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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듀! 월드컵

‘16강 신데렐라’ 호주 축구의 힘, 히딩크와 현대자동차

공격축구와 ‘현대 A리그’, 사커를 풋볼로 바꿔놓다!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lipsyd@hanmail.net

‘16강 신데렐라’ 호주 축구의 힘, 히딩크와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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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신데렐라’ 호주 축구의 힘, 히딩크와 현대자동차
그가 말한 ‘히딩크 매직’은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케이힐이 동점골을 터뜨린 직후 최전방 공격수로 교체 투입된 존 알로이지는 벤치로 달려가 히딩크에게 “이제 우리 중에 한 명은 미드필드로 빠질까요?” 하고 물었다. 일단 숨을 돌렸으니 안전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전술 변화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히딩크는 단호하게 “노”라고 했다. 그리고 “1대 1 무승부로 가는 건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이겨야 한다. 자, 승리를 향해 다시 몰아쳐라”고 독려했다.

두 번째 경기인 브라질전은 결과는 비록 0대 2 패배였지만 호주는 브라질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명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조별 예선 마지막 상대 크로아티아와 맞붙었다. 그런데 운명의 일전을 벌여야 할 두 나라 간에 얽히고설킨 문제가 있었다. 호주팀에 크로아티아계 선수가 7명, 크로아티아팀에 호주 태생 선수가 3명이나 있었던 것. 심지어 호주팀 주장 마크 비두카와 골문 앞에서 맞설 호주 출생의 크로아티아 골키퍼 조 디둘리카는 호주스포츠학교(AIS) 동기생이다. 두 사람은 비두카가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옆집에 살 정도로 절친한 친구 사이다. 그러나 비두카는 단호하게 말했다.

“두 나라 국가가 울리는 동안, 우리는 미묘한 감정에 젖어들겠지. 그러나 내일 하루만 우정을 접어두자. 나는 슛을 쏘고 너는 막는 거야. 그게 우리의 임무이고 축구선수다운 삶이다. 그 다음에 호주 국가와 크로아티아 국가를 함께 부르자.”

호주가 이민자의 나라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인데, 호주팀은 무려 8개국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다민족 팀이다. 아예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선수도 있고 이민 2세도 있다. 호주팀의 이런 사정을 정확하게 꿰뚫은 히딩크는 자신의 경력을 예로 들면서 프로정신을 강조했다.

“1998년 나는 네덜란드 감독이었고, 2002년에는 한국, 2006년엔 호주 감독이다. 지금 소속된 팀이 내 팀이고 오직 승리를 위해 뛰는 일밖에 없다.”



2006년 6월23일, 호주의 새벽은 ‘사커루의 날’로 눈부시게 밝아왔다. FIFA 랭킹 44위의 축구 후진국 호주가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마침내 ‘히딩크 매직’이 호주의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쓴 것이다. 16강 진출을 위한 승점 1점을 확보하기 위해서 총력전을 펼친 호주와 크로아티아는 3명의 퇴장선수(호주 1명, 크로아티아 2명)가 나오는 격렬한 공방 끝에 2대 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호주는 1승1무1패, 승점 4를 기록하며 F조 2위로 16강 고지를 밟았다.

6월23일, ‘사커루의 날’

호주는 크로아티아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히딩크 특유의 화끈한 공격축구를 펼쳐 축구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라는 것을 호주인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날 이후 호주인들은 축구사랑에 더욱 흠뻑 빠져들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히딩크의 작전은 오직 공격뿐이었다. 마치 뒤로 걷는 것이 불가능한 호주의 상징동물 캥거루와 이뮤처럼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 맞붙었을 때도 한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히딩크가 호주에 처음 와서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주말에 TV를 켜면 온통 럭비중계방송뿐이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사커는 싱거워서 보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던 것.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호주의 축구발전을 위해 ‘축구가 럭비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기’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히딩크가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이는 선수들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사커루의 훈련을 체력 다지기로 시작했다. 선수들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훈련을 시켰고,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는 과감하게 내쳤다. 그 결과 F조 조별 리그에서 만난 일본, 브라질,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특히 게임 종료 직전 8분 동안 3골을 내준 일본팀은 호주선수들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앞에 자멸하다시피 했다. 그야말로 ‘Never say di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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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lips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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