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국민게임’인 고스톱의 뒤를 이어 ‘온라인의 국민게임’으로 떠오른 ‘맞고’는 둘이 치는 고스톱. 승부가 빨리 가려지고 점수도 크게 나 즐겨찾는 사람이 많다. ‘빨리빨리’라는 네티즌의 속성과 고스톱의 재미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맞고는 포털 사이트들이 선보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요즘은 웬만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본으로 서비스할 정도로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전체 인터넷 카드 게임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사람들은 왜 맞고에 열광할까. 한게임 개발팀의 고영혁씨는 “게임의 규칙을 이미 알고 있어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공식 성인게임이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성인이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등에 빠져 있으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바라보았으나 맞고의 경우 ‘심심할 때 칠 수도 있지’ 하며 넘어간다는 것.
하지만 단순히 즐기기 위해 맞고를 치는 것이 아니라 중독의 단계에 이르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밤을 꼬박 새워 맞고를 치면 다음날 생업에 지장을 줄 것은 뻔한 일. 뿐만 아니라 맞고에 중독되면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사고 파는 불법 사이트를 알게 되는데 게임머니가 많을수록 등급이 올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사면 게임에 이기지 않아도 등급을 올릴 수 있는 것. 맞고를 웬만큼 잘 치는 사람이라면 하룻밤에 현금 10만원 정도를 바꿀 만큼의 게임머니를 딸 수도 있으니 그만큼 현금 거래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어진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게임 자체로도 중독성이 강한데, 여기에 돈이 오간다면 수렁으로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며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아는 사람들끼리 짜고 게임을 하거나 속임수를 쓰는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그는 “판돈을 계속 부풀리면서 매너야 어찌됐든 돈만 많이 따면 고수자리에 오르는 게임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맞고의 폐해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맞고 사이트든, 이를 즐기는 네티즌이든 그들의 희망대로 맞고가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으려면 게임을 보급하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바른 게임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