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호

‘2004 세계 발레스타 초청 대공연’ 감상 포인트

뛰어난 기량 비교하며 즐기는 한여름 밤의 축제

  • 글: 문애령 무용평론가 mars59@hanmail.net

    입력2004-07-29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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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세계 발레스타 초청 대공연’ 감상 포인트

    뉴욕발레단의 소피앤 실브.

    2000년과 2002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인 발레스타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8월7일과 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004 세계 발레스타 초청 대공연’이 열리는 것.

    이러한 공연을 ‘갈라 공연’이라고 하는데, 발레에서 ‘갈라’란 뛰어난 기량을 지닌 주역들이 각 작품의 절정 부분만 뽑아내 공연하는 관행을 일컫는다. 갈라 공연은 최고 발레스타들의 기량을 서로 비교하며 즐기는 일종의 축제. 발레 전통이 깊은 나라에선 안 보면 안 될 듯한 모종의 ‘강요’를 수반하는 습관성 혹은 중독성 행사이다. 한번이라도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느낌을 이해할 것이다.

    14명의 스타가 꾸미는 환상의 무대

    동아일보사와 세계무용센터가 2000년부터 격년으로 주최하는 ‘세계 발레스타 초청공연’은 한국의 발레 관객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2000년에는 이렉 무카메도프, 줄리 켄트, 엔젤 코렐라, 마뉴엘 레그리 등의 월드 스타들이 객석을 열광시켰고, 2002년에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단원들이 고전발레의 진수를 선보였다. 국립발레단의 김주원이 이렉 무카메도프와 함께 무대에 섰고, 김지영 이원국 김용걸 등 한국이 낳은 발레스타들도 이 무대를 통해 기량을 선보였다.

    올해 공연은 이전보다 좀더 세계적인 공연이 될 것 같다. 무대에 서는 14명 발레스타의 국적과 소속발레단도 매우 다양하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알리나 코조카루는 루마니아 태생이고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호세 카레노와 시오마라 레이즈는 쿠바 태생. 그런가 하면 뉴욕시티발레단의 소피앤 실브는 프랑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타마스 솔리모시는 헝가리 태생이다.



    이번에 공연되는 작품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형문화재인 고전발레는 작품 수가 매우 한정되어 있어 누가 더 잘하는가를 반복적으로 견주어 보는 것이 감상의 요점. 바로 이 감상법에서 갈라 공연이 생겨났다. 각 팀은 19세기의 정통 고전 한 작품과 20세기나 최근의 작품 하나씩을 준비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스타들이 준비한 작품은 ‘해적’(의 ‘베드 룸’)과 ‘에스메랄다’(의 ‘다이애나와 악테온’)이다. ‘해적’의 그랑 파드되(주역 2인무)는 원래 소녀 메도라와 해적 콘라드가 서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해적의 노예 알리가 중간에 등장하는 3인무인데, 노예의 솔로가 인기를 얻으면서 엉뚱하게도 메도라와 노예의 2인무로 정착됐다. 노예의 야성미가 힘차게 표출되는 효과 때문에 갈라 공연에서 빠지지 않는 명장면. 이번 공연에서는 ‘베드 룸’이라는 부제를 단 것으로 보아 콘라드와 메도라의 2인무가 선보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004 세계 발레스타 초청 대공연’ 감상 포인트

    뮌헨발레단의 루치아 라카라(좌). 키로프발레단의 이고르 젤렌스키(우).

    ‘에스메랄다’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을 소재로 한 작품. ‘다이애나와 악테온’ 2인무는 1886년 안무된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의 ‘에스메랄다’에 처음 삽입됐고 오늘날에 공연되는 스텝은 1935년 아그리피나 바가노바가 재안무한 것이다. 축제 장면에서는 신화 속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달의 여신 다이애나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본 죄로 사슴이 되어 개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냥꾼 악테온의 일화가 연상된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스타들은 ‘돈키호테’ 2인무와 ‘봄의 소리’를 선보인다.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는 밍쿠스의 간드러진 음악과 화려한 발레기교가 합해진, 끈적일 정도로 열정적인 작품. 부채의 살랑거림, 꽃, 박력 있는 투우사의 옆모습이 어우러져 활력 넘치는 춤의 향연을 펼친다. ‘봄의 소리’는 20세기 중반 영국을 대표했던 안무자 프레드릭 애슈턴의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공연되는 작품이다. 명랑하고 우아한 안무에서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쿠바 국립발레단, 뉴욕시티발레단,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키로프발레단, 뮌헨발레단, 중국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해온 스타들이 ‘백조의 호수’ 2막과 3막의 파드되, ‘그랑 파 클라식’ ‘세헤라자데’ 등 조지 발란신의 작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일한 개인발레단인 심킨발레단의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올해 17세인 아들 다닐 심킨은 최근 세계적인 무용콩쿠르 주니어부를 석권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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