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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요 아닌 선택, 그러나…

‘노동하는 섹슈얼리티’

  • 민가영 홍익대 강사· 여성학 / gendertrouble@hanmail.net

강요 아닌 선택,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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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매매에는 본질적인 피해자와 희생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만드는 ‘규정’이 있을 뿐이라고 누누이 이야기한다. 이론가들에게는 성매매가 개념일 수 있지만 직접 이 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현장이며 삶의 문제다. 현재 성매매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닌 ‘새로운 질문’이다. 이 책은 성매매를 다양한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다.

다른 임노동과 성매매의 차이

그러나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노동’으로서의 성매매, 성매매 여성의 ‘선택권’에 대한 논의는 성매매가 놓인 맥락-노동시장의 성차별, 성적 이중규범, 여성들의 성적 등급화-과의 결합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모토로 내세우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유연성의 지배를 받는다. 정년이 보장되는 직종은 거의 사라졌다. 많은 샐러리맨은 40대 중반이면 퇴출되는 처지에 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성매매가 노동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수요와 공급이 있다는 소리다.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의 정년을 몇 살 정도로 생각할까? 30대? 20대? ‘티켓’ 다방에서 20대 중반이면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는 나이다. 성매매 여성의 ‘정년’은 성매매에서 무엇이 교환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이 지적하듯 자본주의에서 임노동은 노동력으로부터 노동을 분리해 상품화한다. 그것이 발생하는 가치에 따라 교환의 정도가 결정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 교육을 더 받고 영어 공부에 목숨을 걸고 인턴십을 하며 토익 점수 올리기에 혈안이다. 어떤 개인이 가진 토익점수와, 어떤 개인이 가진 몸은 무언가를 교환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토익 점수와 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간단하다. 토익 점수는 약간의 노력으로 계속해서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자원이 되지만 몸이 가치를 창출하는 기간은 현저하게 짧다. 노력으로 유지하거나 기간을 연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토익점수와 성매매 여성이 가진 몸의 차이는 성매매가 다른 임노동과 동일선상에서 취급될 수 없는 특수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아직까지 성매매를 하는 많은 여성은 낮은 계급 출신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다른 질문 하나. 그 여성들과 비슷한 계급 출신 남성들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비슷한 계급의 여성과 남성이 다른 경로의 일을 선택하는 것은 이들에게 열려 있는 노동시장의 종류가 다르게 구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선택권’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이 갖추어진 뒤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예컨대 반찬이 세 가지 차려진 밥상에서 하나를 집을 때의 선택권과, 반찬이 10가지 차려진 밥상에서 하나를 집을 때의 선택권은 같을 수 없다.

성매매를 ‘노동’의 문제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각각에게 열린 노동시장 간의 불균형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매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현재의 ‘선택권’은 남성에 비해 제한된 조건에서의 선택권이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과 하지 않는 여성 사이의 구분-매춘 여성/어머니-은 존재하지만 남성들 사이에 성을 사는 남성/아버지의 구분은 없다. 남성은 권력이 강할수록 섹스할 수 있는 여성의 숫자가 많아지지만 여성은 권력이 약할수록 많은 남성과 섹스하게 된다. 이렇듯 성매매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중적 성규범을 기반으로 작동된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이 책이 지닌 미덕은 성매매 여성의 행위를 타자화하지 않고, 그렇다고 성매매를 지속시키고 싶은 남성 중심적 욕망에 동원되는 것도 아니면서 진지하게 성매매 문제와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신동아 200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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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영 홍익대 강사· 여성학 / gendertroub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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