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호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면 척추질환 의심”

  • 최은성 자유기고가 chic47@naver.com

    입력2006-07-15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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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면    척추질환  의심”
    척추 수술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과잉진료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척추 수술은 해마다 급증해 2002년 4만2000건에서 2005년 1~9월 6만239건으로 3년 새 2만여 건이 늘어났다. 병원에서 불필요한 수술을 환자에게 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료기관을 신뢰하지 못해 병을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요통으로 고생하고, 7~10%가 만성 척추질환을 안고 살아간다. 수술했다가 척추를 잘못 건드리면 영원히 장애인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필요한 수술도, 치료를 미루다 병을 키우는 것도 모두 척추질환에 대한 잘못된 상식에서 비롯된다. 흔히 허리가 아프면 척추질환을 의심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척추뼈, 물렁뼈, 디스크 등 척추와 척추신경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도 허리 통증이 생기는가 하면, 이상이 있어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허리통증, 예를 들면 허리가 뻐근하고 땅기는 증상은 대부분 허리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즉, 단순요통일 따름이다. 요통은 매일 30분 정도의 걷기나 일주일에 3회 정도의 등산으로 충분히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요통에 더해서 다리가 땅기고 아픈 증상이 동반되면 척추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실제로 요통이 있는 사람의 20% 정도에서 척추 이상이 발견된다. 서울 강북 최대의 척추전문병원인 서울척병원(성북구 정릉동) 김동윤 원장은 “척추질환은 허리가 아픈 것보다 다리통증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걸을 때마다 다리가 땅기고 저리며, 때로는 통증이 너무 심해 걸을 수 없을 정도인데다 엉덩이까지 쑤시는 등 다리 감각에 이상이 생기면 척추질환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 특히 발목이나 다리의 마비, 항문 주위의 감각 상실, 대·소변 조절기능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골다공증 병력이 있거나 심한 외상을 입었을 때도 척추질환의 위험성은 그만큼 커진다.

    척추병, 나이마다 다르다



    김동윤 원장은 국내 최대의 척추전문병원인 강남 우리들병원에서 3000건 이상의 척추 수술을 하고, 1만5000명 이상의 척추질환 환자를 진료한 척추전문의. 국내외 의학 학술지에 여러 차례 척추수술 연구 논문을 발표한 그는 그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에 등재됐다. 2004년에는 세노피(SANOFI) 임상부문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동윤 원장과 함께 서울척병원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상범 원장도 우리들병원 출신이다. 서울척병원은 척추의료 기술을 인정받아 미국 메디트로닉 소파머 다네크(Meditronic Sofamor Danek)사의 국제 척추전문의 교육센터로 지정되었다. 레이저 내시경 절제술, 척추 유합 최소 상처수술, 인공 디스크 치환술, 나사를 박지 않는 척추 협착증 수술 등에 대해 미국, 유럽 등 외국 의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장 원장은 미국 최소 침습 척추수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최소 침습 척추수술’에 대한 연구로 올해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에 이름을 올렸다.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면    척추질환  의심”

    서울척병원 김동윤 원장(오른쪽)과 장상범 원장.

    척추질환에는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척추골절, 척추 측만증 등이 있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환은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으로, 연령대별로 디스크는 20~30대에 가장 많고, 척추가 노화하면서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층은 50세 이후에 증가세를 보이다 60세가 넘으면 흔한 질환이 된다. 노화의 시기로 넘어가는 40대는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증상을 동시에 보이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척추에 병이 생겼다고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 원장은 “척추에 문제가 있어 병원에 갈 때는 약물, 재활 등 비수술적 요법을 비롯해 수술적 요법까지 다양한 치료기법과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는 게 과잉진료를 피하면서 안전하게 치료받는 길”이라고 말한다.

    디스크는 척추 뼈마디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말랑말랑한 조직이다. 척추가 우리 몸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면 디스크는 이 기둥을 떠받치는 주춧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스크가 망가지면 집을 지탱하던 기둥이 무너질 위험에 처하는 것과 같다. 특히 디스크는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시기인 20~40대에 많이 발생해 사회생활을 어렵게 한다.

    디스크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신경자극에 의한 다리 통증이 있다. 때로는 엉덩이를 포함한 허리까지 통증이 온다. 허리부터 발등까지, 한쪽 또는 양다리 전체에 쑤시거나 욱신거리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심하면 앉거나 서 있기조차 힘들다. 증상이 아주 심할 경우 다리에 마비가 오면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기도 한다.

    無출혈, 無흉터 디스크 치료술

    허리 디스크 질환은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우선 디스크 탈출증과 디스크 변성증이 가장 흔하다. 디스크 탈출증은 척수 사이에 있는 디스크 안의 수핵이 섬유테를 뚫고 신경 등을 자극하는 질환. 대부분 휴식과 약물, 물리치료 등으로 회복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디스크 변성증은 보통 디스크성 요통으로 불린다. 디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테가 손상돼 외부의 혈관이나 신경섬유가 디스크 속에 침입해 만성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질환.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을 차단하거나 디스크 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수술을 하면 통증이 사라진다.

    디스크 내장증은 디스크가 멍이 들면서 성질 자체가 변하는 질환이다.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허리를 뒤로 젖힐 때보다는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더 심하게 나타나며, 휴식과 물리치료를 병행한 지 6주가 지나도 호전되지 않으면 멍든 디스크를 대체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척추 불안정증은 척추뼈를 잡아주는 척추 조직이 전체적으로 약해져 척추가 흔들리는 질환이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척추가 흔들려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 심한 요통이 따른다.

    디스크 질환은 추락과 같은 심한 외상, 허리를 심하게 굽혔다 펴는 운동과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허리를 구부려 앉는 자세가 척추에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디스크 예방의 첫걸음인 셈이다.

    디스크 환자의 70% 정도는 ‘자연 회복’의 가능성을 감안해 1개월 정도 안정을 취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데, 이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이런 비수술적 요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서울척병원에서 시행하는 레이저 내시경 디스크 절제술은 국내에 도입된 지 2년여에 불과한 최신 수술법으로, 부분 마취 후 피부를 2~5mm만 절개하는 게 특징. 내시경을 이용해 문제의 디스크 부분을 고주파나 레이저로 태워 없애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짧고, 출혈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흉터가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

    장 원장은 “이 치료법은 30분 정도 걸리는 수술을 마치고 2시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걷는 데 이상이 없으면 퇴원할 수 있으며 디스크 수술의 재발률도 5~10%에 불과하다. 다만 파열된 디스크가 이동한 경우에는 시술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척추 안에 자리잡은 척추관은 척추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곳이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면서 주변 뼈마디가 굵게 자라나거나 척추 뼈를 지지하는 인대와 근육이 약화, 퇴행하면서 좁아진다. 척추관이 좁아지면 그 부분의 신경이 압박을 받아 통증을 일으킬 것은 당연한 이치.

    디스크와 마찬가지로 척추관 협착증은 보통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증세가 심해진다. 앉아서 일할 때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동작이 고착되면 척추관절이 뒤로 밀리면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고 증상이 악화된다.

    문제는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이 증상이 비슷해 일반인에게 쉽게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아프다면 디스크를, 걸을 때만 아프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똑같이 다리가 아프더라도 디스크는 신경 일부만을 눌러 다리로 가는 신경 한 줄기만 아픈 경우가 많다. 반면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 자체가 좁아져 신경다발을 전체적으로 누르는 것이기 때문에 엉덩이나 항문 부위를 포함한 다리 전체가 아프다”고 설명한다.

    통증만으로 구분이 안 될 경우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편 채 다리를 들어보면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디스크는 통증이 심해 다리를 잘 들어 올리지 못하지만 척추관 협착증은 들어 올리기 쉽고 대부분 정상 각도를 유지한다. 이렇기 때문에 척추관 협착증을 다리가 저리는 혈관성 질환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다리가 저릴 때 동작을 멈춘 채 서 있기만 해도 증상이 괜찮아진다면 혈관성 질환이며, 쪼그려 앉아야만 나아지면 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60세 이상이나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한 환자의 경우에는 최근 비수술적 요법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최신 요법으로는 신경 주사치료와 근육 내 자극치료가 있다. 신경 주사치료는 척추신경 주위에 약물을 투여해 신경의 부종을 가라앉히는 치료. 통증을 느끼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 주사하면 통증 완화에 효과가 크다. 근육 내 자극치료는 수술실에서 투시 촬영을 하면서 바늘로 환부에 해당하는 근육을 자극해 좁아진 부위를 넓히고 신경의 부종을 가라앉혀 척추관 협착증을 치료하게 된다. 다만 통증이 계속되거나 자주 재발하면 전문의와 상담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강한 허리 만드는 유산소운동

    최신 수술법으로는 척추 유합 최소상처수술(2 2척추고정술)이 있다. 2cm씩 척추 부위의 피부를 두 군데 절개해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고 흔들린 척추까지 고정시키는 수술법이 바로 그것. 수술시간은 2~3시간, 입원기간은 3~4일이면 충분하므로 환자에게 부담이 적은 수술법이며 성공률은 90%에 이른다. 장 원장은 “수술 부위에 대한 조직 손상이나 혈액 손실을 최소로 줄일 수 있어 회복 속도가 빠르고, 절개 부위가 적기 때문에 감염 등의 합병증 발생률이 낮은 한편 근육 손상도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등 척추질환을 수술한 이후에는 재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허리에 무리를 주는 운동이나 자세는 피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1개월 정도 보조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수술 후 3개월까지는 운동을 하더라도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 즉 하루 30분 정도 걷기나 수영이 적합하다.

    척추를 건강하게 지키려면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가 등받이에 닿도록 등을 기대 앉아야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맨 바닥에 앉을 때는 방석을 말아 엉덩이에 깔고 앉는 것이 좋다. 이 자세는 허리가 자연스럽게 펴져 척추를 편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일하는 사이, 즉 1시간에 5~10분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허리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이다. 평소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허리를 강하게 만드는 근육운동이 있다. 허리근육 강화 체조를 비롯해 수영, 등산,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이 바로 그것. 또 비만일 경우는 척추신경에 압박을 줄 수 있으므로 체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 흡연도 디스크 주위의 미세혈액 순환을 차단하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 우유 및 유제품, 뼈째 먹는 생선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척추 뼈를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허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운동요법

    ▲ 손으로 무릎 밀기 :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몸쪽으로 구부리면서 동시에 오른쪽 종아리를 왼무릎에 기울여 얹는다. 오른쪽 무릎을 왼손으로 서로 밀면서 배를 수축시키고 6초간 유지한다.

    ▲ 상체 들어 올리기 : 바닥에 엎드려 손을 앞으로 쭉 내민 상태에서 상체를 들어 올리고 허리힘을 뺀 채 6초간 유지한다. 디스크로 인한 요통 호전에 효과가 크다.

    ▲ 고양이 자세 : 팔과 다리를 짚고 엎드린 상태에서 등을 위로 부풀려 고양이처럼 하고 다시 허리를 아래로 내려서 6초간 유지한다.

    ▲ 균형 잡기 : 팔과 다리를 짚고 엎드린 상태에서 허리를 곧게 유지하면서 왼팔과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린다. 이 상태를 6초간 유지한다.

    ▲ 다리 들어 올리기 : 바로 누운 자세에서 양손을 깍지 끼고 머리를 살짝 받친다. 한쪽 무릎은 세우고 한쪽 다리는 들어 올려 6초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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