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한국의 타샤 튜더’디자이너 이효재

“우리 보자기를 매듭짓고 푸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살림법”

  • 기획·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2008-12-31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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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타샤 튜더’디자이너 이효재
    이효재씨는 남에게 주고 또 나누는 행복한 마음을 찢어 버리는 종이나 비닐로 포장하기 싫어 빨았다 툭툭 널어 다시 쓸 수 있는 보자기를 ‘싸개’로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보자기를 많이 싸본 사람이 없을 거예요. 20년 동안 혼수를 만들다보니 매일 싸고 푸는 게 예단 보자기예요. 내가 싼 보자기가 언덕 하나는 이뤘을 거라고 하더군요.” 길쭉한 비녀매듭, 꽃송이 같은 수국매듭, 도톰한 만두매듭, 분수 모양 상투매듭. 그는 20년 된 매듭송곳으로 이 모든 매듭을 만들어낸다. 상자 하나, 화분 하나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해의 희망을 감싼 오브제가 된다.

    “효재라는 분, 정말 TV에서 나온 것처럼, 책에 쓴 대로 사세요? 꾸민 거죠? 진짜 살림을 그렇게 그림같이 할 수가 있나요?”

    ‘한국의 타샤 튜더’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로 불리는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씨의 살림법을 담은 책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의 삶이 방송 3사의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뒤 그를 취재했던 기자들이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한국의 타샤 튜더’디자이너 이효재
    몇 년 동안 그의 살림 사는 법을 지켜본 바로는 책과 다큐멘터리가 덜하면 덜했지, 뭔가를 슬쩍 더했다가 치워버리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사는 곳, 그가 만나는 사람들, 그가 하는 일은 볼 때마다 조금씩 예뻐지고, 맛있는 향기가 더해지고, 따뜻해졌다.

    그는 2대째를 잇는 한복 디자이너다. 그래서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도 ‘협찬’을 하고, 유명인사들이 그가 디자인한 옷을 입지만, ‘한복 예찬론자’는 아니다.



    “전통을 지키는 일이 힘들다는 건, 한복 짓는 제가 먼저 알아요.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감동받는 건 한복이 아니라 보자기, 방석, 행주, 앞치마를 만드는 붉고 푸른색, 보송보송한 무명천에 수놓인 들꽃 한 송이를 볼 때랍니다. 매일 쓰는 물건들,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서 한국적인 것을 발견할 때 우리 것이 가치 있고 아름답게 보이는 거죠.”

    이제 유명인사가 된 그의 집, 서울 성북동 길상사 맞은편에 있는 ‘효재’는 늘 손님들로 북적댄다. 대한민국 리빙 매거진 기자들이 모두 모여 언제나 그의 집 구석구석을 촬영 중이고, 그의 살림법을 배우는 평범한 주부들, 그를 소개한 기사를 보고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있고, 또 그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이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 바네사 브루노와 에르메스와 이세이 미야케의 경영진도 그의 살림에 감탄했다.

    이 대표는 이제 지구를 지키는 ‘보자기’ 환경운동가가 되어, 모든 것을 감싸고 매듭짓고 푸는 법을 가르쳐준다.

    “보자기는 우리의 ‘정’을 보여주는 오브제죠. 우리는 안 좋은 일 있을 때 ‘풀어 풀어’ 하잖아요. 이런 마음이 지구를 살릴 수 있어요. 나는 보자기를 선물하면서 포장지만 쓰지 않아도 아마존 정글 하나쯤 보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요.”

    그가 보자기로 ‘아이들의 미래와 2009년 새해의 희망’을 싼다. 신기하게도 그가 그렇다고 말하면 꼭 그런 것 같다. 이것이 그의 힘이다.

    ‘한국의 타샤 튜더’디자이너 이효재
    겨울이어서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효재’에서 리빙매거진 ‘행복이 가득한 집’이 마련한 살림법 강의와 파티가 열렸다. 그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염려(艶麗)하고 야무진 그의 살림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벽에 박힌 못 하나도 예쁜 옷을 입고 있으며, 플라스틱 생수병도 분청사기 대접 받으며 쓰이는 곳이 효재다. 특별한 매뉴얼 없이, 눈에 꼭 차고 입에 맞을 때까지 해보고 또다시 해보는 것이 그의 살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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