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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전 합참 정보본부장이 본 북한 미사일 발사

“미사일 수출로 달러 챙기는 군부 강경파, 北 주도권 장악”

  • 정리·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박승춘 전 합참 정보본부장이 본 북한 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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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실패는 다단계 카드 확보용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발사 수십초 만에 추진력을 잃고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과연 기술적인 실패냐 의도된 실패냐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는 듯하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의도된 실패로 보는 것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점이나, 단거리 미사일을 먼저 발사하고 대포동 2호를 중간에 발사한 시간순서를 꼼꼼히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북한은 1998년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이번에는 미국 본토를 목표로 하는 미사일을 만들고 있음을 과시하면 그것으로도 목표하는 바가 충분히 달성됐을 것이다. 오히려 미사일이 제대로 날아가 충분히 사거리를 얻으면 그 후폭풍이나 미국의 강력한 반응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에 하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으로 대포동 2호가 격추되는 장면이라도 연출된다면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염려도 했을 것이다.

북한은 발사 이틀 뒤인 7월6일 외무성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사일 발사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정상적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앞으로도 계속 미사일 발사를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핵 카드를 활용해왔지만, 2005년 2월의 핵 보유 선언으로 거의 마지막까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은 단계는 오로지 핵실험뿐인데, 이는 최소한의 모호성마저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이므로 감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사일은 다르다. 앞으로도 계속 실험해가며 여러 단계로 잘라 카드로 쓸 수 있다. 미사일의 탄착점을 조금 더 길게 잡아가며 사거리를 늘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번의 실패는 앞으로 계속 써먹을 카드를 남겨두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본다.



미사일을 과연 발사할 것인지를 두고 북한 내부에서 적잖은 검토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당초 외신들은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이 6월18일에 대포동 2호가 발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이 무렵부터 실제 발사가 이뤄진 보름 남짓의 시간이 아마도 북한 내부의 고민이 정점에 다다른 시점이었을 것이다.

미사일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이 미국과의 기(氣)싸움이라는 것은 평양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이미 발사 징후를 포착해 공론화한 상황에서 발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강한 압박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내부적 권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실제로 대포동 2호를 최장 사거리로 발사했다가 미국의 MD 시스템에 의해 요격당하면 그 또한 뒷감당이 간단치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북한은 대포동 2호의 본격적인 성능과시를 ‘아껴두면서도’ 미사일 발사라는 파장은 유지하는 중간지점을 찾은 것이 아닌가 한다. ‘대포동 2호를 발사하되 멀리 날아가지 않게 한다’는 결론이다. 만일 대포동 2호만 발사하면서 제대로 사거리를 내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망신을 샀을 것이고 파장도 매우 작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했고, 덕분에 후폭풍은 적절히 제어하면서 시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軍이 黨에 ‘노!’ 하는 상황

조금 더 폭을 넓혀, 이번 미사일 발사를 5월25일 치르기로 했던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 행사가 북한측의 갑작스러운 취소로 무산된 것과 연결해 해석하려는 견해가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의 돌연한 취소는 북한 군부의 반대 때문이었다는 게 통일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남일꾼’으로 상징되는 노동당 관계자들이 철도연결과 경협확대 등 개혁·개방을 향한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면, 군부 일각에서는 이들을 견제하고 보다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목소리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번의 미사일 발사도 강경한 모험주의적 경향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군부의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미사일 발사라는 사안 자체가 군부가 담당하는 사업이고, 김정일 위원장이 이를 최종적으로 승인했다는 것은 군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수령 중심체제를 이끌어가는 두 수레바퀴는 조선노동당과 조선인민군이다. 김일성 시대에는 당(黨)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고 군(軍)은 당의 철저한 통제하에 있었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가 군의 모토였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는 군과 당이 이전에 비해 수평적인 위치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군은 당의 지시 대신 국방위원회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직접 통제를 받는 체제로 변화한 것이다. 박봉주 총리 등에 의해 매우 강력하게 추진되던 철도 연결을 군이 반대해 무산시켰다는 것은, 당이 하는 일에 대해 군이 ‘노!’를 외치는 상황이 됐음을 의미한다. 매우 의미심장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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