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깊이 남은 誤報 “푸틴 총리를 유력 대권주자로 보긴 어렵다” ● 1999년 연쇄폭발테러는 대선 승리 위한 러 정부 자작극? ● 푸틴 ‘부시장’의 협조요청 거절하고 뒤늦게 후회한 한국대사관 ● 한국 정보원 다섯 명, 러시아는 한 명 철수… ‘터프 외교’에 밀리다 ● ‘외교관 맞추방 사건’ 희생양 모이세예프의 딸, 한국기업 취직 퇴짜 ● ‘사건은 항상 휴가철에’…모스크바 외신기자의 악몽이 된 8월 ● 김정일 러시아 방문은 정상외교 아닌 ‘은둔자의 신비한 이벤트’ ● 10년 전의 허름한 암달러商 친구, 이젠 시의원 출마하는 지역유지 김기현 기자는 지난 13년 동안 모스크바에서 생활했고 그 가운데 8년을 특파원으로 일했다. 옛 소련이 붕괴하던 1990년대 초반부터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경제부흥을 가속화하고 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건과 사고, 급변사태가 러시아를 스쳐 지나갔다. 현대사를 장식한 주요 사건들을 현장에서 지켜본 그가 가슴속에 품고 있던 그 뒷이야기를 ‘신동아’ 독자를 위해 툭 털어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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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귀국한 필자에게 누군가 말했다. “노 정권 때 떠나서 노 정권 때 돌아왔구나.” 1993년 1월 노태우 대통령 시절, 2~3년을 기약하고 모스크바 유학길에 올랐을 때만 해도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뀐 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에 귀국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13년여 세월동안 한국은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한국이 변한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변한 것이 바로 러시아다. 필자가 모스크바를 떠나기 직전 전 동아일보 기자 한 사람이 러시아로 여행을 왔다.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된 그는 1997년에도 모스크바에 출장 온 적이 있다. 그는 9년 만에 다시 찾은 러시아의 변화에 놀란 듯 했다. 한국의 변화 못지않게 역사적인 체제변환을 겪은 러시아의 변화도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러시아 하면 1990년대 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떠올리기 일쑤다.
13년 러시아 생활을 돌아보니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몇몇 장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주요사건의 뒷면에는 늘 기사화하지 못한 얘기들이 있다. 지면사정 등 여러 가지 제약 때문이다. 모스크바에서지낸 시간을 정리하는 지금 그 이야기들을 독자와 나누고 싶다. 또한 여전히 진행형인 러시아의 대변혁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거대한 러시아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소개하려 한다.
호텔 1인실 1박에 70만원
지난 6월말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의 조사 결과 모스크바가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로 꼽혔다. 2위는 서울. 일본 도쿄와 영국 런던 등 전통적으로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들은 그 뒤를 이었다. 귀국 준비를 서두르는 필자에게 한 지인이 “물가가 좀더 싼 곳(?)으로 가게 돼서 좋겠다”는 농담을 건넸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스크바의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다. 모스크바를 여행해보면 이내 실감하게 된다. 우선 호텔비와 외식비부터 상상 못할 정도로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