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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영향’이 되고픈 최첨단 팝 아티스트 낸시 랭

“난 ‘화학반응’을 추구해요, 현대미술은 더 새로울 게 없으니까”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긍정적 영향’이 되고픈 최첨단 팝 아티스트 낸시 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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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공교롭게 ‘오보(誤報)’라는 주제로 시작됐다. 그간 자신에 대한 오보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제가 하지 않은 말에 따옴표 처리까지 한 것을 보면 정말 화가 나죠. 제 말에 대한 기자의 생각을 따옴표 안에 넣는다든지 하는 것 말이에요. 또 ‘안티’가 확 생겨날 수 있을 만큼 제 발언을 도발적으로 각색하는 경우도 있고요. 인터넷 기사는 정정요구를 한다 해도 지면으로 나간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서 항의도 안 해요. 책임은 결국 저한테 와요. 사람들은 오해하고 전 기사에서 말한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정말 속상한 일이죠.”

오보를 걱정할 만큼 대중적인 아티스트는 드물다. 한 평론가는 그를 빗대 ‘21세기형 작가’라고 표현했다. 자기 PR에 능한 예술가라는 의미가 담겼다. 인터뷰, 방송출연 등 가외활동 덕분에 아티스트로서 그의 자질이 뻥튀기됐다는 평도 있다.

“그동안 작품 PR은 갤러리에서 해왔어요. 저는 그 역할을 직접 하는 거죠. 작가가 쌓아온 히스토리가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다른 활동으로 낸시 랭이 알려지면 당연히 작품값이 오르는 거죠. 가령 의미 없어 보이는 끄적거림이라도 그게 피카소의 것이라면 엄청난 가치가 있듯이.”

그는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예술가는 왜 유명하면 안 되냐고, 왜 갤러리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느냐고.



“작가가 작품을 하는 건 자신의 작품세계를 찾고 싶고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에요. 당연한 욕망이죠. 그게 없다면 전시할 필요가 없죠. 자기 방에서 자기만 봐야지. 작품을 팔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하죠. 땅 파면 물감 살 돈이 나오나요?”

‘가벼운 예술’

유명세와 더불어 안티 팬도 얻었다. 낸시 랭의 안티팬은 진지하다. 낸시가 “고흐 같은 가난한 아티스트는 싫다” “예술은 깃털처럼 가벼워야 한다”고 하면 그들도 날카로운 촌평을 쏟아낸다. ‘안티무명인’은 낸시 랭 홈페이지에 이런 요지의 글을 남겼다.

‘고흐처럼 우울한 삶을 살고 싶은 예술가는 없다. 낸시는 무명 아티스트들까지 고흐같이 취급하며 상처를 준다’ ‘대중문화가 팝 아트보다 더 재미있고 다양한데 굳이 예술까지 상품화하려는 이유가 뭐냐. 낸시의 모방과 디씨인사이드의 패러디, 낸시의 섹시 퍼포먼스와 코스튬플레이의 차이가 뭔가. 새로움이 없으니 대중매체를 활용해 단기간에 이름을 알리려는 것 아닌가. 언론플레이는 그만하라’ ‘장난 같은 쇼로 대중문화를 흉내 내는 건 결과적으로 대중문화를 조롱하는 처사다’ ‘기존 미술계를 적으로 설정한 속보이는 공격적 홍보는 관둬라’….

논쟁은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닿아 있다. 낸시 랭이 생각하는 예술은 이렇다.

“저는 갤러리 안에서만 작업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콘셉트로 저만의 작품세계를 펼치고자 해요. 패션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고, 작품과 결합해 자선파티를 하죠. 새로운 화학반응을 추구합니다. 왜냐고요? 현대미술은 더는 새로울 게 없어요. 개인적으로 볼 때 팝 아트도 앤디 워홀이 거의 모든 것을, 그것도 하이 퀄리티로 해서 제가 달리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비판자들은 낸시 랭의 작품이 가볍고 조악한 조합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팝 아트는 자본주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이용하는 장르예요. 제 작품 ‘터부요기니’는 건담, 루이비통 가방, 어린아이 얼굴, 예일대 로고 등 누구나 아는 것들로 이뤄져 있죠. 익숙하니까 평가할 거리가 있는 거예요. 추상적인 작품이라면 할 말이 없죠. 철학적으로 들어가면 무식한 티가 날까 봐.”

-노출 의상과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요. 거꾸로 관능미를 전시장으로 끌어들여 그 의미를 승격시켰다는 호평도 있고요.

“여성성을 염두에 둔 적은 없어요. 그냥 제 세계를 펼쳐 나갈 뿐이죠. 옷차림은 취향이에요. 저는 보통 키에 그리 예쁜 얼굴도 아니지만 작품에선 섹시함과 순수함이 공존하는 느낌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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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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