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호

‘데프콘 3’… 일부 군 장교들의 성 문란 백태

부하 아내 넘보기, 여군 치근대기, 끼리끼리 눈맞추기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04-07-29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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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교들의 성적 일탈은 부대 지휘체계를 흐트러뜨리고 군 전체의 명예와 위상을 실추시킨다. 가장 흔한 사례는 부하 아내, 여 부사관과의 불미스러운 관계다. 간통에서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말 많고 탈 많은 군내 성 문란 실태를 살펴봤다.
    ‘데프콘 3’… 일부 군 장교들의 성 문란 백태
    최근 육군 A대령은 품위유지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당한 데 이어 전역조치 됐다. A대령의 품위유지 위반은 성(性)군기 위반을 뜻한다. 군 수사기관에 따르면 A대령은 연대장 시절인 3년 전 부하이던 모 부사관의 부인과 간음한 후 지금까지 불륜관계를 맺어왔다.

    이 사건은 군 수사기관과 정보기관 주변에서 극비로 취급될 만큼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내막을 알고 있는 군 관계자는 “창피해 얘기를 못하겠다. 외부에 알려지면 육군 망신”이라고 혀를 찼다. 여기서 ‘망신’이란 장교가 부사관의 부인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가진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 일로 대령이 부사관에게 뺨맞은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각자 이혼하고 합치자”

    사건의 발단은 부부동반 회식자리였다. 군 수사기관에 따르면 A대령은 연대장 시절인 3년 전 부하들과 부부동반 저녁회식을 했는데, 부사관 부부와 함께 연대장관사로 술자리를 옮긴 후 일이 터졌다. 나머지 사람들이 잠든 틈을 타 A대령이 부사관의 부인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 성관계를 가진 것이다. 이후 A대령은 올 초까지 부사관의 부인과 불륜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올 봄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사관은 A대령에게 찾아가 뺨을 때리는 등 거칠게 항의했으며 돈도 요구했다고 한다. 그가 요구한 돈의 액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1억7000만원이라는 설도 있고 8000만원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A대령은 부사관에게 합의금으로 7000만원 또는 6000만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A대령 사건은 군 장교들의 성 문란 실태를 잘 보여준다. 소수 장교들에 국한된 얘기긴 하지만 장교들의 성적 일탈은 부대 지휘체계를 흐트러뜨리고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군 전체의 명예와 위상을 실추시킨다.

    장교들의 성적 일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부하 아내와의 관계, 둘째는 여군 장교나 부사관과의 관계다. 장교들의 성적 방종은 대체로 상관으로서의 위력이 전제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즉 ‘계급이 곧 법’인 군대에서 ‘지휘관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윤리의식의 실종을 빚은 것이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성군기 위반사건의 대부분은 상관이 계급으로 누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하의 아내는 남편의 진급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상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상관이 어떤 요구를 해올 경우 적극적으로 거절하지 못하거나 ‘사고’가 생겨도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관계자는 상관과 부하 아내 사이에 성적인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데 대해 “폐쇄성이 강한 군 조직에서 같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접촉할 기회가 많은 데다 사교범위가 제한된 탓에 끼리끼리 눈이 맞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장성 B씨가 겪은 일은 이런 유형의 사건 중에서는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사건은 B씨가 모 군단 참모장을 지낼 때 발생했다. 부하인 모 소령의 부인이 남편 진급에 힘을 보탤 요량으로 참모장관사를 찾아간 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부인과 떨어져 관사에서 혼자 지내는 참모장을 자주 찾아가 밥도 해주고 말상대도 해주다가 그만 눈이 맞은 것이다.

    부하의 부인이 “각자 이혼하고 합치자”고 조르자 B씨는 돈을 주고 입을 막은 후 창피한 마음에 군복을 벗었다. 전역 후 B씨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옥살이를 했고 가정에도 매우 불행한 사태가 생겨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일부러 장거리 출장 보내

    부친이 고위장성 출신인 C대령은 몇 년 전 전방에서 연대장을 지낼 때 부하인 본부대장(소령)의 부인과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 때문에 진급에 실패한 경우다. 그가 모 군사령부 참모 근무를 마친 후 육군본부 요직으로 진출하려 하자 그와 경쟁관계인 동기생들이 과거의 일을 소문내버렸다. 결국 보직심의에서 제동이 걸렸고 C대령은 “더럽다”며 전역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모 부대 대대장이었던 D중령은 부하인 모 중대장 부인에게 반했다. 얼마 후부터 중대장은 대대장의 명에 따라 장거리 출장을 자주 가게 됐다. 한번 가면 3박4일이었다. 그 틈을 타 대대장은 목적한 바를 이루었고 중대장 부인도 불륜관계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 사건은 대대장과 중대장 모두 전역하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불륜관계를 눈치챈 중대장이 상부에 진정, D중령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끝에 강제 전역조치 됐다. 군 생활에 회의를 느낀 중대장 또한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며 스스로 옷을 벗었다.

    몇 년 전 군 정보기관에선 장성 진급 예정자였던 이 부대의 실력자 E대령이 부하 부인과 간통한 혐의로 옷을 벗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부하인 모 중령의 진정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당사자들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 기관의 핵심인물들이 벌이는 파워게임의 부산물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같은 교회 신자인 두 사람은 바깥에서 한두 차례 만나 식사를 하고 어깨에 손을 얹는 등 ‘오해받을 만한 행위’를 한 것이 화근이 돼 불륜시비에까지 휘말렸다. 이 사건은 민간인인 중령의 부인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부대로 데리고 가 대공수사에 사용하는 거짓말탐지기에 태우는가 하면 통화내역 확인을 위해 이동통신회사에 제출한 협조공문에 ‘대공용의자 조사 목적’이라고 기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징계위원회, 현역복무부적합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옷을 벗게 된 E대령은 강제전역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또 중령의 부인은 “조사받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인권위가 사건을 조사하기도 했다.

    부부동반 회식 자제 지시

    글머리에 소개한 A대령 사건에서 보듯 부부동반 회식은 종종 성적 일탈 사고의 도화선이 된다. 얼마 전 언론보도로 알려진 F중령 성희롱 발언사건도 부부동반 회식장소에서 일어났다.

    모 부대 대대장인 F중령은 부사관 체육대회가 끝난 후 영내 테니스장에서 부부동반 회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F중령은 참모인 모 대위의 부인에게 “남편의 군 생활에 대해 따로 만나 얘기하자. 아기는 집에 두고 나와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내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들은 대위는 상부에 F중령을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F중령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정직 2개월 처분을 받고 보직해임됐다.

    이 사건은 현재 맞고소 사태를 빚으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시비의 출발점은 F중령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 그는 “말실수로 수치심이 일게 했는지는 모르나 성희롱은 아니었다”며 국방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남편이 군 생활 잘하려면 부인이 잘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대위가 지난 5월초 시범훈련을 준비하라는 자신의 지시에 대해 “왜 나에게만 시키느냐”고 대들었다는 이유로 그를 상관모욕죄로 군검찰에 고소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상급부대인 모 군단은 인사 감찰 헌병 법무 교육훈련 참모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구성했다. 정밀조사를 벌인 합동조사반은 F중령의 성희롱 혐의가 사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 F중령의 성희롱을 폭로한 대위도 회식 당일 주임원사 부인에게 “남편의 OOO가 좋은 것 같다. 벗은 몸을 봤으면 좋겠다”고 성적 농담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위는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당했다. 한편 의사인 F중령의 부인은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남편의 결백을 주장하며 무고죄로 대위를 고발해 이 사건의 진실은 군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에 따라 군 지휘부에서 각 부대에 부부동반 회식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부부동반 회식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하지만 일선 사단급 이하 부대에서는 장교들끼리 또는 장교와 부사관들 사이에 친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부부동반 회식이 잦은 게 현실이다.

    군내 부부동반 회식에 관련된 일화는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난해 군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방 모 부대에서 부부동반 회식 때 이른바 ‘파트너 바꾸기’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의 부인과 ‘찐하게’ 마시고 남녀간 머리를 부딪게 하는 등 난잡한 술판을 벌인다고 제보해왔다.

    또 후방에 있는 모 부대의 경우 부부동반 회식자리에서 지휘관이 남녀 성기를 원색적으로 표현하는 등 여성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적 농담과 성행위를 암시하는 행동을 예사로 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문제의 이 지휘관은 그 후 영전해 현재 모 기관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냐”

    한편 군 장교들의 성적 일탈이 꼭 지위가 갖는 위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 예비역 장교는 “지리적·문화적으로 고립된 전방부대에서는 성적 일탈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며 “상관이 부하 부인 건드리는 건 물론이고 상관의 부인이 부하를 유혹하거나 부하의 부인이 먼저 상관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개탄했다. 그에 따르면 민간의 개방적인 성문화가 군에도 유입돼 한동안 ‘군인 마누라들의 애인 만들기’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대장 시절 부하 부인의 애정공세에 시달렸던 일을 털어놓았다. 중령으로 진급한 후 첫 부임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30대 후반이던 그는 가족과 떨어져 부대 관사에서 혼자 생활했다.

    어느 날 부하인 모 대위의 부인이 김치를 장만해 관사로 찾아왔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일이라 그대로 돌려보냈더니 다음번엔 밥을 해 찾아왔다. 역시 서운하지 않게 잘 얘기해 돌려보냈다.

    그러기를 몇 차례. 어느 날 밤 이 부인은 관사를 찾아와 “할 얘기가 있으니 차 한잔 달라”고 했다. 그도 더는 거절할 수 없어 방에 들인 후 마주앉아 차를 마셨다. 그녀는 “여자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냐”면서 원망스런 눈빛을 보냈다. 그는 당황했다. 남편의 진급 때문이 아니라 남녀간 감정을 이기지 못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절의사를 명확히 해 돌려보내긴 했지만 내심 걱정이 됐다. 혹시 여자 마음에 상처를 입힌 탓에 엉뚱한 소문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부하의 부인을 밤에 관사에 들인 사실이 알려지면 어떤 오해를 받을지 모를 일이었다.

    고심 끝에 그는 남편인 대위를 불러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서로 오해가 없도록 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불미스러운 소문은 나지 않았다.

    군 고위직에 있는 G장군의 사례는, 비록 소문이긴 하지만 상관의 부인이 부하를 유혹한 경우에 해당한다. G장군이 모 부대 지휘관을 지낼 때 그 부인이 공관 당번병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소문으로 돌던 이 일은 문제의 당번병이 제대 후 인터넷에 G장군 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거의 사실로 굳어졌다. 이 글은 하루 만에 삭제되었다고 하는데, 이 사건의 내막을 아는 모 예비역 장교는 “G장군 부인의 행실은 군내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고 꼬집었다.

    운전병이 장군 부인과의 관계 폭로

    여군, 특히 여 부사관과 남성 고위장교의 불륜이나 성희롱, 성추행은 오래 전부터 군내 골칫거리였다. 앞서의 예비역 장교는 “여군 수 증가에 비례해 고위장교들과 여 부사관들의 성적 접촉사고가 늘고 있다”면서 “대부분은 남자들이 잘못해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으로 예편한 H씨에게는 육군본부 근무 시절 비서로 있던 여군 하사와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따라다녔다. 의혹의 빌미가 된 것은 여군 하사가 H장군이 육본을 떠난 후 그의 새 임지인 모 부대로 찾아가 만난 일이다. 헌병에서 이 사실을 알고 여군 하사를 조사했지만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달리 물증도 없어 덮어버렸다. H장군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못했다.

    I대령은 몇 년 전인 지휘관 시절 자신의 부대에 근무하는 여군 하사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헌칠한 데다 호남형인 I대령은 여자관계가 복잡한 편이다. 연대장 시절 대대장 부인과 통정한 혐의로 육본 감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I대령의 혐의는 군 수사기관 도청에 의해 포착됐다. I대령이 평소 부부동반 회식을 자주 갖고 술자리에서 장교 부인들과 춤을 추면서 몸을 더듬는 등 품행이 건전치 못하다는 첩보가 발단이었다.

    I대령은 조사 초기 간통사실을 시인하고 전역의사까지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혐의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쓰인 것이 법정에서 증거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도청자료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보직해임된 후 다른 부대로 발령이 났는데 아직 군 복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령 진급 예정자였던 J중령도 여군 하사와 통정한 사실이 문제가 돼 육본 감찰조사를 받았다. 조사결과 수십 회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인정돼 두 사람 다 옷을 벗었다.

    조금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수도권 모 사단 대대장 K중령은 군보(군사시설보호) 담당 여군 대위와 눈이 맞는 바람에 군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징계위가 열린 끝에 K중령은 다른 부대로 전출되고 여군 대위는 자진 전역하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

    여 부사관과 남성 고위장교의 ‘로맨스’로 가장 유명한 사건은 오래 전 군 정보기관 고위직을 지낸 L씨의 사례다. L씨는 비서실에 근무하던 여군 하사와 정을 통해오다 부인이 병으로 죽은 후 그 여군 하사와 재혼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군 최고위직을 지낸 M씨도 여성 편력으로 재임중 구설에 오르내렸다. 근무시간에 여군 하사와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군 수사기관 주변에서는 그가 군 최고위직에서 물러난 후 외국 여행길에 여군 하사와 동행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정 통하던 여군 하사와 재혼

    성희롱 또는 성추행에 해당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상 피해자가 입을 다물거나 문제를 제기해도 적당한 선에서 무마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에 소수의 사건만이 드러나는 형편이다.

    4성 장군에까지 오른 N씨는 국방부 핵심 요직에 있을 때 회식자리에서 여 부사관의 옷가슴에 손을 넣는 등 손버릇이 좋지 않았다. 국방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예비역 장성 O씨의 경우 여군 하사를 임신시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몇 년 전 수도권 모 부대에서는 전도가 유망한 헌병 대위 P씨가 여군 화장실을 훔쳐보다가 발각당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당시 이 부대에는 여군 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여군들은 남자 군인들이 쓰는 화장실 한 켠을 사용했는데, 칸막이 화장실이라 윗부분이 개방된 상태였다. P대위는 모 여군 하사가 용변을 볼 때 칸막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여군 하사가 놀라 소리를 지르자 달아났는데 여군 하사의 신고로 꼬리가 잡혀 옷을 벗고 말았다.

    군내 성추행의 대표적 사례는 김대중 정부 때 호남군맥 실력자였던 사단장 Q소장이 연루된 사건이다. 2001년 1월 군 당국의 공식발표로 알려진 Q소장의 성추행 사건은 여성단체들이 성명을 내는 등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군 수사기관은 Q소장이 약 6개월에 걸쳐 자신의 집무실과 공관에서 부속실 소속 모 여군 중위를 9~10차례 성추행했다고 발표했다. 여군 중위의 진술에 따르면 송년모임 때 사단장에게 술을 따르자 사단장이 엉덩이와 어깨를 만졌으며 회식 후 사단장 공관으로 불러 거실에서 차를 마시는 도중 껴안고 입을 맞췄다는 것. 여군 중위는 또 Q소장이 그 후로도 자신을 집무실로 불러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껴안는 등 여러 차례 성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2000년 12월 여군 중위가 Q소장을 군단 검찰부에 고소함으로써 불거졌다. 당시 여군 중위와 사단장 전속부관 모 중위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Q소장은 “고향이 같은 여 중위가 부대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격려 차원에서 등을 두드린 적은 있지만 성추행한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육군은 그의 혐의를 인정,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Q소장은 항고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기각했다. 결국 그는 2001년 3월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그에 앞서 이 사단의 기무부대장인 모 중령은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직해임됐다.

    Q사단장 사건의 여파는 컸다. 당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인터넷사이트에 마련한 ‘군대 성폭력 토론방’에는 여군들의 폭로가 잇따랐다. 개설 나흘 만에 30여건의 피해경험사례가 게재돼 군내 성추행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그중 대표적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는 남성장병들이 무척 조심한다”

    “소위 때 부서 연말회식에서 상관이 술잔을 권하면서 자신의 팔을 내 어깨에 올려 나와버렸다.”(현역 대위)

    “장군이 회식 후 차 마시는 자리에서 저와 선배를 양팔에 안고 볼을 비비더니 티셔츠 사이로 10만원짜리 수표를 넣었다.”(현역 1)

    “음식점에서 상관이 식사비 지불을 위해 밖으로 나간 사이 장군이 문을 걸어 잠그고 저의 손과 입에 접촉을 시도했다.”(여군 하사)

    “부대장이 회식에서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고 내 손을 잡고 술을 따르게 했다.”(여군 중위)

    군내 성추행 문제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사고를 일으킨 자에 대해선 계급 불문하고 반드시 처벌한다는 방침”이라며 “처벌을 하지 않으면 부하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되는 등 지휘체계에 문제가 생기므로 말썽이 나면 바로바로 조치한다”고 밝혔다.

    군 일각에서는 군내 성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 문제는 남녀가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나 발생한다. 그런데도 군에서 그런 현상이 특별히 심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실 바깥에서는 그냥 넘어갈 일도 군에선 계급이 갖는 의미 때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성 문제에 관한 한 군대가 바깥보다 처벌기준이 더 엄격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군은 Q사단장 사건 이후 성고충상담책임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각 사단에 한 명씩 배치된 성고충상담책임관은 영관급인 여군 선임장교가 맡고 있는데, 상담과 더불어 정기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 여군발전단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변화가 많았다”며 “성군기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매우 엄하기 때문에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사고가 별로 일어나지 않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예전엔 여군 수가 워낙 적어 남자 군인들이 여군을 동료가 아니라 여자로 본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어딜 가나 여군이 넘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거의 사라졌다. 우선 남성 장병들이 무척 조심스러워한다. 나도 일선부대에서 겪어봤지만 술자리에서 술을 못한다고 하면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Q사단장 사건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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