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나라는 드라마 ‘댜오만 공주’에서 엽기적이지만 당당한 댜오만 공주역을 맡아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 중국 진출 초기에는 외롭고 힘들었겠네요.
“쉬는 날이면 친구도 없고 갈 데도 없으니까 그간 한국에서 제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봤어요. 제가 보기에도 민망한 게 많더라고요. 할 때는 몰랐는데 안일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충 즐거워하고, 대충 얘기하고, 대충 웃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프다는 이유로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한걸음 밖에서 보니까 확연히 보여요. 민망하고, 내가 어리긴 어렸구나 생각했어요.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중국 연예인들과는 친해졌습니까.
“‘댜오만 공주’ 마지막회 촬영을 끝내고 펑펑 울었어요. 함께 했던 연기자, 스태프들이랑 연락도 하고, 가까운 데 있으면 불러서 만나기도 해요. 친해질 수밖에 없는 게, 한국에선 촬영이 끝나면 각자 흩어지잖아요? 여기는 촬영장이 너무 멀어 출퇴근이 불가능해요. 출연진과 스태프가 수십일 동안 24시간 함께 모여 살다보니 대화를 많이 하게 돼요. 중국에선 분장실을 ‘화장실’이라고 하는데(웃음), 화장실에 다같이 모여 만두도 먹고, 촬영 끝난 후엔 맥주도 마시고 그래요. 또한 사회주의 국가라 그런지 모두 평등해요. 감독님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다 격의 없이 친하게 지내요.”
▼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꼽는다면.
“힘들면서도 재미있었던 것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일이었죠. 중국은 땅이 워낙 넓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움직여야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 상하이에서 베이징까지 기차를 탄 적이 있는데, 초고속 급행열차인데도 12시간 걸리더라고요. 기진맥진했죠. 이동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스트레스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각 지방의 특이한 음식을 먹는 게 즐거웠어요.”
속상한 일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가령 상하이에서 ‘한중 문화교류행사’가 있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갔더니 사실상 상점 홍보행사였다는 것.
“도저히 참여할 수 없어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돌아왔는데, 한 지역 언론에서 주최측 보도자료에만 근거해 ‘장나라가 25만위안을 요구해 기자회견을 못 했다’는 식으로 보도했어요. 더 기가 막힌 건 거의 같은 시각에 한국 언론에도 그렇게 보도된 거예요. 중국 언론은 다시 우리 언론 보도를 인용해 크게 보도하고요. 그거 해명하느라 정말 고생했어요. 그 자리에 있던 중국 기자들이 해명해주기까지 했어요.”
‘제값 한다’ 소리 듣고 싶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립싱크를 해 중국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만취상태에서 드라마 촬영을 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중국 신문에 제가 생각해도 자랑스럽고 기쁜 기사가 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건 한국 언론에 거의 안 실려요. 반면 제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나쁜 일이면 크게 나오더라고요. 그것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제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만큼 빠른 시간에 기사화돼요. 정말 놀랐어요. 결국 제가 행동을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죠.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돈 많이 버는 게 아니에요. 돈을 번답시고 물을 흐리고 다니면 중국인들이 한국 연예인을 어떻게 보겠어요. 나중에 다른 연예인이 와서 활동할 때 ‘장나라와 일할 때 좋았어’ ‘한국 연예인들, 참 괜찮은 것 같아’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게끔 처신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출연료는 얼마나 받습니까.
“다른 배우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합니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좋은 값을 받는 건 기쁜 일이지만 상식선을 넘으면 다른 배우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위화감을 갖게 한다고 봐요. 특히 드라마는 제작 여건이 뻔한데 출연료가 너무 높으면 결국 제작비를 깎아먹는 거잖아요. 하지만 사극을 하시는 분은 다른 드라마보다 좀더 받아도 될 것 같아요. 고생을 너무 많이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