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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초우량기업을 찾아서 ④

로레알|유연한 ‘카멜레온 전략’으로 성장 엔진 달군다

100년 변함없는 뷰티산업 리더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로레알|유연한 ‘카멜레온 전략’으로 성장 엔진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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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유연한 ‘카멜레온 전략’으로 성장 엔진 달군다

‘무공해 산업현장’을 목표로 하는 로레알 ‘라 바비에르’공장 연못에는 오리가 노닌다. 상자 안은 파리 클리시에 있는 로레알 본사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정원을 꾸며놓았다.

로레알은 화장품 전문 기업이다. 헤어제품, 염모제, 기초, 색조, 향수 등 5가지 분야에 주력하며 17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그룹 매출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단순한 사업구조로 19년째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한 비결은 무엇일까. 로레알의 눈부신 성장 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효율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 둘째 지속적인 연구개발, 셋째 인재경영이다.

먼저 로레알의 화려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자. 마이크 럼스비 그룹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는 로레알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7개의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각 브랜드가 가격과 유통경로에서 미세하게 차별화됨으로써 시장에서 자사 제품끼리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로레알의 ‘유니크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염색제에서 먹는 화장품까지

로레알 브랜드는 유통경로에 따라 헤어살롱, 시판, 백화점, 약국·병원 등 4개 사업부로 나뉜다. 이 중 헤어살롱사업부는 염색제에서 출발한 로레알의 전통을 이어가는 분야다(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 레드켄, 케라스타즈). 염색제, 헤어 케어, 퍼머약, 각종 헤어스타일링 제품 등 미용실에서 필요한 모든 제품을 갖추고 있다.

시판사업부는 로레알 파리, 가르니에, 메이블린 뉴욕 등 대중적인 브랜드를 갖추고 있고 화장품전문점, 대형할인점, 슈퍼마켓에서 주로 팔린다.



백화점사업부에는 랑콤, 비오템, 헬레나루빈스타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 카샤렐, 기라로슈, 팔로마 피카소, 키엘, 슈에무라 등 로레알이 자랑하는 일류 브랜드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백화점이나 향수전문점과 같이 선별된 유통망을 통해 판매된다.

약국·병원사업부에는 메디컬 개념의 브랜드 비쉬와 라 로슈-포제가 있다.

이 대목에서 럼스비 이사는 2003년 시판돼 화제를 일으킨 붉은빛 알약 ‘이네오브 페르메테’를 보여주었다. 로레알이 식품회사 네슬레와 손잡고 개발한 이 알약은 바르는 화장품이 아니라 먹어서 피부에 탄력을 주는 제품으로 전세계에 ‘먹는 화장품’ 붐을 일으켰다.

헤어살롱, 약국, 슈퍼마켓, 화장품전문점, 백화점, 면세점, 통신판매, 인터넷 등 각기 다른 유통경로에 따라 다양한 컨셉트와 가격대의 제품을 갖춰 놓고 세계 어느 곳, 어느 계층 누구라도 로레알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일명 ‘카멜레온 전략’이다. 로레알은 밀라 요보비치브(로레알 파리 모델)를 앞세워 프랑스의 이미지를 홍보하다가도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미국식 라이프스타일’(랄프 로렌, 할리 데이비슨, 메이블린) 혹은 ‘라틴계 라이프 스타일’(아르마니)로 변신한다. 이런 ‘카멜레온 전략’은 곧 로레알의 ‘세계화’ ‘현지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로레알은 새로운 시장(국가)을 개척할 때 먼저 랑콤을 대표선수로 내보내 로레알의 인지도를 높이고, 로레알 파리와 같이 대중적인 브랜드로 저변을 확대하며, 마지막에 지역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내놓아 시장을 석권하는 3단계 전략을 쓴다.

예를 들어 오웬 존스 회장이 미국 지사장을 맡고 있던 19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로레알이 미국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오웬 존스는 우선 백화점 매장을 집중 공략해 1983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랑콤 판매량을 25%나 끌어올렸다.

다음은 로레알의 눈에 띈 미국 토종 브랜드 메이블린이다. 로레알은 저가에 다소 촌스런 이미지를 가진 메이블린을 ‘색조’의 대명사로 바꾸어놓았고 ‘뉴욕’이라는 세련된 이미지를 추가해 미국 밖 시장을 두드렸다.

곧 전세계 소녀들이 메이블린 원더 컬 마스카라와 볼륨 익스프레스(마스카라)에 열광했고, 2001년 출시된 워터 샤인 다이아몬드 립스틱은 촉촉한 입술을 선호하는 동양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 메이블린 뉴욕은 세계 1위의 메이크업 브랜드이며 9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 밖에서 올리고 있다.

현지화가 곧 세계화

로레알은 1998년, 2000년 각각 인수한 소프트신과 카슨(헤어케어 전문 브랜드)을 합병해 미국 흑인을 파고들었다. 두 브랜드를 인수할 때 오웬 존스 회장의 머릿속에는 이미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아프리카 시장이 그려지고 있었다.

소프트신, 카슨은 현재 남아프리카 헤어제품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를 거점 삼아 아프리카 북쪽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로레알은 “프랑스 패션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로레알 파리를 외면할 수 없다”(시판사업부 총괄 사장 파트릭 라방)고 자신감을 피력하면서도 “우리는 전세계에 서구적인 미(美)의 기준을 강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오웬 존스 회장)고 할 만큼 신중하다. 규모 면에서 세계 화장품시장의 7~8위를 차지하며, 1인당 화장품 사용 개수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 1인 당 색조화장품 사용 개수는 1위인 한국은 로레알 입장에서 보면 까다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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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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