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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무엇으로 먹고살까?

  • 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우리 이제 무엇으로 먹고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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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화된 기생물 금융

탈공업화산업 가운데에서도 핑글턴이 가장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금융산업이다. 그는 미국 금융시장을 ‘거대화된 기생물’이라고 했다. 금융 부분 중에서도 성장률이 높은 분야의 대부분이 일반 국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혀 생산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해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을 따져보면 정확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경제학자가 자유로운 금융시장이 효율적이고 금융자산의 가치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믿어왔다. 자본이 가장 알맞은 투자처로 흘러들어가 최대의 경제성장률을 이룩한다는 논리. 그러나 결과는 금융시장의 자유화가 진전될수록 시장은 불안정해지고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도 합리성을 잃고 있다.

예를 들어 1987년 10월19일 뉴욕 주식시장 대폭락(블랙 먼데이) 때 주가는 한 번에 22.6%나 급락했다. 만일 주가가 기업의 미래 업적에 대한 타당한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와 같은 주가의 급격한 변동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주가 폭락 당일 미국 경제계의 장래에 심각한 문제로 예측되는 실물경제상의 사건은 없었기 때문이다. 주가 폭락을 가져온 것은 비이성적인 집단심리다.

환율의 움직임도 합리성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만큼 널을 뛴다. 경제학에서 환율을 결정하는 기본 요인은 각각의 무역상품에 관한 각국의 비교경쟁력이다. 국가 경쟁력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변화하기 때문에 엔화나 달러화 같은 통화의 환율은 1년에 기껏해야 몇 퍼센트 이내의 작은 폭으로 변동해야 한다. 하지만 1995년과 1998년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가 한번에 80%나 뛰어오르는가 하면, 2개월도 채 안 돼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가 30% 이상 급상승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경제학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외국환 시세가 실물경제와 일치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국 경제 침체기에 외국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크게 상승하기도 하고, 일본 경제의 성장률이 저조할 때 급속한 엔고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반대로 일본이 주요 선진국 중에서 최대 성장률을 기록한 1996년에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9% 이상 하락했다.

핑글턴은 외국환시장에서 이러한 폭등과 폭락은 외국환 딜러에게 직장을 제공해주는 것 이외에는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더욱이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두 가지 마이너스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우수한 두뇌를 가진 딜러의 재능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율의 상승과 하락은 장래를 예측하여 장기적인 경영방침을 세우려는 기업 총수에게 예기치 못한 위험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누구를 위한 금융거래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난의 화살은 애널리스트 등 고임금 금융 전문가들에게로 향한다. 월가의 금융 애널리스트가 특정 주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기관투자가들은 앞 다퉈 그 주식을 매입하고, 몇 개월 후 그 주식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취하면 기관투자가들은 일제히 그 주식을 내다판다.

금융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여 일반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거둔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한 조사에서 1986년부터 1995년까지 10년 동안 여러 투자신탁의 연간 이익률은 주가지수를 1.8%나 밑돌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나마나한 투자를 위해 투자신탁회사는 높은 급료를 지급하고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고용하여 평균 주가 이상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우량주를 찾아내는 작업에 투입했다. 투자신탁회사는 연간 예치자산 잔고의 약 1.7%라는 거액의 운용비용을 쓰면서도 결국 제로 섬 게임을 한 셈이다.

적어도 제조업은 정직하다

10년 전 이런 지적을 다시 꺼내 보며 무릎을 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 책이 제시하는 것처럼 탈공업화산업이 아니라 자본집약적인 하이테크 제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야마다 회장의 말대로 적어도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버는’ 제조업은 정직하다. 돈이 돈을 버는 허상의 상품을 만들어 팔지는 않기 때문에다. 이 책은 전세계가 ‘머니게임’에 휩쓸리는 동안 잃어버린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미국의 경제 칼럼니스트 마이클 루이스가 쓴 ‘라이어스 포커’(위즈덤하우스, 2006)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내 아버지 세대는 확고한 믿음으로 성장했다. 그 믿음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돈은 대체로 그 사람이 우리 사회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한 수준에 비례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입사 2년차가 22만5000달러를 받는 것을 보면서 돈에 대한 당신의 신념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기여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진정한 자본주의가 아닐까.

신동아 200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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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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