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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실전 대련’ 인터뷰

75세에 송판 깨는 美 태권도 황제 이준구

“내 주먹은 바람, 내가 인정한 유일한 고수는 ‘싸움꾼’ 이소룡”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75세에 송판 깨는 美 태권도 황제 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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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세까지 살겠다”

키를 물어보니 165cm라고 한다. 몸무게는 64㎏쯤. 큰 귀와 짧고 짙은 눈썹이 첫눈에 들어온다. 무술인 특유의 강단이 서려 있다. 하지만 눈매가 부드러워서인지 전체적으로 푸근한 인상이다. 대단한 명성에 걸맞은 권위를 내세울 만도 했지만, 적어도 겉보기에 그는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태도와 소박하면서도 시원스러운 말투, 그리고 유머 감각이 처음 만나 대화하는 사람 사이에 필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인 긴장을 녹이고 거리를 좁혀주었다.

그가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제8회 세계태권도문화축제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6월27일 낮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행사가 열리는 전북 전주로 달려갔다. 일본에서 오는 길이었다. 일본에 들른 것은 알리-이노키 경기 3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았기 때문. 시합 당시 그는 알리의 특별코치로 활약했다.

인터뷰에 앞서 그가 “내가 요즘 무슨 얘기를 하고 다니는지부터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게 좋겠다”며 미리 준비한 자료를 꺼내들고 ‘강의’를 시작했다. 주제는 크게 두 가지. 첫째, 어떻게 무술이 철학인가. 둘째, 인생의 보편적 목적은 무엇인가.

그는 자신이 “전세계에 동방의 등불을 켜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물질문명과 한국의 정신문명이 합쳐져 가능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가 정립했다는 태권철학의 요지는 체, 덕, 지의 3대 인격을 갖추고 진, 미, 애가 넘치는 공동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태권철학이 지향하는 공유(共有)사회는 그가 119세가 되는 2050년에 도래할 전망이다. “그때까지 살 수 있겠냐”고 묻자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136세까지 산다고 공언해왔다는 것. 왜 하필 136세일까. 그의 설명이 재미있다.

“미국에 ‘식스티 미니츠(60minutes)’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어요. 35년 전에 이 프로그램의 모리 셰리프라는 기자가 소련 장수촌을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어요. 겨울인데 109세 남자가 냇가에서 목욕을 하고 있어요. 기자가 이유를 물어보자 ‘어머니 생신을 맞아 몸을 씻고 있다’고 하는 거예요. 이어 135세인 그의 노모가 화면에 등장하더라고요. 방송을 보고 나서 나는 그 노모보다 한 살 더 많은 136세까지 살겠다고 결심했죠(웃음).”

이 총재는 자신의 태권철학을 그대로 실천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번에 심장수술을 받았을 때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이 모두 내가 죽는 줄 알았대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거든요. 수술 후유증으로 풍(風)이 온 거예요. 그런데 정작 나는 죽는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136세까지 산다고 35년간 떠들어왔기 때문인지, 어느 날 3조 가량의 몸 세포가 내 앞에 줄지어 서서 ‘네, 우리는 주인님의 뜻을 받들어 136세까지 살겠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거야(웃음). 그러니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요만큼도 없지.”

“신호 없이 바로 들어가야 해!”

그는 자신의 건강철학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강연 도중 종종 시범을 한다고 한다. 올초 한국체육대학에 가서 강연할 때는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남녀 한 명씩을 앞으로 불러냈다.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들고 자신의 주먹을 막아내면 주겠다고 했다. 결과는 그의 완벽한 승리였다.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가 한 수 가르침을 청했다. 서로 앉은 자세에서 그가 기자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기자가 방어동작을 취했을 때는 그의 주먹이 이미 기자의 코앞에까지 왔다가 빠져나간 상태였다. 기자의 손이 올라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의 주먹은 제자리인 그의 가슴팍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몇 차례 되풀이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벌써 빠졌네요. 주먹을 봐야 합니까. 눈을 봐야 합니까.

“이건 못 막아요. 다 원리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걸 아는 사범이 없어요.”

▶먼저 공격하니 그런 것 아닌가요.

“내 주먹의 움직임을 상대방이 보고 있죠. 그런데 눈이 두뇌에, 두뇌가 팔에 명령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걸 반응시간이라고 해요. 그 반응시간이 끝나기 전에 나는 벌써 때리고 빠지는 거야. 그러니 못 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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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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