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영씨가 축지법 시범을 하고 있다.
심지어 그가 축지법·공중부양·외계인 접촉 능력이 있다고 말해도 오히려 대중은 ‘호감’을 나타내며 즐거워했다.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는 1월15일 케이블채널 tvN에 출연해 ‘초능력’을 하나씩 선보였다. 허 총재는 ‘축지법을 보여 달라’는 제작진의 주문에 선뜻 응했다. 그는 ‘축지법은 한쪽 다리를 높게 뻗은 뒤 그대로 멈춰야 한다’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그러나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힘든 기색을 보이던 그는 결국 벽에 기대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으로 대신해 제작진의 실소를 자아냈다. 허 총재는 ‘공중부양’에 대해서는 ‘콩팥 기능에 무리가 간다’며 시범을 거부했다. ‘외계인과의 교신설’에 대해선 ‘느낌으로 그들이 왔음을 알았다. 대화도 했다. 압구정동과 삼각지에서 그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러나 ‘외계인의 언어를 공개해달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그는 ‘일반인이 들으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다’며 거부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21세기의 돈키호테다’ ‘허경영 때문에 인터넷이 즐겁다’ ‘축지법 좀 배워보고 싶다’는 글을 올리며 관심을 보였다.”(한국일보 1월16일)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사람에겐 실현 가능성을 떠나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일부 전문가들은 “허경영 신드롬의 본질은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닌 ‘재미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허씨의 경우 ‘금세 탄로 날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으므로 대중을 상대로 한 기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용적 시각을 보였다.
“본좌는 재미다. 말하자면 무대와 객석이 함께 연출하는 협동 개그다. 허경영 본좌는 ‘황당 본좌’다. 유희적 성격의 유행이다. 종래의 진지한 것, 의미 있는 행위가 하찮게 보이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문화평론가 김갑수·동아일보)
반면 ‘허경영씨의 일방적 주장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방송위원회는 2월13일 KBS 2TV의 ‘연예가중계’와 ‘폭소클럽’, 케이블TV 스토리온의 ‘박철쇼’, 엠비씨 에브리원의 ‘구라데스크’가 허씨의 “내 눈을 쳐다보면 병이 낫게 된다” “장님도 눈을 뜨게 한다”는 주장을 방영한 것에 대해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런 가운데 허씨에 대해 MBC ‘PD수첩’이 진지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경찰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허씨는 위기에 몰렸다. ‘PD수첩’은 “허씨는 미혼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는 두 번 이상 결혼했으며 ‘10억원을 주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시켜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2월16일 허씨를 구속했다. 허씨가 2007년 10~12월 주간지, 무가지 신문, 선거공보, 방송 등을 통해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만찬에 초청받았다”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뽑혔었다” “박근혜 전 대표와 혼담이 오갔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였다.
‘취임 축하파티 참석’ 여부가 핵심
허씨의 여러 혐의 중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며 언론에 집중 보도된 대목은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만찬 참석’ 문제였다. 이 건은 ‘IQ 430’이나 ‘축지법’과는 달리 수사에 의해 진위가 확실하게 가려질 수 있는 ‘객관적 사실’에 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검찰 공소장의 관련 내용이다.
“사실은 허경영은 2001. 1. 18 경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국 43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당선 축하파티에 초청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축하파티에서 부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거나 부시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OOOO신문의 3면과 15면에 부시 대통령과 함께 찍은 합성사진을 게재하고, ‘정치인으로 유일하게 대표로 초청되어 부시 대통령과 만났다’는 허위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허씨와 부시 대통령이 나란히 선 사진에 대해 “합성 사진”이라고 판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1년 1월18일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참석한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이 행사에 부시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미국 공화당 아시아지회(National Republican Asian Assembly)’가 주한 미국대사관 W 데이비드 스트라웁 참사관 앞으로 보냈다는 업무협조문(허씨 측 증거자료)에는 “부시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취임 축하파티와 대통령 취임식에 허경영씨가 초청되었으니 특급 비자 인터뷰를 부탁한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영어 문장이 말이 안 되는 등 한눈에 봐도 위조된 것이다. 한국 사람이 엉터리로 쓴 것보다 더 엉터리”라고 밝혔다. ‘주한미국대사관’의 영문 표기는 ‘Embass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혹은 ‘US Embassy’인데 업무협조문에는 ‘Embassy of the United America’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