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자 동인인 ‘여성동아문우회’ 소속 소설가 15인이 결혼을 주제로 쓴 단편을 모은 소설집. 표제작 ‘로맨스 소설 읽는 아내’는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낀 30대 후반의 여성이 커피숍에서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라쇼몽 아래에서’는 누군가에게 맞아 의식불명이 된 여성을 둘러싸고 남편과 친정 부모, 시어머니 등 주변인물이 자신의 처지에서 제각각 진술하는 내용. ‘청계천’은 아내와 별거하면서 청계천변의 십대 ‘조건녀’에게 빠져든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밖에도 내 이야기 같고 내 친구의 이야기 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동아일보사/288쪽/8800원
북한군사문제의 재조명 함택영 외 지음,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엮음
북한의 안보·국방 정책과 군사력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책. 김광수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조선인민군의 발전과정을 총체적으로 조망했고, 경향신문 이대근 기자는 북한의 당·군 관계와 선군정치에 관한 연구에서 비교사회주의 접근방법을 강조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성채기 연구실장은 북한 ‘군사경제’의 실체를 추정했다. 함택영 북한대학원 교수와 서재정 코넬대 교수는 북한의 군사력 및 군사위협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했다. 한용섭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분석했으며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미치시타 나루시게 선임연구원은 북한 군사력의 외교적 활용에 대한 사례분석을 했다. 한울아카데미/496쪽/2만8000원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기술 HT 이승헌 지음
‘아이 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의 저자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이승헌 총장의 신간. 우리 모두가 자기 삶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휴먼 테크놀로지(HT)’를 소개한다. HT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외부에서 치료법을 찾으려 했던 습관을 버리고 자연적 치유법을 배워 가벼운 질병은 스스로 다스리거나 예방하는 등 일상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우리 안에서 찾으려는 태도다. 저자는 쉽게 배울 수 있는 명상, 호흡, 지압, 기체조와 같은 전통건강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뇌호흡’ ‘HSP 정충호흡’ 같은 뇌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HT운동이 가정에서부터 일어나야 함을 강조하며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한문화/256쪽/9800원
인류의 미래사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23세기를 눈앞에 둔 2200년, 노(老)역사학자 피터 젠슨이 열 살짜리 손녀 잉그리드에게 들려주는 21세기와 22세기 지구의 역사가 이 책의 내용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세계를 뒤덮은 1995년부터 인류를 파국으로 몰아간 2044년 제3차 세계대전과 전지구적 사회주의 체제의 탄생과 붕괴, 아나키즘 체제의 공동체 사회로 나아간 2200년까지의 역사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그래프와 도표로 이루어진 객관적인 역사가 아니라, 역사학자 한 개인의 시각이 반영된 주관적 역사이자 몸으로 겪은 생생한 체험의 역사이다. 인류의 역사임과 동시에 젠슨가(家)의 6대에 걸친 가족사인 것. 화자인 피터 젠슨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았던 증조부부터 세계당 시절에 젊은 시절을 보낸 자신과 공동체 사회를 살아가는 손녀까지 가족들의 구체적 삶을 편지와 일기, 논쟁, 상담 기록, 소송 기록의 형태로 보여준다.
기존의 미래서가 대부분 급격히 변화된 세계 체제와 삶의 형태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책은 각 사회마다 존재하는 문제점을 고민하고 그 모순에 이의를 제기하고, 대안을 생각해내는, 자유의지를 지닌 미래 인간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아나키즘 철학을 바탕으로 성립한 세 사회의 형태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 또한 이 책의 강점이다. 각각의 체제가 지닌 장점과 단점을 세심하게 탐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양인/476쪽/1만8000원
Mr. 김정일, 차 한 잔 하실까요? 김현경 지음
MBC 김현경 북한전문기자의 에세이. 1989년 아나운서로 ‘통일전망대’를 진행하며 북한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껏 북한 취재를 계속하고 있는 김 기자의 젠 체하지 않는 글은 “통일과 북한 이야기라면 신물이 난다” 하는 사람들도 반가워할 듯하다. 1994년 민간인에게 지급할 방독면도 없는 상태에서 검토된 한반도 전쟁계획 ‘작계 5027’, ‘저질렀다’는 표현이 적절한 금강산 관광계획, 무모하리만큼 저돌적이었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남북정상회담 같은 역사적 현장을 되짚으며 남북관계 변화의 궤적을 살펴본다. 저자는 같은 생활권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유럽연합식’ ‘사실상의 통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한얼미디어/256쪽/1만원
영국 BBC 다큐멘터리 행복 리즈 호가드 지음, 이경아 옮김
출근길 행복하세요? 알렉스 로비라 셀마 지음, 김수진 옮김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보편적인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기쁨을 느끼는 능력을 향상시킬 비결은 있다. 두 권의 책이 그 비결을 알려준다.
2005년 5월, 영국의 작은 도시 슬라우에서 독특한 실험이 진행됐다. 6명으로 구성된 행복위원회가 슬라우 주민을 대상으로 심리학 의학 사회학 분야의 최근 조사를 통해 얻어진 행복학 이론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본 것. 3개월에 걸쳐 계속된 이 실험은 4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BBC를 통해 방영됐다. ‘영국 BBC 다큐멘터리 행복’은 이 프로그램에서 얻어진 성과들, 즉 실험에 참여한 슬라우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행복학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실험으로 입증된, 행복의 실천적 방법들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출근길 행복하세요?’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열심히 일하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한 남자의 일기 형식을 띠고 있다. 밀려오는 짜증을 어쩌지 못하던 주인공은 우연히 어린 시절 일기를 발견하고,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이 일기는 자신을 찾아가는 긴 여행의 보고서다. 베스트셀러 ‘행운’의 공저자인 저자는 현대인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하며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내면과 대화하면서 인생 항로를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예담/424쪽/1만7000원, 21세기 북스/280쪽/1만원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 지음, 조중빈 옮김
1978년 ‘리더십 강의’를 펴내며 리더십을 하나의 학문 분야로 개척한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역사학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책. ‘리더십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리더십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쉽게 풀어 썼다. 원시 아프리카의 부족장에서 미국혁명 시기의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엘리자베스 1세에서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간디, 루스벨트,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리더십의 역사적 사례를 좇으며 리더십의 본질과 그 진화, 비전을 살핀다. 저자는 “리더십을 인간의 욕구와 사회 변화라는 가장 어려운 문제의 본질을 밝히는 학문 중의 학문”이라 칭하며, “리더십에 가치중립은 없으며 리더십이란 도덕적 필연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식의 날개/340쪽/1만5000원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 에바일루즈 지음, 강주헌 옮김
이 책의 주인공은 오프라 윈프리다. 그러나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인 저자는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오프라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간 오프라를 사회·문화적 분석에 집중해서 다룬 책이 여럿 있지만 이 책은 문화 분석의 전통적인 모델로서 오프라라는 인물을 완전히 설명하는 데 번번이 실패한 이유부터 살펴봄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한다. 저자는 ‘오프라 윈프리 쇼’의 대본, 오프라 윈프리의 전기와 기사, 오프라가 발행하는 잡지, 오프라 윈프리 쇼 웹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분석함으로써 ‘오프라 윈프리 페르소나’가 미국 문화계에서 어떤 구실을 해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스마트비즈니스/392쪽/1만5000원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 글·기영노, 그림·이정태
연일 전파를 탄 월드컵 뉴스를 보면서 ‘아주리 군단’ ‘전차 부대’ ‘포백과 스리백’ ‘A매치’ 같은 용어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어린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만한 책. 스포츠 평론가인 저자는 신문과 뉴스에 자주 나오는 스포츠 용어에 대한 설명과 함께 경기 규칙, 스포츠에 얽힌 역사적 사건 등 시사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어린이 책들이 스포츠 종목에 대한 백과사전식 설명을 나열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책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시사 상식을 중심으로 내용을 추렸다. 월드컵뿐 아니라 올림픽,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골프, 이종격투기, 그 밖에 테니스, 마라톤, 미식축구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가나출판사/192쪽/8500원
돈이 되는 미술 김순웅 지음
전문 컬렉터뿐만 아니라 미술에 관심 있는 일반인까지 미술품을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서울옥션 대표를 역임하고, 지난해 K옥션을 설립한 김순웅 대표가 미술품 컬렉션의 첫걸음부터 투자 실전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어 투자 대상으로 미술품에 관심을 돌린 사람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될 듯하다. 저자는 현 시점에서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얼마의 돈으로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 각광 받는 대표적인 블루칩은 누구의 작품인지, 인기 요인은 무엇인지, 미술품 경매에는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각 장 끝에는 ‘색이나 형태보다 주제와 양식을 따져봐라’ 같은 팁을 정리해놓았다. 학고재/264쪽/1만2000원
부와 권력을 찾아서 벤저민 슈워츠 지음, 최효선 옮김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한 중국학 권위자 벤저민 슈워츠가 중국의 선구적 계몽사상가 엄복(嚴復)의 삶과 그의 눈에 비친 서구사상의 가능성과 한계를 되짚은 책. 아편전쟁 이후 서구열강에 에워싸여 ‘종이호랑이’가 된 중국의 운명을 걱정한 지성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전통적 교육을 받은 엄복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서양 학문을 익힌다. 영국에 유학해 서양문물을 접한 그는 ‘서양이 이토록 부강해진 비결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모든 탐구의 근원으로 삼는다. 중국이 부강해지기 위해선 서양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근대 서양사상의 원천으로 꼽히는 저서들을 중국어로 번역해 소개했다. 엄복은 동양과 서양의 결정적인 차이가 물질주의와 정신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의 문제라고 구명했다. 서양에서는 인간의 에너지를 고양시켜 찬미했고, 사회 문제에 모든 사람이 관심을 기울였던 반면 중국은 황제와 극소수 관리만이 사회 문제에 관여했다는 것. 또한 중국은 고대를 아끼고 현대를 소홀히 한 데 반해 서양은 옛것을 극복하기 위해 새것을 강조한다는 중요한 차이도 발견한다.
이 책은 중국인 엄복이 본 서양을 서양인이 다시 본다는 점에서 ‘자기 문화 다시 읽기’다. 저자는 동서양의 특수성과 연관성을 동시에 주목하면서 근대화의 문제, 산업사회에서의 자유·평등·민주주의 이념이라는 공통적 문제를 중심으로 비판적 자기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 한길사/352쪽/1만8000원
대한민국의 기원 이정식 지음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축적한 연구 자료와 1990년대에 발굴된 스탈린의 1945년 9월20일 지령, 슈티코프 미소공동위원회 소련 수석대표와 레베데프 소련군 연해주관구 제25군사령부 정치위원의 비망록을 바탕으로 광복 전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미국·소련의 한반도 정책과 그 영향을 분석한다. 이와 함께 소련과 미국의 정책이 이승만 김구 김규식 여운형의 정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1980년대 이후 학계에서 분단과 분단 고착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경향이 짙었던 것은 미국 정부의 문헌과 자료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했던 반면, 소련 자료는 거의 구할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일조각/496쪽/3만원
마음이 단순해지는 선화 김홍근 지음
일반적으로 선화란 불교에서 ‘스님들이 수행을 목적으로 그리는 그림’ 또는 ‘마음속 수행의 경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선화는 ‘일상 중 무심코 마주치는 무심한 그림’을 가리킨다. 스페인에서 옥타비오 파스와 보르헤스를 연구한 문학박사이며 다석 유영모의 사상연구모임 ‘다석사상연구회’에서 활동 중인 저자는 ‘나’를 찾아 떠난 문화유적답사 여행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풍경들과의 교감을 감각적인 글로 표현했다. 서산 개심사 범종각의 무거운 지붕과 종을 받치고 있는 휘어진 나무, 백담사 새 법당의 유리 문짝에 비친 뒷산의 숲 등 ‘살아 있는 그림’들을 펼쳐 보이면서. 마음산책/184쪽/1만2000원
올댓와인 조정용 지음
와인경매회사 아트옥션 대표인 저자는 독자에게 와인을 “두려워 말고 즐기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여러 번 들어도 헷갈리기만 하는 포도 품종이나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라벨 독해법, 쉽게 엄두내지 못할 와인기행을 뒤로 미루고 와인을 제대로 고르는 법부터 시작해 저렴하게 분위기 내며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기에 자신들만의 고집과 철학으로 독특한 와인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세계를 주름잡는 와인 평론가들이 최고로 꼽는 와인들, 원산지를 중시하는 구세계와 포도 품종을 중시하는 신세계, 보르도 병과 부르고뉴 병이 생김새가 다른 이유, 코르크의 구실 등 와인과 친숙해지도록 돕는 이야기들이 더해진다. 해냄/468쪽/1만9800원
귀신론 고야스 노부쿠니 지음, 이승연 옮김
여름이면 으레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가 인기몰이에 나선다. 귀신은 정말 있을까? 그러나 일본 사상사학계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고야스 노부쿠니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문제는 귀신이 아니라
귀신론”이라고 말한다. “이제 귀신에 관한 몽롱한 개념 좇기를 그만두고 ‘누가 무엇 때문에 귀신을 어떻게 논했는지’, 귀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담론 속에 감추어진 사상사의 지형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공자에서 출원해 송대의 신유학과 조선의 퇴계를 거쳐 도쿠가와(德川) 막부 시대 이후 일본에서 현란하게 펼쳐진 귀신론을 추적한다. 저자는 유교적 전통의 귀신론이 일본의 전통적 귀신숭배문화를 신도(神道)로 합리화한 국학으로 전이되어 결국엔 야스쿠니 신사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역사비평사/248쪽/1만2000원
한국전쟁-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 정병준 지음
이 책은 역사적 사료를 따라 한국전쟁이 형성되어온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가 기원이나 배경, 원인 같은 단어 대신 ‘형성’이란 단어를 택한 것은 한국전쟁이 ‘특정 시점, 특정 세력에 의해 돌출적으로 창조·결정된 산물이 아니라 미소·남북·좌우의 대립과 길항 과정 속에서 형성된 결과물’이라는 견해를 보여준다. 저자는 6·25전쟁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전쟁사 연구의 기본에 해당하는 1948년 이래 남북한군 병력 현황, 1948∼50년 38선 충돌 현황 등을 정리했다. 대부분의 6·25전쟁 관련 서적이 전쟁의 결정 시점과 주체, 스탈린과 김일성의 관계에 집중한 나머지 1949년 자료를 충분히 해독·활용하지 못했던 반면 이 책은 구소련 문서 중 1949년 38선 충돌 및 남북관계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폭넓게 활용했다. 또한 북한 노획 문서, 그중에서도 1990년대에 공개된 신노획 문서를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저자는 미국 소련 북한 3개국의 자료를 교차·분석함으로써 1949년 벌어진 38선 충돌 사태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있다.
이 책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오랫동안 한국군의 북침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증거로 활용됐던 ‘해주점령설’의 허구성을 밝혀낸 것이다. 6월25일 당일 육군본부의 해주 공격 명령이 있었으나 이미 북한군의 대규모 공격이 있은 후에 내려진 방어계획이었으며, 실제로 해주 공격은 없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돌베개/816쪽/3만8000원
신국부론 좌승희 지음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재직시 정부의 경제정책을 맹공격했던 좌승희 서울대 초빙교수는 “현 정부가 평등주의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한국 경제가 퇴보하고, 한국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한다. ‘차별화와 발전의 경제학’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저자는 ‘세상은 열심히 노력해 성공하는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대하는 차별화의 장이기 때문에 원래 불평등하다’고 전제한 뒤 시장의 자생적인 차별화 기능을 강화해 스스로 노력하는 국민을 우대해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박정희 식 한국경제의 성공요인을 철저한 차별화 원리에서 찾는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박정희 식 관치차별화나 평등화가 아니라 시장에 의한 차별화라고 강조한다. 굿인포메이션/352쪽/1만5000원
귀농 길잡이 전국귀농운동본부 엮음
귀농한 지 5년이 넘은 농부 20여 명이 그간 부딪치고 깨지고 땀 흘려 터득한 시골살이 노하우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시골로 내려가기 위한 준비부터 벼농사·밭농사·경제작물에 이르는 농사법, 교육·주택·의료 등 농촌에서 맞닥뜨릴 문제에 대비해 알아둬야 할 것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놓았다. 야무지게 땅 고르는 방법, 시골학교 대안학교 가정학교(홈스쿨) 등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 집 짓고 고치는 법, 나물 해먹기와 장 담그기 같은 살림살이 정보, 침뜸·발포요법 같은 몸 돌보기 방법도 일러준다. 전국귀농학교 현황과 귀농에 도움이 되는 책과 귀농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소개해놓았다. 소나무/344쪽/1만2000원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으로 서양문물이 밀려들면서 일본인의 식탁도 완전히 개방됐다. 어쩔 수 없이 개방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식인이 앞장서 육식을 장려하고 서양요리를 보급했다. 서양인의 체격에 주눅든 지도자들은 서양 음식과 문명을 섭취해 ‘서구를 따라잡아 서구를 뛰어넘자’고 외쳤다. 위로부터의 강요는 아래로부터의 ‘음식혁명’을 가져왔다. 1200여 년 동안 육식을 금했던 일본인은 육식을 받아들이되 일본식으로 조리해 ‘전골’과 ‘스키야키’를 만들어냈다. 서양의 커틀릿은 젓가락으로 밥과 함께 먹는 돈가스로 변형됐다. 이 책은 이처럼 일본의 독특한 음식을 통해 일본의 근대문명사를 살펴보고 있다. 뿌리와이파리/292쪽/1만3000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 패트리샤 슐츠 지음
전세계 곳곳의 ‘꼭 가야 할 곳’을 유럽, 아프리카, 중동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태평양의 섬들, 미국·캐나다,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바하마 군도·버뮤다로 나누어 안내하는 ‘여행 사전’. 여행 칼럼니스트 패트리샤 슐츠는 자신이 직접 발로 누빈 수많은 여행지 중 1000곳을 골라 집필하는 데 꼬박 7년이 걸렸다고 한다. 히말라야 산맥에 에워싸인 무스탕왕국에서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街)까지, 시카고 시민이 즐겨 찾는 ‘슈퍼도그’에서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북극해 쇄빙선 크루즈에서 아프리카 오카방고 삼각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각 대륙과 문화와 기후를 넘나들며 세계 곳곳의 풍광을 보여준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 중 한국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마고/1128쪽/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