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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드라이버와 퍼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드라이버와 퍼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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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와 퍼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둘째로, 퍼트는 티샷이든 페어웨이샷이든 언제나 직전의 샷에 종속된다. 온그린이 되지 않으면 퍼트의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세상에서 퍼트를 가장 잘했다는 스코틀랜드의 톰 모리스 주니어와 윌리 파크 주니어, 남아프리카의 보비 로크나 미국의 벤 크렌쇼 등이 10m 거리에서 한 번의 스트로크로 홀인을 시킬 확률보다는, 엄청나게 서투른 골퍼가 10cm 거리에서 홀인시킬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보기 플레이만 할 수 있는 정도의 골퍼라면 스리퍼트는 퍼트가 서툴러서라기보다는 홀컵에서 먼 거리에 온 시켰기 때문에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볼을 깃대에 얼마나 가까이 세울 수 있는지는 퍼트 기술이 아니라 볼을 퍼팅그린 위에 올리기 위한 샷에 달려 있고, 그 샷은 다름아닌 티샷의 성공 여부에 좌지우지된다. 그러므로 훌륭한 티샷을 날리지 못하는 경우 퍼팅그린 위에서 한 타 만에 홀아웃을 할 개연성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은 골프게임의 구조상 필연에 가깝다.

셋째, 이론(異論)이 없지는 않지만 퍼트 기술은 습득되는 게 아니라 천부적인 것이다. 비바람, 기온, 습도는 사람의 컨디션과 미묘하게 관련돼 있어서 스코어의 행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좋은 골퍼가 되기 위해서는 기상학도 배워야 한다. 기상학에 대한 지식은 골프 가운데 특히 퍼트에 효용성이 있다. 퍼팅그린은 사람의 컨디션보다 기후 변화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퍼트는 퍼팅그린의 언듈레이션(undulation)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퍼트를 잘하려면 잔디의 습성은 물론 지리학이나 지질학에도 조예가 있어야 한다.

골프장에 가면 확실히 어떤 사람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잘 읽어 퍼팅라인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이런 현상을 통찰한 보비 로크는 “퍼트에는 단 하나의 요령이 있다. 지나치게 노리지 않는 것이다. 직감에 따라 정해진 라인을 중시해서 대체적인 방향으로 치면 족하다. 똑바른 라인은 의외로 많다”고 가르쳤다. 스코틀랜드 골프 속담에 “퍼트에는 방법(method)도 없고, 정해진 형태(style)도 없다”는 말이 있다. 해리 바든 역시 “퍼트에는 골프의 다른 부문과 달리 매우 개인적인 요소가 있다. 따라서 그 방법도 각자의 개성을 살려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퍼트를 숙달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에 퍼트 기술의 습득이란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당사자의 의도와 달리 퍼트 훈련은 직접적인 경기력 향상 효과보다는 집중력 향상 같은 심리적 단련에 더 큰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퍼트는 기술력에 좌우되기보다는, 퍼팅그린의 언듈레이션이나 브레이크 등 퍼팅라인에 영향을 주는 제반 요소나 결, 빠르기 같은 잔디의 속성, 온도 습도 바람 등 경기 외적인 측면에 좌우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세기의 빅 매치

그래서 필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퍼트가 아니라 티샷이라고 믿는다. 연습장에 가서도 드라이버샷 연습을 가장 많이 한다. 대부분의 레슨프로들이 스코어는 쇼트게임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어프로치샷이나 퍼트 연습을 강조하지만, 필자는 그 말을 잘 믿지 않는다. 이러한 믿음에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도 영향을 끼쳤다. 독자는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윌리 파크 주니어와 해리 바든 사이에 매치플레이가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파크와 바든은 각각 두 번씩이나 전영오픈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었다. 파크는 퍼트의 귀재로, 바든은 드라이버의 귀재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이 때문에 영국의 모든 신문이 ‘드라이버 대 퍼터의 대결(Driver vs. Putter Match)’라며 이 경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골퍼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경기에는 100파운드의 상금이 걸렸다. 파크의 홈코스인 노스버위크와 바든의 홈코스인 칸튼에서 이틀에 걸쳐서 각각 36홀씩 총 72홀을 도는 매치플레이였다(당시 최고 플레이어들끼리의 대결에서는 공평을 기하기 위해 쌍방의 홈코스를 모두 사용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를 골프용어로 ‘home · home match’라고 한다). 파크는 스코틀랜드 출신이고 바든은 잉글랜드 출신이라 경기에는 일종의 국가 대항전 양상도 엉켜 있었다.

경기는 1898년 7월15일 노스버위크에서 열렸다. 역사적인 대결을 보기 위해 개최지인 스코틀랜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멀리 잉글랜드에서조차 1만명이 넘는 갤러리가 밀어닥쳤다. 이 때문에 페어웨이 양쪽에는 300야드에 걸쳐 줄이 쳐지고 14명의 경관이 경비를 섰으며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갤러리를 정리했다. 또 각 홀의 승부를 모든 갤러리에게 알리기 위해 파크 측에는 빨갛게 P자를 적은 하얀 깃발을, 바든 측에는 하얗게 V자가 드러나는 빨간 깃발을 각각 준비했다. 파크가 이기면 하얀 깃발을, 바든이 이기면 빨간 깃발을 내걸고, 비기는 경우에는 두 깃발을 다 거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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