨는 진술했다. 그러나 최씨는 “당시 불법으로 받은 정치자금도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고도 진술했다. 최씨는 “노 대통령의 장수천 빚 변제 지시를 받아 돈을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피의자가 위 2억5000만원을 선봉술에게 주게 된 경위는 어떤가요.

    “2002년 7월 중순경 대통령이 롯데호텔 커피숍인지 어디인지 정확한 장소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에게 ‘돈 좀 있느냐’고 물어서 ‘조금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대통령께서 ‘오OO이 진영 땅 문제로 자꾸 이야기하는데 그냥 두면 사고를 칠지 모르니까 우선 선봉술에게 돈을 좀 주어서 진정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셔서 저는 ‘알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마침 2002년 6월13일 부산시장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한이헌의 선거비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 1억원과 선관위에 신청하여 받게 될 보전금 약 4억원을 합한 5억원 가량이 있었는데 그 돈에서 2002년 7월25일 4억7500만원을 인출하면서 그중 2억5000만원을 선봉술에게 주었던 것입니다.”

    “盧도 자금성격 알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선거자금으로 자신의 개인 채무를 변제한 셈이다. 이후 최도술씨는 이영로씨에게 받은 불법자금 10억원 중 5억원을 노 대통령의 채무변제에 사용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노 대통령은 채무변제에 쓰인 돈의 성격을 알았을까. 다음은 이에 대한 최도술씨의 진술이다.

    -피의자는 선봉술에게 2억5000만원을 주겠다는 것을 대통령께 보고하였나요.

    “부산시장선거 때 쓰고 남은 민주당 자금 5억여원 이외 지인들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받은 정치자금 9000만원도 함께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이중 민주당 자금에서 선봉술에게 2억5000만원을 주었습니다.… 선봉술이 저에게서 2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을 당시 대통령후보에게 말씀드려서 알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통령께서 선봉술에게 돈을 주라고 한 것은 적법하게 조성한 자금을 주라는 말이었는가요.

    “제가 대통령에게 무슨 돈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돈으로 선봉술에게 주라고 특정하여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께선 피의자가 정치자금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금전을 차용하거나 피의자가 기업을 운영하는 등으로 적법하게 자금을 조성하여 변제해 주라고 하였던 것은 아니었나요.

    “예.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당시에 피의자가 선거자금이나 정치자금 이외에 다른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던 것은 아니었지요.

    “예. 선거와 관련된 자금 이외에는 제가 관리하고 있던 자금이 없었고 그러한 사정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피의자가 선봉술에게 주었던 2억5000만원은 결국 민주당 정치자금에서 유용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떤가요.

    “예. 결국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도술씨는 이후 장수천 채무 변제명목으로 5억원을 추가로 선봉술씨에게 제공한다. 다음은 이에 대한 최씨의 진술이다.

    -선봉술에게 위 2억5000만원을 준 이후에 추가로 주었던 5억원은 무슨 돈인가요.

    “예. 제가 선봉술에게 추가로 주었던 5억원은 2002년 12월30일부터 2003년 2월6일경까지 제가 이영로 선배로부터 받은 돈입니다. 선봉술은 대선 후에 많은 돈이 남아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저에게 돈을 달라고 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도술씨는 선봉술씨에게 추가로 돈을 주어 장수천 채무문제를 모두 해결한 사실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최종적으로 보고했다.

    -피의자는 선봉술에게 위와 같은 돈을 주어 피해변제를 전부 해주었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나요.

    “2003년 2월 중순경 제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되어 서울로 왔을 때인데 대통령당선자가 여의도에 있는 맨해튼호텔에서 무슨 행사에 참석하였다고 하여서 제가 맨해튼호텔의 행사장 밖에서 기다리다가 행사가 끝나고 나오는 대통령당선자를 만나 인사를 드리고 같이 차를 탔습니다.

    명륜동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당선자가 저에게 ‘부산사람들, 불평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나’라고 물어서 제가 ‘다들 잘 하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선 사장 것은 제가 적절히 처리하였으니까 앞으로는 신경쓰시지 않아도 될 겁니다’라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피의자로부터 그와 같은 보고를 받고 대통령당선자께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그냥 ‘알았습니다’라고 하고는 별 말씀이 없었습니다.”

    검찰은 ‘최도술씨가 대선직후인 2002년 12월25일 SK측으로부터 11억 원 상당의 CD(양도성 예금증서)를 받아 이를 이영로씨에게 건네준 뒤 세탁된 돈 10억원을 이씨로부터 여러 차례 나눠 받았으며 이중 5억원을 노무현 대통령 개인 채무변제에 썼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대통령 채무변제에 사용된 5억원의 출처는 궁극적으로 SK측이 제공한 불법자금이란 것이 검찰의 결론이었다. 이런 검찰의 견해는 최도술씨에 대한 질문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피의자가 선봉술에게 주었던 돈은 결국 SK로부터 받은 CD와 관련된 것인데 그러한 사실을 대통령도 알고 있나요.

    “그것은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을 겁니다.”

    -피의자는 선봉술에게 위와 같이 돈을 줄 때 선봉술이 안희정으로부터도 진영상가와 관련한 피해변제를 받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그때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선봉술이 안희정으로부터도 돈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돈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안희정도 선봉술에게 별도로 이미 수회에 걸쳐 7억9000만원을 주었던 사실이 있는데요.

    “저는 안희정이 저와 별개로 선봉술에게 돈을 주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뭐라고 진술하기는 어렵습니다.”

    최도술씨는 마지막 진술에서 자신이 민주당에서 유용한 자금과 불법자금을 동원해 변제해준 장수천 채무 7억5000만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 채무’였음을 다시 한번 밝히고 있다.

    -더 할 말이 있는가요.

    “제가 선봉술에게 위와 같이 돈을 주었던 것은 대통령의 개인 부채를 변제해준다는 점도 있지만 대통령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대통령에 관련된 채무변제는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비용으로 생각하고 돈을 주었던 것입니다.”

    -이상 진술이 모두 사실인가요.

    “예. 사실입니다.”

    【‘노무현 경선자금’ 최도술 진술】 “경선 후 차명계좌 만들어 쓰고 남은 불법 경선자금 9000만원 보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2002년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영수증처리를 하지 않고 받아 사용한 뒤 남은 불법 경선자금 9000만원을 노 후보 개인사무실 금고와 차명계좌에 넣어 경선 후에도 계속 보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3월 김진흥 대통령 측근비리특검팀은 최도술씨가 관리하던 돈 중에 2002년 3,4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자금 명목으로 받은 1억2000만원이 포함된 사실을 발표했으며 이를 검찰에도 통보했다. 검찰은 특검에서 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노무현 불법 경선자금을 추적해왔다.

    이번 최 전 비서관이 밝힌 쓰고남은 불법 경선자금 9000만원은 특검팀이 찾아낸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 경선자금 1억2000만원의 일부인지, 혹은 별도의 돈인지는 검찰-특검 자료를 통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선자금 잔금 9000만원의 경우 최씨 진술서에 따르면 최씨는 경선 당시 지인들로부터 자금을 수수해 김모씨 명의의 부산은행 롯데월드지점 차명계좌에 넣어 사용했으며 경선이 끝난 뒤엔 노 후보 부산사무실과 별도로 만든 차명계좌에 남은 돈 9000만원을 보관해온 것으로 돼 있다.

    다음은 불법경선자금의 조성 및 쓰고 남은 자금 9000만원의 보관을 설명해주는 최씨와 검찰의 일문일답이다.

    -선거비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9000만원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알 수 있나요.

    “그 돈은 사실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받은 돈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그 돈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도 없고, 또 일부는 제가 기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의 신원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피의자가 2002년 7월경 대통령에게 ‘돈이 좀 있다’는 취지로 보고할 때 피의자가 지인들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받은 위 9000만원도 관리하고 있다는 보고도 하였나요.

    “저는 비공식적으로 얼마를 관리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지 않고 통장에 남아있는 약 1억원과 보전금 4억원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돈은 좀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9000만원은 경선 때 비공식적으로 받았던 자금을 현금으로 별도 관리하고 있던 것입니다.”

    검찰은 최씨가 민주당 후보 경선 때 비공식적으로 받은 돈은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받은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지는 일문일답.

    -피의자가 경선 때 지인들로부터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받아서 관리하였다는 위 9000만원은 어떻게 하였나요.

    “그 돈은 희망연대(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부산사무실)의 금고에 보관하였다가 김모씨 명의의 통장에 2002년 8월5일 입금을 해 두었습니다.”

    -그것이 이와 같은가요(이때 검사는 김모씨 명의의 계좌에 2002년 8월5일 현금으로 9000만원이 입금된 내역을 보여준다).

    “예. 그렇습니다. 그 9000만원이 제가 관리하다가 입금한 돈입니다.”

    쓰고 남은 불법 경선자금 9000만원이 보관되어온 김모씨 명의 차명계좌는 9000만원이 입금된 2002년 8월5일 이후 추가 입금 없이 16회에 걸쳐 돈이 인출되어 2002년 10월31엔 잔고가 526만원이었다. 명의를 빌려준 김씨는 “차명계좌의 통장과 도장을 2003년 9월 최씨측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최도술씨가 김씨 명의의 차명계좌에 이 돈을 입금시킨 것은 불법 경선자금 잔금에 대한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씨는 검찰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최씨가 내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을 해와 명의만 빌려준 것이며 최씨가 차명계좌 통장과 도장을 갖고 직접 입출금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 계좌 이외에도 자신 명의의 두 개의 계좌를 최씨와 최씨의 부인 추모씨에게 빌려줘 사용하게 했다. 다음은 2004년 2월23일 김씨가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진술인의 재산상황, 정당가입 여부를 말하여 보시오.

    “1987년 아버님의 100억원 상당 부동산을 상속받아 부산시내의 상가 30개, 공장부지 1800여평의 임대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월수입은 2500만원 정도입니다. 제 명의의 통장을 25개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단체, 정당에 가입한 사실이 없습니다.”

    -최도술과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요.

    “최도술은 1990년경 부산 부민동 합동법률사무소(노무현 변호사 등)의 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저의 부동산 임대업과 관련하여 세무소송 등을 수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어 친분관계를 유지하여 왔습니다.”

    -최도술이 진술인의 계좌를 빌려달라고 할 때 정상적이지 못한 자금을 운용하려한다고 생각하였지요.

    “예. 조금은 정상적이지 못한 일에 사용하려는 것으로 생각은 하였습니다만 이렇게까지 큰일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최도술씨는 민주당 경선 당시 지인으로부터 불법경선자금을 모금해 차모씨 명의의 차명계좌에 보관-사용해온 정황을 특검에서 진술했다. 최씨 진술에 따르면 차씨의 비협조로 차씨 명의 차명계좌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돈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최씨는 김씨 명의로 차명계좌를 새로 개설해 불법경선자금의 잔금을 보관해온 것으로 보여진다.

    “비자금 가방 2개 은행에 맡겨”

    다음은 2003년 3월6일 최도술씨가 특검에서 한 진술 내용.

    -차OO을 아는가요.

    “예. 2000년 4월 노무현 후보가 부산북강서을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을 때 차OO이 같이 선거운동을 하여 알게 된 사람입니다.”

    -위 차OO의 부산은행 288-OO-OOOOO-6 계좌를 아는가요.

    “제가 차OO 명의의 그 계좌를 차명하여 예금거래를 한 기억이 납니다.”

    -위 계좌가 새천년민주당의 공식계좌이거나 혹은 선관위에 신고된 계좌인가요.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일시 사용한 계좌입니다.”

    -계좌의 입출금 경위를 말해 보시오.

    “그 계좌는 당시 경선에 필요한 자금을 보관하거나 이용한 것인데, 2002년 3월11일자 입금된 2000만원은 제가 수명의 후원자로부터 받은 돈을 입금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누구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 기억할 수 없습니다(최씨는 계좌 입출금 내역을 진술함-편집자 주). 2002년 5월9일 차OO이 그만둔다고 하여 차OO의 계좌를 계속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계좌를 해지했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최도술씨는 이어 “2002년 6월7일 비공식 자금 등이 든 가방 2개를 부산은행 롯데월드지점에 보호 예수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현금 가방 2개를 보호 예수한 경위에 대해 말해 보시오.

    “당시 사무실에 보관하였던 현금 8000만원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시장선거대책사무실로 옮기려고 차량에 싣고 가던 중 부산시장선거대책사무실에 쎄콤장치가 되지 않아 잠시 보호예수를 해두었다가 2~3일 후에 찾았습니다.”

    -위 현금 8000만원에 대한 출처를 말해 보시오.

    “당시 저의 부산캠프 관리자금으로 보관하여 둔 것인데 그 자금이 중앙당에서 내려온 것과 비공식 후원금과 섞여 있었기 때문에 그 출처에 대하여 정확히 진술하기 어렵습니다.”

    【코미디 같은 안희정의 2억 불법자금 수수 현장】●돈 받자 “고맙습니다” 인사●들고가다 현금 1억 든 쇼핑백 터져●뇌물 받았다 준 뒤 다시 받아 반만 챙겨

    이광재·안희정·최도술 검찰수사기록
    안희정씨는 대선 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원 이외 부산 B건설 K사장으로부터도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4년 2월19일 안씨는 법원 공판에서 “이들 부산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향토장학금’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진술해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실제로 B건설 K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 안씨는 정치자금 수수의 유혹과 발각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일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은 안씨와 돈 전달 심부름을 한 정치인 임모씨의 진술에서 드러난다. 다음은 안씨의 진술내용.

    -피의자는 부산에서 (주)B사 등 기업을 운영하는 K를 알고 있는가요.

    “예. K사장은 2003년 6월경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소개를 받아서 알고 있습니다.”

    -피의자는 위 K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요.

    “예. 2003년 8월 초순경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모호텔 뒤편에 있는 일식당에서 K사장을 만나 2억원을 10만원권 수표 2000장으로 받았던 사실이 있습니다.”

    -피의자는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강금원을 통하여 K를 알게 된 후 별도로 K를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가 2억원을 받을 때 K를 두 번 째 만났던 것이지요. K의 진술에 의하면 ‘대선 결과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 대선 때 민주당측에 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아서 앞으로 불이익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말이 들려와서 노심초사하고 있다가 피의자를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소개받아서 피의자에게 돈을 주어 환심을 사두면 앞으로 기업을 운영하다가 정부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의자를 통하여 선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돈을 주었던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가요.

    “K사장이 그런 생각으로 돈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제가 앞으로 정치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에게 자금지원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돈을 받았습니다.”

    -K의 진술에 의하면 피의자에게 2억원을 주자 피의자는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는데 어떤가요.

    “예. 제가 돈을 받을 때 K사장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하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피의자는 K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주었다고 하였는데 그 경위는 어떤가요.

    “돈을 받고 난 후 저는 그 전에 2003년 4월경 ‘나라종금 사건’으로 서부지청에서 여러 날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으로 어려운 일을 겪었던 일이 생각나서 아무래도 찜찜하여 그 돈은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주일쯤 후에 K사장에게 연락하여 여의도 한 호텔에서 돈을 돌려주었던 것입니다.”

    -돈을 돌려준 경위는 어떤가요.

    “나의 측근인 임모씨에게 지시하여 임이 현금 2억원을 차에 싣고 왔기에 K사장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임에게 돈을 다시 돌려주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안희정씨의 지시를 받은 임씨는 현금 2억원을 실은 차에 K 사장을 태우고 여의도에서 서울 압구정동 K 사장의 아파트까지 데려다 주었다.

    K 사장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임씨는 안희정씨의 지시대로 현금 2억원이 든 쇼핑백을 K 사장에게 건넸으나 K 사장은 이중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임씨에게 다시 주었고 임씨는 1억원을 그대로 받아와 안씨에게 줬다. 쇼핑백이 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터지면서 현금이 쏟아지자 당황한 임씨가 돈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이었다. 다음은 임씨의 진술이다.

    “1억 다시 갖고 와 야단맞아”

    -진술인은 안희정을 아는가요.

    “예. 안희정이 자치경영연구원(노무현 대통령의 개인사무실) 사무국장으로 활동할 때 저는 같은 연구소의 비상근 기획위원으로 관여해 안희정 선배를 알게 되었는데 2001년 8월경 새천년민주당에서 대통령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준비를 할 때부터 가깝게 지내왔습니다.”

    -K 사장에게 2억원을 돌려주었다가 다시 1억원은 안희정씨에게 갖고 온 경위는 어떤가요.

    “제가 현금 2억원을 저의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K 사장님 댁 앞에 가서 트렁크에 있던 쇼핑백을 꺼내 K 사장에게 건네주었는데 한 개를 건네주고 두 번 째 쇼핑백을 드는데 손잡이가 떨어지면서 쇼핑백의 밑이 터져서 돈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K 사장님은 그 1억원은 다시 안희정 선배에게 갖다주라고 하고는 쇼핑백 1개만 들고 집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손잡이가 떨어진 쇼핑백에 들어 있던 현금 1억원은 다시 가져와 다음날 연구소에서 안희정 선배에게 전해주었습니다.”

    2억원을 모두 돌려주라고 했던 안씨는 임씨가 1억원을 도로 갖고 오자 마음이 다시 변해 그 돈을 받기로 한다. 계속되는 임씨의 진술이다.

    -현금 1억원을 다시 가져오자 안희정은 무어라고 하던가요

    “전부 돌려주지 않고 1억원을 다시 가져왔다고 야단을 맞았습니다.”

    -다시 K에게 돌려주라는 말은 하지 않던가요.

    “제가 야단을 맞으면서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안희정 선배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두어라’고 하여서 그냥 두었습니다.”

    다음은 당시 상황에 대한 안씨의 진술이다.

    -피의자는 현금 2억원 중에서 1억원을 임을 통하여 돌려받은 사실이 있지요.

    “예.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그후에 피의자는 K에게 전화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던 사실이 있는가요.

    “예. 제가 임을 통하여 현금 1억원을 다시 돌려받고 K사장에게 전화하여 돌려주었으면 그냥 받으시지 무엇 때문에 1억원을 다시 돌려주었느냐고 하면서 하여튼 주신 돈은 고맙게 쓰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였던 사실이 있습니다.”

    -피의자는 임모씨를 통하여 받은 위 현금 1억원을 어떻게 사용하였는가요.

    “그 1억원은 제가 임모씨를 통하여 받아서 제가 앞으로 논산·금산·계룡지역의 열린우리당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할 예정이어서 지역 여론조사 비용으로 2000만원 정도를 사용하고 또 당시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하면서 저희 팀의 사무실을 구하는 임대료 등으로 일부를 사용했습니다.”

    盧, “박연차에게 돈 부탁해 보라”

    안희정씨는 또 “1999년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듣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가서 5000만원을 제공받았다”는 진술도 했다. 1999년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측근인 안희정씨가 오아시스워터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자 안씨에게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가서 지원을 부탁해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안씨는 박 회장에게 5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안씨와 박 회장은 초면이었다. 안씨는 “상환하기로 하고 받은 돈은 아니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대선 후 안씨는 박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생수생산 회사인 장수천은 노무현 대통령이 1996년 말부터 경영권을 인수해 실질적으로 운영했고 장수천에서 생산한 생수를 판매하는 오아시스워터는 안희정씨 명의로 설립한 회사로 장수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다음은 2004년 2월2일 안희정씨의 진술내용이다.

    -피의자는 경남 김해시 소재 신발제조업체인 태광실업(주)을 운영하는 박연차를 알고 있는가요.

    “예. 박연차 회장님은 노무현 대통령과 오래 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1999년 초순경 제가 장수천에서 생산되는 생수를 판매하는 회사인 오아시스워터(주)를 설립하면서 운영자금이 부족하다고 하였더니 노 대통령께서 저에게 ‘박연차 회장을 만나 자금지원을 부탁해 보라’고 하여 저 혼자 김해시에 있는 태광실업 회장실을 방문하여 박연차 회장을 만났습니다. 이때 인사를 드리고 처음 알게 되었으며, 그후로도 여러 차례 자주 만날 기회가 있어서 박연차 회장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피의자는 위 오아시스워터를 설립할 당시에 박연차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사실도 있었나요.

    “예. 제가 오아시스워터를 설립하면서 몇 차례에 걸쳐 박연차 회장님으로부터 도합 약 5000만원의 자금지원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어렵다고 하자 5000만원 줘”

    -피의자가 오아시스워터(주)를 설립하는 과정에 박연차로부터 운영자금으로 약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면 그 자금은 상환하기로 하고 받았는가요.

    “그 돈은 상환하기로 하고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만, 제가 앞으로 생수판매사업이 번창하면 갚아주겠다는 말은 하였는데 반드시 갚기로 하고 자금지원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위 박연차는 피의자가 노 대통령의 측근에서 오랫동안 보좌하면서 자금을 담당해왔다는 사실 등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었는가요.

    “예. 박연차 회장님은 제가 노무현 대통령 측근에서 살림을 맡아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제가 자금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어 안희정씨는 대선 이후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피의자가 박연차로부터 그후에도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요.

    “예.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2003년 3월 초순 19시경 서울 장충동 소재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박연차 회장을 만나 2억원을 100만원권 수표 200장으로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피의자가 위 2억원을 받게 된 경위는 어떠한가요.

    “그때는 참여정부 출범이후였는데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만나서 식사하는 자리에서 박 회장님이 저에게 앞으로 정치를 하는데 사용하라면서 2억원을 주어서 받았습니다.”

    -피의자가 정치자금을 받으려면 후원회를 결성하여 후원회에 기부하게 하거나, 직접 후원금을 받더라도 후원회에 납부하고 피의자는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받아야 하며,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납부하더라도 후원회 명의의 영수증을 교부하고 정치자금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예. 나중에 후원회를 결성하여 후원회에 받은 돈을 납부하고 후원회 명의의 영수증을 발급해 주면 됩니다. 그러나 2003년 12월경 열린우리당 논산지구당 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박연차 회장에게 영수증을 발급해 준 사실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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