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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첫 비구니 감찰 정현스님의 불가(佛家) 뒷얘기

“중도 사람이요, 체력 유지하려면 ‘단백질’도 섭취해야지”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조계종 첫 비구니 감찰 정현스님의 불가(佛家)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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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첫 비구니 감찰 정현스님의 불가(佛家) 뒷얘기

조계종 첫 비구니 상임감찰인 정현스님은 “죽이지 말고 살려 중노릇 잘하게 만드는 게 진짜 감찰”이라고 강조했다.노경섭 사진작가

-감찰스님으로 갑자기 발령이 났다면서요.

“내가 어떻게 뽑혔는지 모르겠어요. 임명되기 몇 달 전에 총무원에서 ‘(상임감찰로) 부르면 올 수 있겠느냐’고 언질을 주데요. 처음에는 ‘남을 조사하는 일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거라요. 한편으론 ‘비구니 최초라니 의미가 있겠다’ 싶었고요. (총무원에서) 비구니를 감찰로 써본다니까 ‘인연이 된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 비구니의 권익을 위해서 일하자’는 욕심이 생깁디더.”

-지난 세월, 비구니가 상임감찰이 될 수 없었던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남녀차별이 억수로 심했던 거라. 비구 중심이었으니까요. (비구니들은) 대단한 인고의 세월을 살아왔어요. 늙은 비구니라도 갓 수계를 받은 젊은 비구를 맞을 땐 장삼가사를 입고 마땅히 일어서서 삼배를 올리라고 했을 정도였어요. 종교 속성상 신행(信行) 부분에서 여자가 더 두드러지게 활동했는데 역사 속에선 비구니가 폄하돼왔는 거라요. 또 비구니들은 드러나는 것을 꺼렸지요.”

현재 조계종에는 비구니 스님의 수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총무원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비구니는 몇 안 된다. 전국의 대표 비구니 10인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다. 아직도 비구니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얘기다. 또 비구니 숫자에 비해 절이 부족하다. 조계종 전국 사찰 2200개 중 비구니 스님이 거주하는 사찰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총무원은 비구니 원로회의를 구성하고, 총무원 내 비구니부 신설, 호법국장 임용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비구니 스님을 포교, 문화, 복지, 감찰 등 전문분야에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제보가 딱딱 들어와요”

호법부엔 10명의 감찰스님이 있다. 호법부장을 정점으로 호법국장과 과장, 조사국장과 과장이 포진해 있고, 정현스님과 같은 상임감찰이 5명 있다. 이들 상임감찰 스님 5명은 조계종에 속한 1만2000여 명의 스님에 대해 지역별 성별로 감찰활동을 벌인다.

-비구니 스님들이 편안해할 것 같아요.

“그래요. 비구니 감찰이 비구니를 조사하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잖아요. (여성이라) 비구한테 털어놓기가 곤란한 얘기가 좀 많겠습니까?”

-비구니 숫자를 감안해 비구니 상임감찰의 수를 늘려야겠네요.

“맞아요. (비구니들은) 모성애가 뛰어난 거라. 보살피려는 마음이 본성인 거죠. 좋도록 하는 능력이 비구 스님보다 탁월할 거라고 생각해요.”

-감찰의 본분이 있는데 감싸기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아입니다. 법에도 눈물이 있는 기라요. 무턱대고 자르면 안 돼요. (저도) 호법부 감찰스님을 ‘옷 벗기는’ 스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닙디다. 죽이지 말고 살려 중노릇 잘하게 만드는 게 진짜 감찰이 아니겠습니까? (감찰이) 너무 몰아치면 안 돼요.”

한마디로 ‘생(生)의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진짜 감찰’이라는 얘기다.

-비구니 스님들 사이에 골치 아픈 사건이 많은가요.

“거의 사소한 문제들이지요. (비구니들이) 법을 잘 몰라서 실수할 수 있어요. 절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행정을 잘 몰라서 문제가 터질 수 있거든요.”

-사찰이 대부분 산 속에 있는데 이들의 정보를 수집하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세상입디다. (옛날에는) 일일이 찾아다녔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제보가 딱딱 들어와요. 요즘 신도들요, 중이 좀 이상타 싶으면 인터넷에 팍팍 올려버리는 거라. (일반인에겐) 사소한 시비에도 상대가 스님이니까 ‘중이 뭐 저러노’ 하고 욕할 수 있잖아요. 우리가 들어보고 ‘행동에 조심하라’고 경고해요. 혹여 절 운영이라도 조금 이상하게 해보세요. (감찰) 귀에 금방 들어와요.”

정현스님에 따르면 감찰에 접수되는 스님의 비리 유형은 다음과 같다. 이 가운데는 근거 없는 음해도 많다고 한다.

▲조계종단 규정을 어기고 사사로이 절을 사고팔다가 사기에 휘말림 ▲정식 등록되지 않은 스님이 사찰을 지어 스님 행세를 함 ▲천도재나 49재가 아닌 기복성 기도(예컨대 진급을 시켜준다거나 아이를 낳게 해준다며)를 해주고 신도들에게 큰돈을 받음 ▲절 운영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다가 적발됨(횡령) ▲절 운영은 뒤로하고 허구한 날 정치인 등 지역의 유력인사와 만나거나 지역의 이권사업에 개입함 ▲공양보살들과 삼각관계에 빠져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거나 연애설이 나돎 ▲보살들과 노래방이나 술집에 자주 드나든다고 인근 주민들이 제보 ▲주지와 상좌(제자) 스님이 서로 마음에 안 맞아 싸우고 이은(離恩·은사와 헤어짐)을 시도(최근 젊은 승려들 사이에서 이런 사례가 부쩍 늘고 있음) ▲스님이 대중식당에서 식사하다가 손님들과 사소한 시비가 붙어(고기를 먹네 마네 하면서) 손님 중 한 사람이 스님을 비방하는 글을 종단의 홈페이지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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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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