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아’는 2년 전 미국의 반핵단체 NRDC(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남북한 핵 공격 피해 시뮬레이션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NRDC는 미 국방부 보고를 마친 이듬해 1월 강연회를 통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최근 북한의 핵 보유가 확인됨에 따라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 분석결과 중 서울에 대한 핵 공격 부분을 발췌, 요약해 게재한다.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투하된 직후의 일본 히로시마 시내. 피폭 4개월 후까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위 사진은 NRDC 시뮬레이션 기사를 처음 보도한 ‘신동아’ 2004년 12월호 표지.
NRDC는 한반도 각 지역의 인구밀도와 기상정보, 핵무기 피해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종합해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사용한 분석틀 ‘HPAC(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는 미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의 효과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로, 미국 내에서도 극소수의 인사에게만 접근이 허용된다.
현재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이 관리하고 있는 이 컴퓨터 모델은, 국방부가 핵물질이 보관된 시설에 대한 타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미리 검토하는 데 사용된다. 그간 수없이 반복된 핵실험을 통해 미 국방부가 수집한 데이터와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해 분석결과가 그 바탕이 됐다. NRDC는 이를 기반으로 1970년대 이래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피해 규모와 방사능 낙진의 분포 등을 꾸준히 예측해왔으며 관련 노하우를 축적했다.
폭발 직후의 직접피해
NRDC는 서울이 핵폭격을 당하는 경우의 피해 결과를 산정하기 위해 몇 가지 전제를 설정했다. 우선 핵폭탄의 위력은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여한 ‘리틀 보이’(TNT 15킬로톤 위력)나 ‘팻맨’(TNT 22킬로톤 위력) 수준으로, 단 한 개의 폭탄이 폭격에 성공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풍향, 풍속 등 기상요소와 관련이 깊은 폭탄 사용시점은, 북한이 서울 공격 직후 개전(開戰)을 각오할 경우 휴전선 이북에 배치된 인민군 주력부대나 남하경로에 대한 방사능 낙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북서풍이 부는 때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정했다. 끝으로 NRDC는 가장 유력한 폭탄투하 후보지점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주한미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있는 용산의 삼각지를 지목했다.
북서풍이 부는 시점에, 서울 용산 삼각지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을 지닌 핵폭탄 1기가 폭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폭발 지진충격파나 폭풍, 열복사선과 초기방사선 등은 폭발 즉시 영향을 끼치는 반면 낙진의 피해는 상당기간 지속된다. 따라서 핵폭발로 인한 인명피해도 두 부분으로 나뉜다. 낙진의 규모는 핵폭발이 상공 몇 미터 지점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면에서 폭발하는 경우 막대한 토사와 파편이 낙진이 되어 퍼져 나가지만 일정 높이 이상에서 폭발하면 토사가 떠오르지 않으므로 낙진 피해가 줄어든다.
<그래프1> 서울 용산 상공 500m 위치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의 1차 직접피해(반경 1.8km 이내) 및 2차 직접피해(반경 4.5km 이내) 범위. 예상되는 사망자 수는 62만명.
폭발지점에서 반경 150m 이내의 모든 물질은 순식간에 증발해서 사라져버리고, 1km 이내 지역은 거의 대부분의 물질에 불이 붙거나 녹아내린다. 1.5km 이내에 있는 사람은 전신에 3도 화상을, 1.8km 이내에 있는 사람은 2도 화상을 입게 되고 나뭇잎이나 종이처럼 마른 물건에는 바로 불이 붙는다. 건물은 대부분 완파되고 부분적으로 철골구조만 간신히 남는다.
이를 서울 시내 지리에 적용해보면, 우선 직접 피격지역인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 인근에 있는 용산 미군기지와 전쟁기념관 등의 시설은 글자 그대로 ‘녹아서 증발(evaporate)’해버린다. 주한미군사와 한미연합사를 비롯해 후암동에서 이촌동에 이르는 용산구 일대는 즉시 초토화된다. 폭발 당시 건물 안에 있는지 노천에 있는지, 건물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라 피해의 심각성은 달라지지만 이 지역에 있는 사람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반경 4.5km 안에 드는 지역에서는 반파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북쪽의 경우 경복궁에 이르기까지 서울 시내 중심가가 모두 포함된다. 서울역, 서울시청을 비롯해 광화문과 남대문 일대의 건물은 대부분 반파되고 고층빌딩의 경우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중앙청사와 외교통상부 청사, 청와대도 피해범위 안에 있다. 서쪽으로는 마포와 서교동, 여의도 일부가 포함되며 63빌딩은 무너져내린다. 남쪽으로는 한강을 건너 상도동 및 동작동 일대, 동쪽으로는 반포와 압구정, 청담동 일대가 피해지역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같은 직접피해를 통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시민이 40만명, 이후 추가로 사망하는 시민이 22만명이 넘으리라는 게 시뮬레이션 결과다.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
<그래프2> 서울 용산 상공 100m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 범위. 예상 사망자 수는 84만명.
낙진에 포함된 방사선의 강도에 따라 사람이 당하는 피해의 정도도 다르다. 방사선의 강도와 인명피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0렘(rem·인체에 미치는 피해정도를 기준으로 한 방사선량의 단위) 이상의 범위에 있던 사람의 경우 혈액이상으로 2주에서 6주 사이에 최대 90%가 사망할 수 있다. 지
<그래프3> 서울 용산 지표면에서 TNT 15킬로톤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 범위. 예상 사망자 수는 125만명.
반면 서쪽으로는 김포, 북쪽으로는 일산과 파주, 의정부 등의 신도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피해지역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에서도 은평, 도봉, 성북구 일대는 비교적 피해가 크지 않다. 구체적인 피해지역은 풍향이나 풍속, 우천 등 기상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사망자 규모는 거의 차이가 없다.
종합해보면 100m 상공에서 폭발이 일어나 비교적 낙진이 적은 경우 84만명, 지면에서 폭발이 일어나 낙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12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서울 인구의 10%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HPAC를 이용한 계산 결과 이 경우 핵폭풍과 화상 등에 의해 그 자리에서 죽는 사람이 30만명, 이러한 외상으로 인해 끝내 사망하는 사람이 10만명, 낙진에 의해 짧은 시간 안에 죽는 사람이 55만명, 낙진 피해로 끝내 사망하는 장기 사망자가 30만명가량 될 것으로 NRDC는 분석했다.
실제로 핵폭발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 수는 이보다 증가할 수도 있다. 앞서의 시뮬레이션 분석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추가 사망자 수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에 있는 도시가스 저장소와 주유소 등의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고, 폭풍에 의해 날아다니는 막대한 양의 유리파편에 희생될 시민의 숫자도 계산하기 어렵다.
‘유사 이래 최대 참사’
히로시마의 경우 피폭 4개월 후까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3만5000명이 사망했고, 나가사키에서는 전체 인구 19만5000명 가운데 6만4000명이 사망했다. 히로시마 사망자의 20%는 핵폭풍에 의한 외상이 사인(死因)이었고, 60%가 화상, 나머지 20%가 방사선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었다.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원폭 피해가 원인이 되어 사망한 이들을 합치면 희생자는 히로시마에서만 모두 20만명에 달한다. 피폭자와 그 후손들의 후유증은 고려하지 않은 숫자다.
60년 전의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비해 인구밀도가 훨씬 높고 고도로 도시화한 서울에서 핵폭발이 일어난다면 피해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비슷한 위력의 핵폭발이라도 핵폭풍과 열 등 직접피해로 인한 사망자 수만 여섯 배가 넘을 것이라고 NRDC는 분석했다. 지표면에서 폭발이 일어나 낙진 피해가 심각한 경우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배 이상이 되리라는 결론이다. 이후에도 수많은 이가 방사선 피폭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기형아 출산 등의 비극이 대를 이어 발생할 것이다. 서울에서의 핵폭발이 유사 이래 최악의 참사가 되리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