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곡산 조망권인 죽전지구 초입의 건영아파트 59평형, 반도보라빌 73평형 등 상당수 중대형 평형 아파트는 최근 평당 1700만~2500만원대를 유지해 인근 분당 구미동의 비슷한 평형 아파트들보다 비싼 느낌이다. 포스홈타운이 그렇듯, 이곳 아파트 또한 2년 전 입주 때에는 평당 800만원대 수준이었다. 이 아파트들은 판교 분양 외에 내년 2학기부터 신입생을 받는다는 단국대 캠퍼스가 국지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죽전동 호박공인 김성규 사장은 “세금폭탄이다 뭐다 해서 매매가 전반적으로 한산하지만, 단국대 근처 중대형 평형은 가격대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국대가 주민들에게 ‘대학’이란 의미보다 ‘운동을 할 수 있는 녹지공원’으로 인식될 뿐 아니라 조망 소재로도 골프장 못지않게 좋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흥구 동백동 중개업소들에서 관찰한 상황도 죽전의 경우와 비슷했다. 흔히 ‘동백지구’로 알려진 이곳도 거래 자체는 비교적 가라앉았지만 호가의 ‘이상 고가(高價) 현상’은 뚜렷했다. 입주 반 년이 넘도록 아직 입주민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으나, 이곳 아파트 소유자와 중개업자들은 8월의 판교 신도시 중대형 평형 분양계획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듯했다.
판교에 당첨되지 않은 ‘실망 청약자’들이 큼직한 새 아파트가 많은 동백지구로 대거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동백동 소망공인 윤희정 사장은 “겉보기에만 집들이 텅텅 빈 것 같지 실제로는 물건이 별로 없기 때문에 팔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8월에 판교 중대형 평형 분양이 시작되면 집값이 분당, 죽전, 수지, 동백과 박자를 맞춰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매도 희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
인근의 석성산과 호수공원 등에 대한 조망이 압권이라는 신영프로방스 59평형은 호가가 9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아직 입주 전으로,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 분양자의 등기비용과 각종 부대세금을 다 물어야 하는 조건이라서 실제 구입비는 11억원에 이른다.
2년 반 전에 4억5100만원이던 분양가에서 입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너끈히 2배가 오른 셈. 59평형은 모두 ‘펜트하우스’ 개념으로 동별로 최상층부인 27~30층에만 포진한 데다, 15가구밖에 없다는 희소성도 시세상승을 이끄는 데 한몫한다.
지난 6월에는 동백지구에서 죽전지구를 통과해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으로 이어지는 연장 10km 4차선 직행도로가 준공됐다. 이 때문에 동백에서 서울로 오가는 출퇴근 길 시간이 평소보다 20분 이상 단축됐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하지만 심야할증 시간에 서울 광화문에서 택시를 타고 가면 5만원 가까운 요금이 나올 정도로 ‘절대 거리’는 무시할 수 없다. 동백지구 건설시행업체에서 말하는 지도 상의 최단거리는 강남에서 25km이지만, 실제로 차를 몰고 정해진 도로를 따라 강남역 부근까지 가서 계기판을 보면 40km가 넘을 때도 많다. 그러니 아무리 새 아파트라고 해도 매수자에겐 이곳 아파트값이 서울에서 비슷한 거리로 떨어져 있는 다른 수도권 외곽지역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버블 세븐? 나쁠 것 없지”
경기 용인시가 ‘강남’이나 ‘분당’ 같은 이름과 함께 부동산시장의 선두그룹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1990년대 초반 준농림지역의 개발허가가 떨어지기 전, 많은 곳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을 때만 해도 용인에는 주로 골프장, 명당 묏자리, 주말별장 같은 특수용도 개발사업이 있었을 뿐, 주거단지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개발된 ‘수지지구’가 중앙무대에서 통하는 브랜드로 알려졌으나, 이곳 역시 ‘난개발’ ‘교통대란’ 등의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시장에서는 저평가를 받아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던 용인이 최근 정부로부터 ‘대박 후보지’로 공인되다시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청와대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 안양시 평촌과 함께 용인을 ‘버블 세븐’으로 지목한 게 발단이 됐다. ‘집값에 거품이 많이 끼었으니 빨리 팔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논리지만, 지금은 ‘버블 세븐’이란 단어만 남았고, 그 의미는 ‘집값 오르는 동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정책 입안과 추진에 있어 워낙 신뢰가 떨어진 정부에 그 귀책사유가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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