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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대특집 | 쇼크! 북핵 이후

‘10·9’ 이후 북한, ‘플랜B’를 말한다

모든 시나리오의 결말 “김정일 체제 붕괴 대비해야”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10·9’ 이후 북한, ‘플랜B’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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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이후에도 부시 행정부 내의 ‘온도차이’는 계속 감지되고 있다. 특히 대북 군사행동에 관해서는 미국 정부 역시 한국 못지않게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10월10일 라이스 국무장관은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같은 시각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국은 군사적 유사 상황에 대비한 전쟁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언급은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것이겠지만, 핵실험으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만큼 협상파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미주연구부장은 “미국이 일단 ‘다자적 접근의 기수’라는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수위를 꽤 양보했지만, 제재의 의지가 약하거나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은 근본적으로 김정일이 핵을 쉽게 포기할 리 없다는 전제를 갖고 있으며, 현재는 정권교체 등 다양한 대안의 방법과 가능성을 놓고 정부 내의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정권교체 없는 핵 포기’ 전례 없어

북한이 요구하는 양자협상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미국 내의 상황 때문이다. 막후협상이나 비밀접촉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평양에 대한 워싱턴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유의미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의 뜻을 받아들여 양자협상과 금융제재 해제, 관계정상화 등의 카드를 내준다 해도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핵실험을 실행했거나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이를 폐기한 사례는 딱 두 경우, 우크라이나 등 구 소련이 붕괴한 이후 연방에서 떨어져나온 국가들과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서구의 지원과 안전보장을 받기 위해 소련 시절의 핵무기를 폐기했고,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정책) 체제가 몰락하고 만델라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 사실상 새 정권에 핵을 넘겨줄 수 없어 비핵화를 선언했다.



체제의 변경과 무관하게 핵무기를 포기한 경우는 없다. 제재와 협상을 거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경제지원을 약속받은 리비아의 경우 핵실험과는 한참 거리가 먼, 1990년대 초반 북한 수준의 핵개발 단계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북한의 핵개발이 협상용이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핵 보유를 목적으로 꾸준히 추진돼온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핵실험이 이미 일어난 현재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그간의 요구사항을 얻어낸다 해도 이미 완성된 핵만큼 강력한 체제안전 보장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 미국의 공격을 받을 리 없다고 믿는 평양이 현금을 버리고 어음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최소한 워싱턴의 인식은 그렇다.”

지원 끊기면 5년, 교역 끊기면 2년

이렇듯 한국 처지에서는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만한 ‘양자대화’의 가능성이 핵실험과 함께 사실상 거의 사라졌다고 가정하면, 남은 가능성의 폭은 극히 제한적이다. 상황은 이미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10월14일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보다 강력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체제는 실질적으로 ‘유엔의 깃발’을 달 수 있게 됐다. 남은 변수는 경제제재의 수위조절에 공을 들인 중국이 그 실행과정에서 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할지 정도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어떠한 결과를 낳을까. 워싱턴이, 경제제재에 심한 압박을 느낀 북한이 스스로 6자회담에 나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북한 선박에 대한 정선(停船) 및 수색절차 과정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져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가능성 높아 보인다. PSI체제가 출범한 2003년부터 일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내 강경파가 PSI나 경제제재를 추진하려는 이유가 우발충돌이 일어날 경우 다시 유엔의 승인을 얻어 합법적인 무력제재로 연결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연구실장은 “미국이 장기적으로는 경제봉쇄를 통해 북한의 경제사정을 악화시켜 김정일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 가운데 하나로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공격이 야기할 수 있는 전면전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대신 정권교체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제재가 내부 소요나 군사쿠데타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 작전계획 5030이나 북한인권법처럼 그간 쌓아온 ‘기반’을 활용하자는 방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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