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신저’는 주식시장에 떠도는 갖가지 정보를 취합-판단-정리해 제공하는 정보 첨병을 일컫는다. 그러나 묵은 정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서비스했다간 단박에 ‘메돌이’로 찍혀 왕따 신세가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촌각을 다투며 벌어지는 증권사 ‘메신저 전쟁’ 종군기.
‘SK텔레콤, LG텔레콤 인수 추진.’
지점 정보원이 알려온 메시지는 짤막하지만 통신회사 주가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만한 재료였다. 출처는 대중성이 떨어지는 통신전문 온라인 매체. 일단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마음이 급해졌다. 책상에서 비상연락망을 꺼냈다. 소중한 정보통들이다. 애널리스트, 관련 회사 주요 인사, 증권사 지점 직원 등 모두 현장에서 분초를 다투며 뛰는 사람들이다. 통신사간 인수·합병이라는 초특급 정보의 진위를 5분 안에 확인하기 위해선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이미 주가는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거래량도 갑작스레 늘었다. 이젠 그야말로 시간이 돈이다.
‘SKT, LGT 인수설 사실 여부 확인요(要).’
이 과장이 1000여명에게 집단 메시지를 날리는 데 걸린 시간은 5초.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답변이 쇄도했다. 결론은 ‘사실무근.’ 허탈했다. 하지만 주가는 곧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찾았다.
이 과장은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메신저’로 불린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갖가지 정보는 대부분 그의 레이더에 걸려든다. 메신저가 시장 정보의 첨병으로 일컬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보통 주식투자자들보다 반 발짝쯤 앞서 정보를 접한다.
그렇다고 이 과장에게 특급 정보가 들어온다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이미 업계를 한바퀴 돌고 나서 주식시장에까지 흘러들어온 정보다. 알 만한 사람은 대개 아는 내용이란 뜻이다. 일각에서 메신저를 ‘메돌이’로 깎아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근 들어 메신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의 향방을 점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의 정보 갈증이 극에 달한 탓이다. 메신저는 어떤 이들일까. 그들이 수집하는 정보는 믿을 만할까. 또한 그들은 우리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증권가 3대 메신저
‘메신저’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또 하나는 메시지를 쌍방향으로 전달하도록 개발된 통신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다. 일반인에게 “무슨 메신저를 쓰고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삼성FN메신저’ ‘미쓰리’ 같은 프로그램 이름을 듣게 되겠지만, 증권담당 기자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질문자는 다음과 같은 답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FN메신저로 이동관씨가 보내주는 정보를 받는다’.
증권담당 기자와 증권사 직원에게 메신저는 정보원이란 의미가 더 강하다. 증권업계 메신저는 줄잡아 20여명. 이 중 정기적으로 서비스하는 메신저는 3명이다. 앞서 본 LG투자증권 이동관 과장과 동원증권 방원석(32) 대리, 동양종금증권 양갑렬(31) 대리가 이른바 3대 메신저다. 세 사람은 92, 93학번으로 증권 경력 5∼7년차다. 이 과장과 방 대리는 중앙대 선후배 사이.
이 과장이 처음부터 메신저로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딛던 1998년 그는 대한투신증권 지점과 법인영업부에서 브로커 업무를 맡았다. 이듬해 말부터는 기업분석부에서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담당 애널리스트로 뛰었다.
“당시만 해도 좋았죠. 인터넷 종목이 펄펄 날았으니까요. 리포트만 쓰면 주가가 뛰어올랐습니다.”
1999년 8월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지수가 곤두박질치고 분석 대상 기업들의 실적이 제자리 걸음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2001년 6월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으로 옮겼다. 초기에는 중소형 우량주를 발굴하는 스몰캡팀에서 근무했다. 시장이 얼어붙었으니 종목 발굴이 잘될 리 없었다. 그해 9월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3월 투자정보팀으로 옮기면서부터 메신저는 주력 업무가 됐다.
메신저 수요 폭증
동원증권 방원석 대리도 처음부터 메신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1999년 7월 동원증권 마포지점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의 꿈은 애널리스트를 거쳐 펀드매니저가 되는 것이었다. 증권맨들 사이에 ‘엘리트 코스’로 통하는 길을 걷고 싶었던 것.
하지만 2년여의 지점생활 끝에 본사 발령을 받은 방 대리에게 주어진 업무는 기업 분석이 아니었다. 투자정보팀에 근무하며 지점의 요구에 일일이 응대하는 게 주업무였다. 메신저가 된 것도 리서치센터에서 나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지점에 중계하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쏘아주는 정보에 따라 주가가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며 보람도 느꼈고요.”
방 대리는 이동관 과장이 자신보다 뛰어난 메신저라고 치켜세웠다. “이 과장이 학교 후배이긴 해도 자료를 수집하는 영역이나 속도에 있어선 내가 아직 한참 뒤진다”는 것.
동양종금증권 양갑렬 대리는 여느 메신저들과는 배경이 다르다. 메신저들이 대개 투자정보팀에 몸담고 있는 것과 달리 그는 홍보실 소속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대상도 기자들이다. 투자정보팀 소속 메신저들이 대부분 지점 브로커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메신저로 일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로 경력도 짧은 편. 홍보팀에 있으면서 방대한 양의 리서치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증권담당 기자들에게 배포하면 홍보 효과가 커질 것이란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양 대리는 아직 ‘메신저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수요가 많아 일일이 대응하지 못할 정도”기 때문이다.
홍보맨이 메신저로 활동하는 것은 양 대리가 처음은 아니다. 홍보팀 출신 메신저로는 김태창 전 대우증권 대리가 이름을 날렸다. 그가 수집하는 정보량과 신속성은 ‘3대 메신저’ 못지않았다는 평가다. 김 대리는 지난해 초 메신저 생활을 접고 유학을 떠났다가 최근 서울 명동에 투자회사를 차렸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전쟁’
메신저가 유통시키는 정보는 크게 세 종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리포트, 주가에 영향을 주는 뉴스, 뉴스와 관련된 애널리스트들의 코멘트가 그것이다. 여기에 주식과 상관없는 개인적 의견이나 우스갯소리가 양념으로 더해지기도 한다.
메신저가 발송하는 정보를 받는 사람도 세 부류다. 지점 브로커, 애널리스트, 기자를 포함한 정보 유통업자가 그들이다. 물론 일반인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증권사 소속 메신저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유통시키는 방법이 ‘첩보원식’이라는 통념에 대해 메신저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방원석 대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보수집 방식으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고 했다. 방 대리의 일과를 따라가보자.
그가 정보수집 작업을 시작하는 시간은 주식시장 마감 직후인 오후 4시. 우선 당일 뉴스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탐방 보고서를 챙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다음날 발간하는 데일리 자료를 인터넷에 먼저 띄우기도 한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인터넷인 셈. 15개 증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새로운 리서치 자료를 취합한다.
방 대리는 “2002년 11월 공정공시제도가 시행된 이후로는 인터넷에 공개되기 전에 기관이나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정보가 먼저 공개되는 일이 없어진 만큼 각 증권사 홈페이지가 최근 자료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퇴근 후는 2차 작업시간대다. 장(場) 마감 후에 수집한 정보 중에서 주가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골라낸다. 선택된 정보를 메신저 전송에 알맞게 편집하는 일도 가욋일이다.
3차 정보수집 작업은 다음날 아침으로 이어진다. 방 대리의 출근시간은 6시30분. 다른 메신저들의 출근시간도 대부분 7시 안팎이다. 그래서 메신저는 ‘타고난 아침형 인간’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아침 정보수집 작업은 1시간30분 정도 계속된다. 이 무렵 지점 브로커들이 입수한 정보를 검증하는 작업이 메신저의 주요 임무다. 인터넷을 통해 증권사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작업도 빠뜨릴 수 없다.
방 대리는 이렇게 걸러낸 정보를 오전 8시부터 본격적으로 발송한다. 그의 손을 거쳐 쏟아지는 정보들이 동시호가 시간대 주가에 반영된다.
이윽고 9시가 되어 장이 열리면 메신저의 눈빛이 달라진다.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장중엔 리포트뿐 아니라 급등락하는 종목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종목별 등락 원인까지 알아내려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상장등록기업의 동향을 확인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작업.
지난 5월25일 현대증권은 코스닥 등록기업인 심텍 관련 리포트를 냈다.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게 요지. 메신저들은 앞다퉈 요약본을 전송했다. 그런데 일부 메신저는 여기에다 이 회사가 곧 해외 투자설명회에 나설 것이라는 정보를 첨부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하는 재료로, 메신저간 역량 차가 드러난 대목이었다.
장중에 쏟아지는 각종 정보 전달에 매달리다 보면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한다. 올초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지표가 공식 발표일 하루 전 유출되는 사고가 터지자 메신저들이 감독당국의 의심을 샀다. 통계청이 정보 유출시기와 경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메신저의 역할에 주목한 것. 방 대리는 “일부 메신저가 중간 유통역할을 했지만, 최초 유출자가 따로 있었던 데다 고의성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메신저의 마지막 업무는 시황 정리. 당일 지수 등락 현황, 특징주, 다음날 시장 전망 등을 종합한다.
가짜 메신저 소동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선 낯선 메신저가 화제의 인물로 회자됐다. 그는 자신을 자산운용사 임원이라고 소개하며 정보제공 의사를 밝혔다. 아이디(ID)는 ‘맥킨지’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이름을 ID로 쓰며 신뢰성을 강조한 셈이다. 메신저들은 그가 가짜라고 말했다. 이동관 과장의 주장은 이렇다.
“제가 보내는 메시지와 내용이 같아요. 심지어 받는 사람까지 동일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그룹에 있는 사람까지 ‘맥킨지라는 사람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동관(LG투자증권) 방원석(동원증권) 양갑렬(동양종금증권)
기자 : ID를 어떻게 모아서 메시지를 보냅니까.
맥킨지 : 자산운용역들이 정리한 ID를 직원들이 등록했습니다. 저는 운용사 임원입니다.
기자 : 회사 이름이 뭡니까. 여의도에 있나요.
맥킨지 : 회사 이름이 알려지면 업계에서 괜한 짓 한다고 욕할까봐 알려드리기 어렵습니다. 당사는 역삼동 테헤란로에 있습니다.
기자 : 자산운용을 하면서 메신저 일을 겸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맥킨지 :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 자산을 주로 어떻게 운용하나요? 주고객은?
맥킨지 : (무응답)
일부 전문가는 메신저 업무가 자산운용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부터가 석연치 않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정보를 제공한 뒤 주가가 움직이는 틈을 타 매매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부정적 시각도 갖고 있다. 물론 이는 추측일 뿐이다. ‘맥킨지’의 말마따나 메신저 활동이 운용업무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정보분석력을 과시해 운용자산을 늘리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양갑렬 대리는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지 않는 메신저라면 정보 공신력을 높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신력 없는 정보 탓에 메신저가 ‘마바라(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는 사람)’로 불릴 때 가슴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메신저가 가장 허탈해 할 때는 정보가 엉터리였음이 밝혀지는 경우다. 이른바 ‘차이나 쇼크’로 외국인이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할 것이 우려됐던 지난 5월24일, 모 증권사는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팔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메신저들은 장중에 나온 수급 관련 보고서 요약본을 그대로 전송했다.
이 보고서는 결정적 오류를 갖고 있었다. 보고서 작성자는 “외국인 순매도액이 5조원을 훌쩍 넘은 1999년 상황이 재연된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외국인 매도금액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당시 순매도 금액 비율이 직전 순매수 금액의 27%에 그쳤다는 게 그 근거였다. 그러나 순매수 금액과 기간이 잘못 산정됐다는 사실이 장 마감 후에 드러났다. 제대로 된 통계치를 사용했다면 1999년 당시 외국인 매도는 폭발적인 수준으로, 이 상황이 재연될 경우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였다. 보고서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론인 셈이다.
메리츠증권 송치호 기획팀장은 2001년 5월 메신저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데뷔 첫해부터 메신저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해 미국에서 9·11 테러가 터지자 뉴욕 현지에 파견된 직원들의 목격담을 메일로 받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 2002년 5월 UBS워버그증권이 삼성전자를 분석한 보고서가 사전유출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영문보고서 원문을 신속하게 입수, 번역 서비스했다.
송 팀장은 이제 메신저가 아니다. 대신 메신저 기능을 평가하는 일을 맡고 있다. 메신저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한편 역기능도 지적하고 나선 것.
‘정보통’과 ‘낚시꾼’ 사이
그가 메신저의 순기능으로 꼽는 것은 시장 감시자 기능이다. 지난 5월22일 메신저들이 증권거래소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시장에 알린 것이 한 예다. 메신저들은 그날 오후 2시11분부터 22분까지 삼성물산, 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의 매매관련 자료가 나오지 않자 거래소에 문의해 시스템 오류를 발빠르게 확인했다.
메신저는 장외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능도 발휘한다. 회사채 등 채권은 매매시점에 맞춰 장외에서 거래하기 때문에 증권사간 물량 파악 등 정보 교류가 필수적인데, 메신저 덕분에 매매의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
일반인도 실시간으로 정보에 접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순기능이다. 송 팀장은 “과거엔 서울 본사 직원이 먼저 정보를 접하고 나서 한참 뒤에야 지방 지점 직원들에게 전파되곤 했지만, 요즘은 메신저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역기능도 있다. 무엇보다 작전세력의 통정매매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통정매매는 매도자가 주식을 내놓는 시점에 매수자가 같은 가격에 주문을 내도록 미리 짜고 거래하는 행위. 이 경우 메신저의 역기능은 사람보다는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일부 메신저는 ‘짜고 치자’는 요구에 시달리기도 한다. 메신저가 허위 정보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틈에 매매하고 차익을 나눠갖자는 식의 유혹이다. 기업 인수·합병설은 사이비 메신저들이 종종 이용하는 가짜 정보.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도 데이트레이더가 가짜 미끼를 덥석 무는 일이 종종 있다. 동부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관련 업체조차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인수·합병설을 믿고 추격매매에 나섰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렇다면 메신저의 순기능과 역기능 중에 어느 쪽이 더 클까. 이에 대해서는 메신저 평가자인 송치호 팀장조차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메신저는 필요해요. 최근 석사논문 준비를 위해 증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메신저가 없다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84%나 됐어요.”
메신저가 그만큼 보편화됐다는 뜻이다. 역기능은 있지만 프로그램으로서의 메신저는 의사소통 수단이고, 사람으로서의 메신저는 정보 전령사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급한 종목교체 경계해야
“증권사마다 내놓는 시장 전망이라는 게 대개 뒷북치는 격입니다. 지수가 낮을 땐 신중론을 펴다가 오르면 낙관론으로 돌아서는 식이라면 결과에 대한 해석일 뿐, 전망이라고 보긴 어렵죠.”
이동관 과장의 일침이다. 그는 ‘경기 방어주로 갈아타라’는 식의 종목추천도 못마땅해한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우리 시장의 주도주는 뭐니뭐니 해도 정보기술(IT) 종목인데, 시장이 주춤한다고 해서 내수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꾼다면 상승장 때 차익을 노릴 수 없다는 것. 주식시장의 주도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것도 이렇듯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종목교체 논리 탓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메신저들의 향후 주가지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이 과장이 부정적 성향이 강하다면 양갑렬 대리의 전망은 장밋빛에 가깝다.
이 과장은 “중국 쇼크나 고유가 같은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시장을 이끌 만한 재료가 없는 만큼 종합주가지수 800선을 중심으로 한 등락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대리의 지론은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것. 지난 4월말 ‘블랙 먼데이’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지수폭락 때 저가 매수를 원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최근 증권사마다 랩어카운트 가입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상승 여력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요즘처럼 시장이 출렁일 때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방원석 대리는 주식 가치가 낮게 평가된 주식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평균치보다 낮은 주식이 고평가 주식보다 상승장 때 차익을 챙길 확률이 높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막상 이 기준을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기 매매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방 대리는 “데이트레이더라도 주가가 전일 종가보다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반드시 팔겠다는 기준을 세워둬야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메신저는 누구보다 주식시장과 가까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끝까지 증권맨으로 남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장은 좋지만 주인공은 아니다’는 생각이 메신저들을 짓누른다.
“마흔 살 이후엔 이탈리아에 가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싶어요. 그때까지 주식을 할 순 없죠.”
휴가 때라도 증시가 요동치면 차를 돌려 메시지를 날렸다는 방 대리. 그가 꿈꾸는 불혹 이후의 삶이다.
주식에 올인했다가 발이 묶인 개인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한국 증시에서 개인은 결국 이방인이라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와 메신저는 닮은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