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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포트

일제가 훼손한 백두대간 제 이름 찾는다

20년 논쟁 끝, 첨단기술로 다시 그리는 산맥지도

  • 글: 김영표 국토연구원 GIS연구센터장

일제가 훼손한 백두대간 제 이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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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여러 문헌과 고지도에 나타나는 조선시대 산 인식체계의 공통점은 바로 백두대간 산줄기의 흐름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현행 산맥체계와 달리 백두산에서 금강산, 태백산, 소백산의 죽령을 지나 지리산에 이르는 산줄기가 중간에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공통된 인식이다.

신경준은 조선후기 지리서인 ‘산경표’에서 산의 줄기와 갈래, 그리고 산의 위치를 족보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나타내면서 백두대간, 정간, 정맥 등으로 산줄기에 위계를 부여하였다. ‘산경표’는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그 분포를 백두산을 중심으로 하여 백두대간(白頭大幹), 장백정간(長白正幹), 낙남정맥(洛南正脈), 청북정맥(淸北正脈), 청남정맥(淸南正脈), 해서정맥(海西正脈),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 한북정맥(漢北正脈), 낙동정맥(洛東正脈),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한남정맥(漢南正脈), 금북정맥(錦北正脈),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금남정맥(錦南正脈), 호남정맥(湖南正脈) 등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하였다.

‘산경표’ 산맥체계의 특징은 대간과 정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하천의 수계를 기준으로 산줄기를 분류했다는 점이다. 또 산줄기의 맥락과 명칭을 체계화하여 대간, 정간, 정맥으로 산줄기에 위계를 부여하고, 산의 분포와 위치를 줄기 또는 맥으로 파악하여 끊어짐 없이 이어지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무엇보다 백두산을 국토의 중심 또는 출발점으로 인식했다는 점이 ‘산경표’의 두드러진 특징이라 하겠다.

한편 현채가 쓴 ‘대한지지’(1899)는 갑오경장 이후 현대 교육과정에서 사용된 최초의 지리교과서다. 이 책은 백두산을 전국 산의 조종(祖宗)으로 여기며 산줄기를 정간이라 칭하고 정간이 지리산에 이르러 끝난다고 설명한다. 통감부 설치 이후의 지리교과서인 장지연의 ‘대한신지지’(1908)는 “백두산에서 뻗은 백두산맥이 지리산에서 끝나니 이를 두류라 한다”고 적고 있다. 이와 같이 통감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편집된 개화기 시절의 지리교과서는 조선시대 산줄기 체계를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연구로 전통적인 산줄기 체계가 흔들리고 백두산의 위상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1903년 ‘조선산악론’을 발표한 고토 분지로는 리히트호펜((F.F.von Richthofen) 분류방법을 사용했는데, 지질학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을 뿐더러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유럽의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한편 일본학자 다데이시(立岩巖)는 1976년 ‘조선-일본열도지대지질구조론(朝鮮-日本列島地帶地質構造論考)’에 새로운 한반도 산맥지도를 수록했다. 이 지도는 국립지리원(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한국지지 총론’과 권혁재의 ‘한국지리’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고, 현재 우리나라 지리교과서에 실린 산맥지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 책에선 태백산맥이 세 줄기로 표시되는 등 고토 분지로의 산맥체계에 충실한 일면이 드러난다.

한편 독일의 지리학자 라우텐자흐(H. Lautensach)는 1933년 3월부터 9개월 동안 우리나라를 광범위하게 답사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1945년에 ‘코리아 : 답사와 문헌에 기초한 지리학’을 저술했다. 라우텐자흐가 기록한 한반도의 산맥지도는 아주 단순할 뿐 아니라 일본학자들의 그것과도 완전히 다르다. 라우텐자흐는 태백산맥과 낭림산맥이 원산호(元山弧·함경남도 원산의 약간 둥글게 생긴 지형)에서 합쳐지는 것을 보고 이 두 산맥을 한국의 주산맥(Main Korean Range)이라 명명했다. 그는 특히 태백·낭림·소백·함경산맥은 굵은 선으로, 차령·노령·묘향·적유령·마천령 등의 산맥은 가느다란 선으로 나누어 표시하였다.

백두산을 한반도의 중심이자 출발점으로 인식한 ‘산경표’의 존재가 1980년대 초부터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산 인식체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아울러 현재 교과서에 실린 우리나라 산맥체계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학계와 전문가, 그리고 일반 국민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한반도 산맥체계 논란

‘산경표’의 백두대간체계를 한반도 산맥체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행 산맥체계가 백두대간(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을 분절해놓고 있어 한반도 산의 조종(祖宗)이자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이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한 채 여러 산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또한 교과서에 수록된 산맥체계는 ‘땅 위의 지형’보다는 ‘땅 속의 지질구조’를 바탕으로 산맥을 분류했으나 이에 대한 지질학적 증거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지형학을 연구하는 쪽에서는 ‘산경표’의 산맥체계는 분수령(分水嶺)체계의 산맥론으로, 하천에 의해 단절된 산맥은 지질학적으로 연속성이 있더라도 산맥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산맥은 많은 경우 분수령이 되기도 하지만, 분수령체계가 곧 산맥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지형학적으로 하천에 의해 절단되어 있다 하더라도 같은 방향의 융기 축에 의하여 형성된 산맥은 연속된 산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 산맥체계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산맥에 대한 개념을 서로 다르게 정의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두산세계대백과사전은 ‘산맥이란 산지에서 산봉우리가 선상(線狀)이나 대상(帶狀)으로 길게 연속되어 있는 지형’이라 정의한다. 브리태니커사전은 ‘산맥이란 산지가 좁고 길게 연속되어 있는 지형으로, 한 개의 능선이 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 서술한다. 지형학백과사전(The Encyclopedia of Geomorphology)도 규모나 연속성을 산맥의 기준으로 삼고 있을 뿐, 산맥의 형성과정은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일본의 지리학사전은 ‘산맥이란 산정(山頂)이 길게 선상으로 연속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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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표 국토연구원 GIS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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