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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신문법 판결 유감

국민의 자유와 권리 제한하는 결정… 승자는 없다

  •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 conlaw@hufs.ac.kr

헌법재판소 신문법 판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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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헌재의 판결내용은 결과적으로 위헌 소송을 낸 청구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신문시장의 적용범위를 중앙종합일간지와 지방일간지, 그리고 특수 일간신문 등으로 구체화하자고 요구해온 언론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넷째, 헌재 결정문이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방법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손질하는 방향의 보완 입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

다섯째, 언론발전 시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자랑이 아니라 사과해야

신문법의 제정 과정을 알거나 헌재 결정문을 꼼꼼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청와대의 이러한 해석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알 수 있다. 청와대가 일부 신문을 향해 왜곡보도하고 있다면서 청와대는 마치 진실을 이야기하는 척하지만, 청와대도 헌재 결정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정부의 승자인 척하는 자세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그 법률의 내용에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정되면 정부는 그에 대하여 사과하는 것이 순서다. 이것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민주정부의 자세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위헌 주장이 제기된 34개 조문 가운데 단지 4개 조문”이 위헌 결정되었다고 자랑 삼아 떠들고 있다.

더구나 위헌 결정된 조항은 신문법을 제정하면서 내내 논쟁거리가 되었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조항이다. 즉 흔히 조·중·동(조선·중앙·동아)으로 일컫는 3대 신문사의 영향력을 축소하고자 의도적으로 도입한 조항이다. 처음에는 3대 신문사의 시장점유율 자체를 규제하려고 하다가 그 무모함이 지적되자 시장지배적사업자 추정 조항으로 규제의 강도를 낮추었다. 그런데도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하여 위헌을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잠재적인 피해자인 3대 신문사에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애초부터 실효성이 부족한 조항”이었다는 자기합리화를 시도한다.

더욱 큰 문제는 헌재 결정문에서 청와대 구미에 맞는 표현만 읽는다는 데 있다. 문제가 된 조항에 대해 헌재는 이렇게 쟁점을 정리했다.

“이 조항은 공정거래법과 신문법의 적용에 있어서 신문사업자를 다른 일반 사업자에 비하여 더 불리하게 차별하고 이로써 신문사업자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데 그러한 차별과 제한이 과연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그리고 이 조항이 위헌인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신문의 시장점유율은 발행부수뿐 아니라 신문매출액, 구독자수, 광고매출액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 평가해야 하는데도 이 조항은 단지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둘째, 공정거래법상 시장은 서로 대체될 수 있는 상품시장으로 한정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신문법 17조는 종합적인 뉴스를 다루는 일반 일간신문과 특정분야에 국한된 특수 일간신문을 하나의 시장으로 규정하는 등 관련시장의 범위를 부적절하게 확대했기 때문에 입법 목적을 실현시킬 수 없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규제만 보탰다.

셋째, 신문의 발행부수는 주로 독자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해 인정되는 시장지배적 지위는 결국 독자의 개별적 정신적 정서적 선택에 따라 형성되는 것인 만큼 그것이 불공정거래행위의 산물이라고 보거나 불공정행위를 초래할 위험성이 특별히 크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그렇다면 신문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다른 상품이나 용역에 비하여 더 커서 이를 더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신문시장, 독자 선택의 반영

이러한 세 가지 이유에서 헌재는 “이 조항이 신문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독자의 선택 결과인 발행부수의 많음을 이유로 일반 사업자보다 신문사업자를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여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단으로서의 합리성과 적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소결(小結)을 내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헌재 결정문을 몇 번 읽어보아도 청와대와 같은 해석은 나오지 않는다. 청와대는 위헌 이유 중 두 번째, 즉 일반 일간신문과 특수 일간신문을 하나의 시장으로 규정한 것이 잘못이라는 내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헌법소원을 청구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이긴 것이 아니라, 시장을 종합일간지, 지방지, 특수일간지 등으로 세분하자는 일부 언론시민단체의 주장이 반영되었다고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또 방법상의 문제를 고치는 방향으로 보완입법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독선적인 주장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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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완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 conlaw@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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