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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이 전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그는 여전히 기타리스트 불러놓고 폭탄주 돌리는 풍운아”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이 전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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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대고독 상황에서 뇌 활동은 도리어 더욱 긴장된다’
  • 대방동 갈치구이집도 가고, 신라호텔도 가고…
  • “단전호흡 하면서 분 삭인다”
  • “청와대 386 참모들, 경제 공부 좀 해라”
  • 끊임없는 내사, 고발, 검찰 조사…그러나 ‘나온 게 없다’?
  • ‘오리지널 이헌재 사단’ 멤버는 이헌재에게 대드는 사람들
  • “그가 상황을 만들지 않고, 상황이 그를 만들 것”
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이 전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몇달 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취재하던 한 경제주간지 기자는 수사의 칼날이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향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전 부총리에 대한 인물탐구 기사를 쓰겠다고 편집장에게 보고했다. 편집장은 오케이.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회사 대표가 기자를 불러 말했다.

“이헌재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면 써라.”

결국 기자는 취재를 포기했다. 이 회사 대표는 경제부 기자 경력이 30년에 가까운 베테랑. 기자는 그만큼 이헌재를 알고 있다고 ‘감히’ 자신할 수 없었다.

이헌재(李憲宰·62) 전 경제부총리. 그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주저 없이 “이헌재를 잘 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에 관해 입 밖에 내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이헌재를 키웠다’는 김용환 전 의원도 “그는 남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무뚝뚝하게 전화를 끊었다. 이 전 부총리와 행정고시 동기이자 재무부에서 함께 사무관 생활을 시작한 신명호 한국 HSBC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골프나 같이 치는 친구”라고 한마디 하고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전 부총리가 한국신용평가 사장으로 근무할 때 능력을 인정받아 인연을 쌓은 이성규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나 서근우 하나은행 부행장도 말을 아꼈다. 이성규 전 부행장의 경우 이례적으로 이 전 부총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2004년 그는 ‘이헌재식 경영철학’이란 책을 펴내 이 전 부총리와의 인연 등을 책머리에 소개했다. 그러나 317쪽의 두툼한 책에 ‘이헌재’란 단어는 딱 세 번 나온다. 그도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묵묵부답이었다.



끝없는 정적

더욱이 지금은 이 전 부총리에게 극도로 예민한 시점이다. 검찰 소환을 앞뒀기 때문이다. 그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시비에 휘말려 출국금지조치를 당했다. 재경부 장관을 그만두고 김·장 고문으로 있을 때 김·장이 론스타의 법무자문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전 부총리가 김·장에서 월급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조사했다고 한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이 전 부총리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지금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는 엿볼 수 있었다. 거의 매일 이 전 부총리를 만난다는 측근 중 한 사람은 기자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이 장관은 지금 중국 혁명가가 쓴 ‘회상’이란 책에 심취해 있다.”

2003년 번역 출간된 ‘회상(나의 중국혁명)’이란 책은 왕범서란 트로츠키주의자가 중국에서 활동한 얘기를 일기 형식으로 기술한 자서전이다. 2002년 사망한 왕범서는 중국공산당과 사상투쟁을 하다가 여러 번 투옥된 인물로, 이 책에서 1919년 5·4운동부터 1949년까지의 중국 역사를 기술했다. ‘회상’이란 제목이 이 전 부총리의 요즘 심경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독서광(狂)인 그가 이 책에 심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고백이 나온다.

“조그마한 섬(마카오)에 칩거하게 된 지도 8년이 지났다. 나는 시종일관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변동을 주시해왔으며, 특히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에서 일어나는 변동에 주의를 기울였다. 생각이 정지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절대고독의 상황에서, 뇌의 활동은 도리어 더욱 긴장되었다. (중략) 몇 년 동안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 자리에는 끝없이 고요한 정적만이 찾아들었다. 고독은 사람을 우수에 젖게 만들고, 침체는 결국 사람을 뒤돌아보게 한다. 어떤 일과 어떤 사람들은 마음에 남아서 흡사 ‘목에 가시가 걸려 있는’ 것처럼 뱉어내지 못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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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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