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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5·31 ‘大심판’ 이후

여권 정계개편 방향과 盧의 선택

‘거대여당 프리미엄’, 이 좋은 걸 왜 포기해?

  • 김동철 동아일보 정치 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여권 정계개편 방향과 盧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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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좌고우면하는 그의 태도는 지방선거 이후 선거 책임론으로 여권이 흔들릴 때를 노리는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비친 게 사실이다. 그는 여권이 참패하자마자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고 전 총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 못지않게 비토세력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 같은 그의 행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열린우리당 젊은 의원 사이에 “사람 중심의 통합에는 반대하며, 고 전 총리는 그런 면에서 안 된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고 전 총리가 7월 말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가칭) 발족을 계기로 대선 가도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면서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고 전 총리측은 “희망연대가 신당 창당은 아니며 각계 전문인들이 모여 고 전 총리를 돕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고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언제든 당 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모임일 것이라는 게 정치권 주변의 분석이다. 이는 열린우리당 안영근, 민주당 이낙연·신중식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이 작업을 뒤에서 돕고 있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 의원은 희망연대 발족 이후 고 전 총리측이 구상 중인 정치 일정으로 12월 범여권 통합기구 구성-2007년 2월 희망연대, 열린우리당, 민주당 통합-4, 5월 범여권 대선후보 국민참여 경선안(案)을 제시해 희망연대가 준(準)정당조직임을 시사했다. 고 전 총리측은 이에 대해 “안 의원의 희망이 담긴 시나리오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 중심으로 범여권의 결집을 원하는 세력에서 후보 경선의 시너지 효과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이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돼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행보는 여전히 신중하다. 그는 “결단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현 시점에서 분명히 말할 것은 기존 정당에 몸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정치권과의 거리를 분명히 할 뿐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고 전 총리의 영입을 가장 원해온 민주당의 상황도 범여권 통합 과정에서 변수임에는 틀림없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열린우리당과 통합을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운을 뗀 것도 통합을 염두에 둔 장기 포석인 셈이다. 또 지방선거가 끝난 뒤 여권 세력이 분열돼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한나라당에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정치권 주변의 전망도 통합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이 제기한 민주개혁세력 대연합을 둘러싸고 빚어진 열린우리당 내 진통에서도 드러나듯 ‘지역구도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발로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데 여권의 고민이 있다.



비난받는 일부 친노세력

그러나 과거 정권과는 달리 지방선거 참패 이후 대통령 직계세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이런 고민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선거 참패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 책임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내에서 노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같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박근혜 전 대표 피습사건 직후 노혜경 노사모 대표의 ‘성형 발언’ 등 일부 친노 세력의 헛발질은 당내에서 돌팔매를 맞았다.

결국 한때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친노 직계 세력은 과거 상도동계나 동교동계보다 훨씬 빨리 내리막길에 들어선 만큼 설령 ‘노무현 발(發) 정계개편’ 신호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친노 세력이 신당을 만들 만한 역량을 갖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여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강금실 전 서울시장 후보, 진대제 전 경기도지사 후보,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 새 피를 수혈해 대선 가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라는 확실한 투톱에 손학규 경기도지사라는 예비카드까지 가진 한나라당 경선 구도에 맞서 최소한 2002년 후보 경선대회에 맞먹는 흥행을 불러일으킬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선(先) 내부 정비에 나선 열린우리당이 연말경 본격화할 정계개편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계개편이 이뤄진다면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자신이 헤게모니를 쥐는 방식을 원할 것이다. “의석수에 따라 매년 100억원이 넘게 들어오는 국고보조금, 국정참여 등 현실적 이유에서도 여당이 스스로 자신을 해체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내외부 여건 모두 그리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만일 정계개편이 민주당을 포함한 ‘헤쳐 모여’식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것은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02년 노무현 후보를 만들어냈듯이 열린우리당이 고 전 총리와는 별도로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데 성공한다면 향후 대선 구도는 현 시점에서의 예상이나 전망과는 전혀 딴판으로 전개될 것임은 물론이다.

신동아 200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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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동아일보 정치 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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