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야’를 만들어낸 개발팀 식구들. 맨 아랫줄 왼쪽 끝이 필자다.
사실 골프의 룰은 매우 간단하다. 수학적으로 보면 곱하기도 필요 없이 더하기로만 모든 연산이 이루어지는 경기다. 규칙만 따지면 게임으로 만드는 것도 야구나 볼링보다 훨씬 쉽다. 문제는 ‘느낌’이다. 골프처럼 손끝의 미세한 감촉에 따라 스코어가 크게 엇갈리는 게임을 디지털화하고 나면 특유의 맛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게 오히려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 사람에게 골프란 여전히 ‘별나라 스포츠’라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세리와 최경주의 선전에 누구나 박수를 보내지만, ‘그렇다면 나도 한번…’하고 꿈꿔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단 하나. 골프를 알건 모르건, 나이가 많건 적건, 사장이건 말단사원이건 간에 누구나 쉽게 골프의 매력을 경험하게 해보자는 것. ‘완벽한 리얼리티’ 대신 ‘판타지’를 포인트로 잡는 것이다.
그렇게 방향을 설정하고 나니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게임기를 갖고 있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짱짱한’ 개발담당 직원들이 금세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골프를 모른다는 것은 ‘골프게임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게임 유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실제 골프와의 유사성보다는 ‘얼마나 재미있느냐’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아이디어가 누구나 쉽게 호감을 가질 만큼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를 사용해 만들어낸 ‘하늘을 나는 요정 캐디’였다.
이제까지 골프를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도전했던 이들의 목표는 철저히 ‘진짜 골프와 비슷한 골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이거 우즈 골프, 잭 니클라우스 골프 같은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듯 실재 골퍼를 캐릭터로 만들어 게임을 진행하거나, 남서울CC, 백암CC 등 실재 골프코스를 게임에 그대로 옮겨놓아 실전을 방불케 하는 리얼리티 구현에 중점을 뒀다.
그렇다 보니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기본적으로 골프 룰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슬라이스처럼 쉽지 않은 개념에도 익숙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계가 진행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필드에 나가는 골퍼와 게임을 즐기는 세대 사이에는 교집합이 크지 못했고, 따라서 골프게임은 대중적인 아이템이라기보다는 마니아층의 애호물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판타지 골프게임’이라는 컨셉트를 정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은 물론 있다. 실제 골프와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샷에서 1번 우드로 400야드가 나가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 최소한의 ‘사실성’을 구현하는 작업에는 물론 골프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실제 골프를 칠 때 골퍼가 고려해야 하는 주요변수는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힘으로 클럽을 휘두르면 어느 만큼 공이 날아가는지 등 미세한 밸런싱 조절도 이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2월부터 시험가동을 시작해 5월부터 정식으로 서비스에 들어간 온라인게임 ‘팡야’다. 현재 팡야의 유저층은 대부분 20대 젊은이들이지만 30~40대의 호응 또한 만만치 않다. 게임을 그저 게임으로만 바라보는 20대와 달리 30~40대 가운데에는 ‘실제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다 보면 이러저러한 일들이 생기는데 이를 게임에 적용하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의견을 제시해오는 이도 많다.
비록 수많은 온라인게임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개발자들은 포부를 갖고 있다. 이 게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골프라는 스포츠를 접하고, 이를 통해 골프가 귀족 스포츠가 아니라 하늘과 잔디와 바람이 하나 되는 상쾌한 ‘웰빙 스포츠’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꿈이야말로 게임 개발자에게는 산소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