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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5·31 ‘大심판’ 이후

송호근 교수가 진단한 ‘노무현 정부의 도전과 실패’

실속 없는 이념정치, 통치력 흩뜨린 ‘참여 과잉’, 갈등 부추긴 ‘선별적 대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송호근 교수가 진단한 ‘노무현 정부의 도전과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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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4%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52%를 득표한 2002년 지방선거와 비슷하죠. 그런데 이번 선거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여야 지지율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 졌다는 점, 수도권을 한나라당이 독점했고, 서울의 강남북 구도, 즉 여-강북, 야-강남의 구도가 깨졌다는 점, 아울러 한나라당이 모든 연령대에서 지지를 고르게 받았다는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의 싹쓸이 현상을 어떻게 보세요.

“말씀하신 대로 득표율로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모든 지역구에서 야당이 당선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일부 지역에서 지역구도 불씨가 되살아난 것 같기도 하고. 집권당이 이처럼 처절하게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건 초유의 사태예요. 총선과 지방선거는 달라요. 총선은 중앙정부의 권력분점과 관련된 것이고 지방선거는 행정부의 거버넌스(governance·통치)와 관련된 것이에요. 이번 선거를 통해 거버넌스가 약화된 것은 큰 문제입니다. 행정부 권력의 약화거든요. 행정부 정당성의 소멸이랄까.”

송 교수는 여당의 참패에 대해 “정책 실패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누구는 정권에 대한 탄핵, 또는 정리해고라고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아요. 전반적인 정책 실패의 결과죠. 어떤 정부에서든 정책 실패가 있을 수 있는데, 참여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은, 첫째, 집권당과 국민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거예요. 과거엔 (선거에서 참패하면) 인식 차이를 인정했거든요. 우리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민심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어요.

둘째, 국민을 계몽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죠. 참여정부의 초기 슬로건이 ‘국민이 대통령이다’였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양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국민과의 인식 차이가 표로 나타났는데도 오히려 국민에게 마음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셋째, 표심이 이탈한 이유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어요. 스스로 과도하게 정당성을 부여한 탓이지요.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은, 과거에 혁명과 개혁을 지향했던 운동권 세력이 집권 후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국민은 사실 편안하게 사는 걸 원한단 말입니다. 그런데 현 집권세력은 ‘개혁이나 혁신을 위해선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왜 그걸 모르느냐’고 국민을 다그치고 있거든요.

넷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마음이 언제부터인가 매우 허탈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엔 상당히 기대했지요. 그 기대에 부응해 뭔가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국민의 마음 한가운데 휑하니 생긴 공간을 정권은 거친 말로 메우려 했습니다. 허전한 마음을 따뜻한 정치로 감싸줬어야 하는데 모질고 야박한 말로 채워놓은 거죠. 왜 그걸 못 참느냐면서.”

“관용의 한계 넘었다”

송호근 교수가 진단한 ‘노무현 정부의 도전과 실패’

참여정부에서는 유난히 국책사업에 대한 저항이 컸다. 2003년 8월 전북 부안군민 3000여 명이 서해안고속도로를 점거해 방폐장 유치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송 교수는 “관용의 한계를 넘었다”는 표현을 썼다. 국민의 인내 범위는 한정돼 있는데 참여정부는 계속 관용의 수준을 높일 것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국민 상당수가 이 정부가 하는 일에 나름대로 도덕적인 정당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데 관용의 한계를 넘은 거죠. 정권은 국민에게 관용의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경제적 여력은 제공하지 않은 채 인내만 요구했어요. 국민이 관용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는데도 짐짓 무시했죠. 그것이 표심으로 나타난 겁니다.”

그는 통치의 극단적인 약화에 따른 정책수행 능력의 마비를 우려하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1년 반 동안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 외에 지방정부와 연결되거나 지방정부의 협조가 따라야 하는 정책은 추진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최대한 기대한다면 현상유지죠.”

-이 정부가 지향하는 바에 정당성은 있는데,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말씀인가요.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표현이 맞겠죠. 뿌리 깊은 버릇 같아요. 운동권 전술이란 것이 대중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 그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네가 정한 전략대로 대중을 끌고 가는 겁니다. 정권을 잡은 운동권 세력이 지난 3년여 동안 국민을 계몽 대상으로 설정하고 혁신의 전선으로 끌고 간 거죠. 대중과 유리된 것이 확인되면 원인을 분석해 노선을 수정해야 하는데, 5년이라는 시간 제약 속에서 애초 정한 방향대로 끌고 가는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정부의 정책 실패가 뚜렷이 나타나면 당이 뒤에서 추슬러야 하는데 무기력한 모습만 보임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거친 말로 무장된 통치 스타일도 문제죠. 정책수행의 정의감이 국민에게 완고함으로 비친 겁니다.”

-최근 중앙리서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압승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79%가 ‘정부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후보나 공약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응답한 사람은 16%에 불과 했고요.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건 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의 정당구도에서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별로 없어요. 주도적으로 법안을 내는 게 어려우니 정부 여당이 내놓은 법안을 수정하거나 완화하는 정도죠. 야당은 여당이 공세적으로 나오면 실패하길 기다리면 돼요. 실패하면 민심이 넘어오게 마련이니까. 한나라당이 여당의 위치로 바뀔 때도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다만 우리당과 하나 다른 점은 국민의 마음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점입니다. 그건 보수주의자들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여론의 향배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것도 때로는 단점이 될 수 있어요. 정작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멈칫거릴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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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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