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호

시공 뛰어넘은 옛사람과의 만남|김정옥

  • 글: 김정옥/ 연출가·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 사진: 지재만 기자

    입력2004-07-30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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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 뛰어넘은 옛사람과의 만남|김정옥

    김정옥씨는 지난 5월15일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에 ‘얼굴 박물관’을 개관했다. 그가 40여년 동안 모은 석인, 목각인형, 도자인형 등을 만날 수 있다.

    1970년대에 발표된 최인훈의 희곡 ‘평강공주’를 무대에 올리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로 제목을 바꿨다. 작가가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만남’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연극을 한다는 것 역시 사람간의 만남에 관심을 갖는 데서 시작해 배우와 관객의 만남으로 끝나는 게 아닌가.

    석인(石人)과의 만남 역시 우연히 시작됐다. 1960년대초 서울 신촌에 사는 친구 집을 찾았다가 대문 앞에 버려져 있는 석인과 만났다. 거친 석인의 얼굴에서 사람의 살색 피부결 얼굴과는 다른 매력을 느꼈고 그 후 석인에 빠져들었다. 연극 소도구를 구하러 찾아간 청계천 황학동에 품위 있게 서 있던 문관석(文官石), 골동품가게 주인이 덤으로 집어준 상여의 목각인형 등과 만날 때마다 마치 시공을 넘어서 옛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교통수단이 발달한 후로는 지방 각지의 석인들도 수집할 수 있었다. 그중 제주도 동자석(童子石), 진도 문인석(文人石), 진주의 석인은 내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선과 형상이 현대 조각 못지않았음은 물론, 원초적인 감성이 빚어낸 무한한 창조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의 석인들도 만났지만, 이들 이상의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우리의 석인들은 고고학적, 민속학적으로뿐만 아니라 미술적으로도 높이 평가될 만한 뛰어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한반도도 조각의 여신이 즐겨 찾은 고장일지 모른다. 여신의 충만한 사랑이 이름 없는 선대의 조각가, 석수, 목수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석인으로 태어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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