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설 말미에서 노 대통령은 또 ‘희한한’ 소리를 했다. 북한 속을 다 헤아리는 것처럼 “이길 수 없는 국가와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 이런 말을 하려면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임을 예측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놓았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다음에는 그 대책을 펼쳐 보였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진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기가 준비했어야 할 일을 남의 일 말하듯이 하는 것은, 북핵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자신이 없음을 보여주는 처사라고 하겠다.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노 대통령은 왜 북한 문제에 대해서 저자세를 고수하는 것일까. 그는 왜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거듭하는 것일까.
첫 단추 잘못 끼운 노 대통령
이유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의 주장을 수용해 햇볕정책을 계승한 평화번영정책을 유일한 대북 정책으로 택하고, 그것만을 적용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운전도 가속기와 제동기를 번갈아 밟아가며 해야 하는데, 그는 북한에 당근만 던져줌으로써 300만 북한 주민을 굶어죽게 한 독재자의 버릇을 잘못 들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실수를 인정하기 싫고 레임덕도 두려워,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2007년 한반도 위기는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2006년 7월5일 강행한 대포동 2호의 실험발사와 10월9일 실시한 핵실험이 실패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보유한 재래식 무기는 낡을 대로 낡아서 유사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재래식 무기를 가동하려면 많은 연료가 필요한데 북한의 연료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따라서 ‘최후의 한 방’인 핵무기로 정권을 보위할 수밖에 없는데, 불행히도 북한은 대포동 2호의 실험발사와 핵실험을 연속해서 실패했다. 이를 목도한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니, 김정일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말해 2007년 중에 2차 핵실험과 대포동 2호의 2차 실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연속 도발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중국도 ‘도광양회 화평굴기(韜光養晦 和平푞起)’라는 그들의 대외정책 기조를 깨뜨리는 북한에 모종의 압력을 가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북핵 문제에 개입하면, 북한은 ‘유일한 인질’인 한국 카드를 활용하기 위해 더 날뛸 가능성이 높다.
2007년은 17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다. 대선(大選)을 치를 때마다 우리 사회는 둘로 셋으로 쪼개져 대립을 거듭했다. 이러한 때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강행할 기미를 보인다면, 대통령선거와 한국 경제는 크게 출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