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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념논쟁의 발전적 결실을 위하여

거시적 비전, 구체적 대안으로 공공의 장에서 맞서자

  • 김호기 세대 교수·사회학 kimhoki@yonsei.ac.kr

이념논쟁의 발전적 결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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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논쟁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국 현대사 해석은 물론 현 정권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 논쟁의 폭이 넓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고, 20세기의 이념 대립 구도로 후퇴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가.
이념논쟁의 발전적 결실을 위하여

4월26일 발족한 뉴라이트 재단에는 자유주의연대, 뉴라이트싱크넷, 교과서포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념논쟁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2004년 가을 뉴라이트(New Right)가 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우파(右派)를 혁신하자는 다양한 흐름이 나타났으며, 올해 초에는 좌파(左派)를 갱신하자는 뉴레프트(New Left)가 출범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비판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출간됨으로써 좌파와 우파 간에 가시 돋친 설전(舌戰)이 벌어지고 있다. 이 이념논쟁은 식민지 시대부터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의 해석은 물론 현재의 정치 세력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쟁점을 포괄하고 있다. 그만큼 논쟁의 폭이 넓다.

주목할 것은 이런 이념논쟁에서 뉴라이트의 위상과 뉴레프트의 위상이 사뭇 다르며, 논쟁 구도 또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우파 내에서 뉴라이트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반면, 좌파 내에서 뉴레프트의 흐름은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 또한 뉴라이트 내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뉴라이트재단 등 그 지류가 다양한 반면, 뉴레프트 내에는 스스로 뉴레프트라고 나서는 단체가 거의 없는 편이다. 좋은정책포럼이 흔히 뉴레프트의 대표주자로 꼽히지만, 구성원들 사이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 사회의 이념 구도가 갖는 복합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와 우파의 대립은 광복 직후 본격화했다가 남북분단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좌파가 사실상 불허되어 수면 아래 잠복했다. 이 대립이 다시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이다. 이후 좌파를 포함한 민주화 세력은 민주화 과정과 사회운동을 주도해왔으며, 바로 이 점에서 좌파에 대한 내재적 비판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좋은정책포럼, 희망제작소, 세교연구소 등이 언론에 의해 뉴레프트로 분류되고 있지만, 정작 이 단체들이 뉴레프트를 자칭하지 않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념적 분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념이란 현실의 반영이자 조타수다. 그동안 우리 현실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변화해왔으며, 이 변화는 이념의 변신을 요구했다. 세계화 시대에 박정희식 발전모델이 유효하지 않다면 새로운 우파 모델을 모색할 수밖에 없으며, 민주화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면 이를 넘어선 새로운 좌파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런 이념의 전환 또는 이념 구도의 변화 과정에서 이념 사이의, 이념 내부의 논쟁이 활기를 띠게 되는데, 최근의 상황은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의 변화, 이념의 변신 촉구



최근 이념논쟁에서 깃발을 먼저 든 쪽은 뉴라이트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우파가 내세운 이념적 정체성은 크게 보아 네 가지다. 남북관계보다는 한미관계를 중시하는 대외전략,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성장주의, 시장의 원리보다는 국가의 개입을 중시하는 발전국가론, 공산주의를 거부하는 반공주의가 그것이다. 문제는 1980년대 이후 이런 우파 이념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지가 점차 감소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1980년대 대학을 다닌 386 세대와 1990년대 대학을 다닌 신세대는 우파가 갖는 권위주의와 보수주의에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1997년 대선(大選) 이후 치러진 여러 선거에 반영되어 나타났다.

이런 상황의 변화가 우파의 내적 분화(分化)를 가져왔다. 2002년 대선을 경험하면서 우파 내에서는 전통적 우파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우파의 변화를 모색하는 흐름이 등장했다. 우파는 개발독재적 우파와 신자유주의적 우파로 분화됐는데, 최근에 등장한 뉴라이트는 후자의 흐름을 대변한다. 뉴라이트를 주도해온 자유주의연대를 중심으로 이들의 이념을 보면 ‘시장 주도형 경제, 한미동맹의 강화와 북한의 민주화, 기회균등 보장과 빈곤 해소, 법치주의와 사회적 공동선(共同善)의 실현’ 등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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