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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부드러운 제압, 경호무술의 세계

차고 때리기보다 꺾고 넘어뜨리기, 웬만하면 몸으로 막아서라!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은밀하고 부드러운 제압, 경호무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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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부드러운 제압, 경호무술의 세계

9월 24일 서울 돈암동 대한특공무술협회 중앙관에서 경호무술을 펼치고 있는 한국체대 경호시범단.

하지만 경호무술은 그 기술의 독자성 시비를 떠나 새로운 개념의 무술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경호무술을 가르친다고 하는 단체가 수두룩하다. 전국 48개 대학(전문대 포함)에 설치된 경호 관련 학과에서도 경호무술, 혹은 경호무도를 가르치고 있다.

경호무술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호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체대 김두현 교수는 경호학의 권위자로 통한다. 그가 1995년에 펴낸 ‘경호학개론’은 경호 분야 연구자들의 필독서다. 9월26일 김 교수를 만나 경호와 경호무술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청와대 경호실 출신이다. 1980년부터 1995년까지 경호실 법무담당관으로 재직했다. 1995년 경호실에서 나온 후 한국체대 교수로 부임했다. 이듬해엔 한국경호경비학회를 창립, 1∼3대 회장을 지냈다.

한국체대 안전관리학과는 국내 최초의 경호 관련 학과다. 경호학과라고 이름붙이지 않은 것은 ‘경호’라는 용어에 대한 부담 탓이었다.

하지만 정작 한국체대 안전관리학과에 영향 받아 생겨난 다른 대학들의 경호 관련 학과에는 ‘경호’라는 명칭이 붙었다. 가장 흔한 학과 이름으로는 경호학과, 경찰경호과, 경호비서(학)과 등이 있다.



한국체대 안전관리학과는 올해 신입생을 뽑지 않았다. 체육대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생긴 지 10년이 지난 학과를 없애는 명분으로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경호에서 무술은 보조수단일 뿐”

김 교수 이론에 따르면 경호에는 4대 원칙이 있다.

첫째, 3중경호(중첩경호) 원칙이다. 선진국가의 요인(要人) 경호의 공통점은 3중경호다. 3중경호는 경호대상자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근접경호, 중간경호, 외곽경호로 나뉜다.

둘째는 두뇌경호. 김 교수는 “경호는 무술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무력으로 경호대상자의 안전을 도모하기보다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준비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훌륭한 경호는 이처럼 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셋째는 방어경호다. 김 교수에 따르면 경호는 방어이지 공격이 아니다. 방어경호란 경호대상자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경호대상자의 머리를 숙이게 하거나 완력으로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위험을 모면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긴급상황 발생시는 경호대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무기사용 등 공격보다는 방어 위주의 엄호가 필요하다.

넷째는 은밀경호. 경호란 은밀하게 실시해야 한다. 경호요원은 은밀하게 행동하며 자신의 행동반경을 언제나 경호대상자의 신변을 엄호할 수 있는 곳에 한정하는 한편 위기시에는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며 혼란 없이 다음 임무를 수행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경호에서 무술은 보조수단일 뿐”이라며 “무술을 사용하고 권총을 쏠 정도면 실패한 경호”라며 예방경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무술이 경호의 기본 요소임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경호무술은 위해(危害)를 피하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경호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 수단이다. 따라서 경호무술의 수준은 최소한 1대 1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어떠한 위해자도 능히 방어하고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하고 화려한 고난도 기술보다는 단순하면서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김 교수가 지도하는 한국체대 경호시범단은 학생 동아리로 2001년에 창단됐다. 40여 명의 구성원 모두 무술 유단자로 기존에 자신이 익힌 무술을 바탕으로 경호무술을 연마하고 있다. 주로 대학가를 돌며 시범행사를 열고 있는데, 지난해 시범단 학생 중 2명이 청와대 경호원 시험에 합격하는 ‘경사’를 맞았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한국경호안전진흥원을 창립했다. 신변보호, 테러, 폭파 등 경호 전문가 20명이 회원이다. 주요 사업은 경비업체 운영자 교육, 경호보안 컨설팅, 경호경비 연구 등이다. 아랍 국가로부터 민간경비사업 진출을 권유받은 한국경호안전진흥원은 현재 이집트의 경호 관련 기관과 경호교육 지원, 경호지도자 파견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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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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