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호

남성은 배란기의 여성 체취에 끌린다

  • 글: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입력2004-07-29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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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은 배란기의 여성 체취에 끌린다
    왜인간 여성은 배란기를 숨기는 것일까? 남성을 주변에 머물게 함으로써 자녀를 키우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일까.

    동물 암컷은 대부분 발정기가 되면 냄새를 풍기거나 몸의 일부가 변해 수컷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그리하여 수컷은 발정기의 암컷을 찾아다니며 자손을 퍼뜨리게 되는 것이다. 새끼를 키우는 것은 암컷의 몫이다. 또 암컷은 수컷들의 지나친 구애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되어 질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

    반면 사람을 비롯한 몇몇 동물의 암컷은 발정기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따라서 수컷은 어떤 암컷이 발정기가 됐는지 알 수 없다. 그 결과 다른 암컷을 찾아다니지 않고 한 마리 암컷 주위에 계속 머물면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암컷이 발정기를 숨김으로써 일부일처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마그누스 엔퀴스트 교수와 네덜란드 생태학연구소의 미구엘 지로네스 박사는 인간을 비롯한 일부 동물들 사이에 일부일처제가 유지되는 것은 암컷이 수컷에게 임신 가능성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실험결과 암컷을 전전하던 수컷도 한 암컷이 발정기를 숨기자 그 암컷에 정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정말로 인간 남성은 여성의 배란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는 게 현대 진화론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와는 다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행동생태학(Be- havioral Ecology)’ 7월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이 배란기일 때 그녀의 체취를 가장 섹시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핀란드 지뱌스킬랴대의 세포 큐카스쟈비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들은 8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그들의 월경주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피임약 복용 여부도 조사했다. 그리고는 그들이 이틀 밤 동안 입었던 티셔츠를 수거한 후 43명의 남녀 지원자에게 이 티셔츠의 냄새를 맡도록 했다.

    실험결과는 남성과 여성에게서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은 배란기에 가까운 월경 중반기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 체취에 가장 끌린다고 평가한 반면 여성 지원자들에게서는 이런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의 티셔츠는 양성 모두에게 여성 배란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연구에 참여한 에사 코르켈라 박사는 “피임약이 특정 호르몬의 생산을 차단함으로써 여성의 배란기를 억제하기 때문”이라며 “여성의 섹시한 체취는 아마도 이 호르몬에서 유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冬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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