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글쎄, 당신하고 뜨겁게 사랑을 나누겠지”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내가 비웃듯 톡 쏘는 한 마디. “그럼 나머지 2분50초는요?”
조루증(早漏症)으로 인한 남성의 망신 일화는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인류의 성생활과 더불어 장구한 불명예(?)의 역사를 지녔다. 조루란 성관계를 시작해서 남녀가 충분한 쾌감을 느끼기 전에 사정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처럼 삽입도 하기 전에 아테나의 허벅지에 사정해버려 문전만 더럽히는 헤파이스토스형의 조루가 있는가 하면, 여성이 오르가슴에 막 도달하려는 찰나에 그만 얄밉고도 안타깝게 분패하는 얌체형 조루도 있다. 심한 경우 음경을 삽입하자마자 혹은 삽입 직전에 사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남성의 40% 정도가 조루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시간적으로는 보통 삽입 후 사정까지 3분 이내면 조루로 본다. 그러나 삽입한 채 가만히 있다 3분이 지나서야 피스톤 왕복운동을 하는 남성도 있어서, 삽입운동 8회를 못 채우고 사정하면 이것 역시 조루로 간주한다.
시간과 삽입횟수를 늘리기 위해 조심조심 거북이 목 빼듯 느리게 움직이는 남성도 있다. 100번의 삽입 왕복운동을 한들 24시간이나 걸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조루를 판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여성의 만족이다. 즉 남성은 사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조루의 정의는 ‘남성의 사정조절능력이 결핍된 상태’다.
미국의 한 잡지사에서 중년 여성들에게 “어떤 남성을 좋아합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잘생긴 남자, 성실한 남자, 돈 많은 남자라는 답이 나올 것을 예상했으나 뜻밖에도 ‘섹스 컨트롤이 가능한 남자’가 80%를 차지했다. 즉 조루증상 없이 오르가슴을 만족시킬 남성을 가장 원하는 것이다.
조루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정신적 스트레스, 예민한 성격, 열등감, 부끄러움, 왜소 콤플렉스, 신경과민, 욕구불만, 불안, 초조감, 정서 불안정, 과음, 과색, 과로, 습관적인 자위행위 등이 조루와 관계가 있다. 그러나 발기부전이 나이와 비례하는 것과 달리 조루는 나이와 큰 상관이 없다.
성의학자 마스터스와 존슨은 조루에 다음의 치료법을 권한다. 삽입운동을 하다 사정할 것 같으면 음경 귀두부분을 아플 정도로 강하게 5~10초간 꽉 쥔다. 아프면 사정이 지연된다고 한다. 또 섹스 중 정신을 딴 곳으로 분산시킨다. 성교를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거래장부 계산을 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노래나 이라크전쟁 뉴스 등을 듣는 것이다.
이는 동의보감이나 인도의 성서(性書) 카마수트라에서 부부관계시 인당(印堂)혈(양 눈썹 사이)에 마음을 집중시켜 정신을 성교에서 분산케 하려는 의도와 마찬가지다. 이밖에 사정이 임박하면 중단하고 잠시 얼음물에 식히거나 두드려 자극을 약화시킨다.
한의학에서는 조루를 그 형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치료한다.
첫째, 척수의 사정반사가 지나치게 예민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가성 조루’라고 한다. 장기간 금욕하거나, 섹스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긴장하면 누구나 생길 수 있다.
둘째, 대뇌가 쉽게 흥분하여 생기는 ‘심인성 조루’다. 아주 조그만 자극에도 강렬한 흥분이 생겨나서 발병한다. 가성 조루와 심인성 조루에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력을 보강해주는 청심연자음, 황련청심환, 공진단 등을 사용한다.
셋째, 성기의 감각이 너무 예민해 발병하는 ‘과민성 조루’다. 귀두의 피부가 예민하기 때문에 흥분하지 않고도 쉽게 사정해버린다. 이때는 귀두의 단련이 필요한데, 삼베나 모래 등으로 마찰하거나 약침을 귀두에 시술한다.
넷째, 사정을 조절하는 근육이 느슨하여 발병하는 ‘쇠약성 조루’가 있다. 자위가 과다하거나 나이가 들어 근력이 약해져 생긴다. 여기엔 녹용대보탕, 팔미지황환, 신기환, 해구신을 가미한 공진단이 사용된다.
최근 경기불황과 실직 등 사회적 침체 분위기로 조루증이 더욱 느는 추세다. 정치인에게도 당선되자마자 혹은 임기도 못 채운 채 옷을 벗는 ‘정치적 조루’가 다반사다. 국가나 개인이나 사정조절능력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