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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수혈감염 조사는 의혹투성이

빼고, 줄이고, 숨기고…헌혈자, 수혈자 함께 울렸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보건복지부 수혈감염 조사는 의혹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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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의 EIA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해도 1년이 되기 전에 다시 검사하면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정부가 2000년 4월1일부터 부적격 혈액을 수혈용으로 절대 출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도 이처럼 적십자사의 EIA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데다 간염 의심자의 혈액이 출고돼 수혈자를 감염시키는 사례가 외국에서도 빈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적십자사의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적십자사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되기 한 달 전인 2004년 2월26일, 간염 의심자의 부적격 혈액이 수혈용으로 공급돼 8명의 수혈자가 간염(B형 3명, C형 5명)에 감염된 사실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적십자사는 “2000년 4월 이후 EIA검사에서 간염 양성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간염의심 헌혈자 845명 중 66명이 실제 감염자였고, 이들의 혈액이 74회에 걸쳐 수혈용으로 공급돼 이 같은 수혈감염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적십자사가 2000년 4월 부적격 혈액의 유출이 법으로 금지된 이후에도 2004년 1월까지 간염 의심자의 혈액을 수혈용으로 공급하다 수혈사고를 일으켰다는 얘기다.

당시 적십자사는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다 ‘주간동아’(424호)가 이를 특종 보도하자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털어놓았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적십자사의 자체조사를 바탕으로 적십자사 혈액원장을 비롯, 직원 19명을 업무상 과실치상의 혐의로 벌금형에 처했다.

가난이 죄?

부적격 혈액 6만7691건이 유출됐다는 감사원의 충격적인 감사결과가 나오자 복지부는 곧바로 부적격 혈액 유출로 인한 수혈감염 조사에 착수했다.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이번에는 수혈감염 조사의 주체를 적십자사가 아닌 질병관리본부로 정했다.



수혈감염 조사의 주관 기관이 된 질병관리본부는 제주도 시범조사와 수혈자의 의무기록을 통한 1단계 조사(연세대 의대 등 13개 의대 참여)를 거쳐 지난해 11월21일 혈액검사기관인 A사에 2단계 조사용역을 맡겼다. 조사는 대상 수혈자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채혈한 후 간염 감염자임이 확정되면 혈액을 공급한 간염 의심 헌혈자를 추적해 진짜 간염 감염자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지난 4월 A사의 조사용역이 끝났지만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조사결과 발표를 계속 미뤘다. 공무원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혈감염 자문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발표를 미적거리던 질병관리본부가 6월19일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런 내용이었다.

‘수혈자 중 간염 검사 양성자는 89명이었고 그중 8명이 B형 간염에 감염된 것이 확인되었으며, 감염은 되었으나 수혈로 인한 것인지 명백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9명(B형 7명, C형 2명)이었다. 수혈감염 인과관계를 판정한 결과는 확정군이 2명(B형), 추정군이 6명(B형 6명), 의심군이 2명(C형), 배제불가군이 7명(B형)이었다.’

수혈감염 판정기준상 확정·추정군은 수혈감염이 ‘확인된 경우’로, 의심·배제불가군은 수혈로 인한 감염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로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확정·추정군을 수혈감염 ‘입증’으로, 의심·배제불가군을 ‘불입증’으로 가른 기준은 수혈자의 수혈 전 간염 감염 여부였다. 즉, 헌혈자가 현재 간염에 걸려 있거나 간염을 앓은 흔적이 있고 수혈자가 수혈 전에 간염을 앓았다는 증거가 없으면 확정·추정군, 수혈 전 간염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증거가 없으면 의심·배제불가군이 되는 것이다.

수혈 이전에 간염에 감염된 사람들은 당연히 수혈 감염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이는 수혈 이전에 운 좋게 간염 검사를 한 사람은 수혈 감염자로 ‘확인’받고, 간염 검사를 했지만 기록이 남아 있지 않거나 한 번도 간염 검사를 하지 않은 사람은 수혈 감염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것으로 분류된다는 의미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수혈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생명이 위독한 급성 환자들인데, 병원에 간염 검사 결과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해당 기록을 찾아내려는 조사 주체의 의지가 부족했거나 해당 병원의 의무기록 관리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오히려 해당기관이 수혈자의 감염이 수혈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간염 검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계층이 대부분인데, 이런 식으로 기준을 정한다면 가난한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는 가슴을 때려 간에 손상을 입혀놓고 ‘네가 예전부터 간이 안 좋았지 않냐’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혈자 간염 검사결과 양성자로 판명된 89명 중 수혈 전에 간염에 걸린 증거가 없는 12명이 수혈 감염자 판정군에서 통째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수혈 이후에 간염에 감염된 것은 확실하지만 이들에게 혈액을 준 헌혈자의 혈액을 채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혈 감염자에서 배제됐다. 이들에게 혈액을 준 12명의 헌혈자 중 1명은 행방불명이고, 7명은 조사 자체를 거부했으며 4명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다. 정식 조사기간 5개월 외에 1개월이 더 주어졌지만 질병관리본부나 조사용역기관 A사는 해외 거주자에 대한 조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고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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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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