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춤과 그들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9-01-02 17: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저자가 말하는 ‘내책은…’

    춤과 그들 외
    춤과 그들 _ 유인화 지음, 동아시아, 376쪽, 1만6000원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우리 춤을 지켜온 어르신들을 만나고 그들의 춤 행적을 기록해 한국 춤 역사를 채워가는 작업 말입니다. 원로 무용가들은 손아귀에 꼭 쥐어도 새어나가는 모래알처럼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그들이 남긴 업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있는데…. 춤추면 기생 된다고 하던 그 옛날, 일제 강점기를 살아내고 해방공간을 견뎌낸 그들이 자신의 춤을 전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고 있습니다. 문화부 기자로서, 무용평론가로서 그들의 춤 삶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에게 춤을 물었습니다. 2007년 5월 시작된 어르신 춤꾼들과의 만남은 이듬해 1월4일까지 계속됐습니다. 서른 분의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그 사이에 지난 12월 작고하신 양소운 선생님(향년 84세,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 ‘봉산탈춤’ 보유자)까지 네 분이 세상을 뜨셨고 일곱 분이 병석에 계십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춤 명인들은 ‘조선시대’에 태어난 분들입니다. 왕조의 숨결이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가파르게 쇠잔해가던 시절에 세상과 마주하며 혼란한 시대를 춤 하나로 살아온 분들입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공간, 6·25전쟁과 남북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면서도 춤을 지킨 분들입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군사정권 아래서 피폐된 이 땅의 사람들에게 위로의 춤을 전하고, 산업화에 밀려 뒷전이던 한국 춤의 정신을 이어온 분들입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습니다. 제1장 ‘해어화, 춤으로 피어나다’는 춤을 위해선 기생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분들의 뜨거운 이야기입니다. 제2장 ‘立舞, 춤을 세우다’에선 한국전통춤의 맥을 잇는 신무용의 주인공들이 나옵니다. 제3장 ‘춤의 본향, 동래 부산을 지키다’와 제4장 ‘남도의 춤맥을 잇다’는 춤의 고향 부산과 남도 춤의 맥을 잇는 선생님들이 주인공입니다. 마지막 장 ‘舞의 道, 춤을 가르치다’에선 우리 춤의 미래를 일구는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자신과 관련된 기념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도 가물가물하다고 합니다. 자신과 함께 자란 형제들의 나이도 모릅니다. 형제들이 어디서 살고 있는지 모르는 분도 많습니다. 부산으로 피난 가던 때가 언제였냐고 묻는 저에게 속시원히 대답해주시는 분이 몇 분 되지 않습니다. 바로 제가 책을 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한 삶 속에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생명을 부지하고 당장 돌아올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시절에조차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건 춤이었고 춤의 정신이었습니다. 그들이 보듬으려 발버둥쳤던 그 시절 역사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춤은 일회성이 특징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책이나 영화 같은 기록물이 아닌 공간으로 사라지는 예술입니다. 그래서 더욱 조바심 내며 이 책을 썼습니다.

    유인화│문화평론가, 경향신문 문화 1부장│

    에릭 클랩튼 _ 에릭 클랩튼 지음, 장호연 옮김

    “Would you know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천국에서 만난다면, 너는 아빠를 알아볼 수 있겠니). 에릭 클랩튼이 지은 ‘Tears in Heaven’의 가사는 어떤 사랑 노래보다 애틋하다. 네 살 먹어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썼기 때문인지 슬픔이 느껴진다.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은 그의 노래를 닮았다. 솔직하고 아프다. 에릭은 비틀스와 롤링스톤스 멤버들,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과 동시대를 누렸으나 마약과 여자에 탐닉하며 살았다. 아홉 살 때까지 엄마를 누나로 알고 지낸 경험 때문인지 방황도 잦았다. 다행히 그는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켜 타인을 보듬는 음악인이 된다. “연주자들 사이에는 우리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영혼을 치유해주는 사람이라는 공감대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런 책무를 다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모두가 이를 인식하고 있다.” 마음산책/ 460쪽/ 1만8000원

    블루리본 서베이 ‘서울의 레스토랑 2009’ _ 블루리본 서베이 펴냄

    인생은 메뉴 선택의 연속이다. 하루에도 세 번이니, 1년만 해도 1000여 번 선택한다. 선택의 속성이 그렇듯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갔던 곳을 찾아가며 단골을 자처하는 건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제는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단골 대신 2005년부터 발간된‘레스토랑 평가서’를 찾아봐도 좋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09년에 ‘선정된’ 서울의 레스토랑 리스트가 담겨 있으니 말이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생각보다 철저하다. 인터넷 사이트(www.blueR.co.kr)에서 일반인에게 리본 두 개 이상을 받은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음식에 조예가 깊은 블루리본 기사단이 재평가해 리본 세 개를 받은 곳을 선정해 책에 싣는다. 평가 기준은 음식 맛, 분위기, 서비스, 청결도 등이다. 많은 사람이 호평한 1190여 개 레스토랑의 특성이 잘 정리돼 있다. 클라이닉스/ 432쪽/ 1만8000원

    쓴소리 곧은소리 _ 박창래 지음

    지난 45년간 언론계 현장에 있던 저자가 칼럼집을 냈다. 제목이 ‘쓴소리 곧은소리’인 것은 그만큼 귀에 거슬리는 얘기가 많이 담겨서다. 그의 칼럼을 보면 ‘비뚤어져가는 진보좌파 세력에 대한 비판’이 많다. ‘진보좌파의 덫’‘잃어버린 10년’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란 분류를 봐도 그렇다. “나는 진보좌파 정부가 들어선 지난 10년간 집권세력을 비판해왔다. 그들이 추구하는, 경쟁보다는 형평과 분배, 성장보다는 평등과 복지를 우선하는 좌파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경제발전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들을 비판한 건 “경제의 부보다는 명예 지성 문화를 몇 곱절 소중히 여기는 나라, 상식과 원칙이 통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더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남/ 435쪽/ 2만5000원

    춤과 그들 외
    ▼저자가 말하는 ‘내책은…’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_ 탁석산 지음, 창비, 264쪽, 1만2000원

    한국철학을 정립하기 위해 서양철학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은 흔한 것이었다. 하지만 서양철학을 넘어서도 한국철학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지금 여기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지금 여기의 의미를 간과하기 때문에 한국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난 100여 년간을 말하고, 여기는 이 땅을 뜻한다.

    지금이 지난 100여 년간을 말하는 것이라면 자연스럽게 조선과는 단절된다. 즉 조선은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을 놓치면 한국철학을 정립할 수 없다. 한국과 조선 사이에는 분명한 단절이 존재하는데 단절을 무시하고 계승과 발전만을 논한다면 지금이 보이지 않게 된다. 물론 단절은 칼로 무 베듯 명확한 것은 아니다. 문화란 정치적 구조의 변혁에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과 고려가 주자학과 불교로 분명히 단절된 것처럼 한국은 조선과 분명히 단절된다. 단절을 전제로 하고 계승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문화는 단절로 인해 발전한다는 데에서 시작하여 지금 여기의 한국문화 특성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가 한국문화의 특징이고 이 셋을 이끌고 가는 이념 혹은 철학은 실용주의라고 이 책은 말한다. 현세주의는 저세상은 없다, 지금 이세상이 전부라는 것이고, 인생주의는 일이나 업적보다 감각적 즐거움을 좇는 것이고, 허무주의는 인생이란 원래 공수래공수거, 좌절할 것 없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이 세 가지가 한국인의 삶을 규정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인생 뭐 있나, 죽으면 그만인데 열심히 살고 즐겁게 살자는 생각이 한국의 문화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성들은 철학자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데에 강점이 있다. 즉 생활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생존, 생활, 행복, 의미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자생적으로 한국문화를 형성해왔는데 생활 속에서 대중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강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런 문화를 이끌어온 철학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실용주의다. 즉 인생의 즐거움에 유용한 것이 좋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그런데 실용주의는 ~에 유용한 것이 좋다는 믿음이기 때문에 열린 문장이다. ~에 무엇이 들어갈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말은 실용주의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실용주의는 세 가지 주의에서 생겨났지만 이제는 이것들을 이끄는 철학이 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은 어떻게 지독한 가난과 파괴에서 이토록 잘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리고 눈부신 성공 뒤에는 반드시 어떤 철학이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에 대한 답을 얻는다면 한국문화에 대해 자신감도 생겨날 것이고 지금의 험난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근거와 힘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어려운 때 보험으로 작동하는 허무주의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국철학은 존재한다. 탁석산 | 철학가│

    동남아문화 산책 _ 신윤환 지음

    동남아는 덥다. 서 있기만 해도 습한 기운이 밀려온다. 그래선지 웃고 있는 동남아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짜증나는 날씨에 미소를 짓고 있다니, 미덥지 않다.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동남아인만 웃고 사는 건 아니다. 대다수가 그렇다. 사회조사에 따르면 동남아인의 행복지수는 한국인보다 월등히 높다. 저자는 ‘왜 못살고 힘없는 나라에 사는 동남아인들이 더 잘살고 잘났다고 으스대는 한국인보다 행복할까?’라는 의문을 품고 25년간 동남아를 파헤쳤다. 자연, 지리, 역사, 정치, 경제 등 분야별 맥락뿐 아니라 의식주, 전통, 관습, 정치문화 등 구체적 영역도 살폈다. 이 책은 그 성과물로 ‘동남아인들의 힘과 행복의 근원’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근원으로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등을 꼽는다. 대다수 동남아 국가는 수십, 수백의 종족으로 구성돼 있다. 창비/ 216쪽/ 1만5000원

    자금성의 황혼 _ 레지널드 존스턴 지음, 김성배 옮김

    “나의 이야기는, 불행한 덕종 황제가 숭고하지만 달성할 가망이 없는 개혁안을 시도한 1898년부터, 1931년 말 세계 정치무대의 태풍의 눈이 된 만주국이 출현하기까지의 34년간으로 한정하려 한다.” 청조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宣統帝·부의)의 사부이자 대영제국 파견 관료인 저자가 ‘저물어가던 중국’을 그렸다. 연합군의 북경 입성, 서태후의 재집권, 공화국 수립, 원세개의 군주국 재건 시도, 풍옥상의 쿠데타, 부의의 출궁 등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설명돼 있는 책을 읽노라면 격동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 기록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닌 사료로 평가받아 케임브리지 중국사의 참고문헌, 국제재판의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독자는 중국 근대화를 비판한 3자의 눈을 통해 한국 근대화의 허점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돌베개/ 740쪽/ 2만5000원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_ 김덕진 지음

    “충청도에서 굶주린 엄마가 어린 자녀를 삶아 먹은 사건이 발생했다. 관아 사람이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그녀는 큰병을 앓고 굶주리던 중 아들과 딸이 병으로 죽자 삶아 먹었을 뿐 죽여서 먹은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처럼 저자는 17세기 조선을 뒤덮은 대기근 현장을 생생히 묘사하면서 현상과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100만명의 사상자를 낸 1671년 경신대기근은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했다. 소빙기 현상에 따른 기후 변화란 것이다. 대책 면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났는데, 신료들이 저마다 해결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도리어 정쟁(政爭)이 지속,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기근에 처한 국민과 국가, 피지배층과 지배층의 갈등 양상을 보노라면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푸른역사/ 352쪽/ 1만6000원

    ▼ 저자가 말하는 ‘내책은…’

    춤과 그들 외
    새로운 사회를 위한 경제이야기 _ 김수행 지음, 한울, 260쪽, 1만4000원

    저는 2008년 2월 말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정년퇴임하고 3월1일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석좌교수로 영입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 영입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여덟 번의 공개강의를 편집해 출판한 것입니다.

    저는 학생들과 일반인에게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구조와 발전을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해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1강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구조’와 제4강 ‘세계경제의 구조와 발전’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1980년부터 시작된 시장만능주의 또는 신자유주의가 이제 미국과 세계 전체에 산업위기와 금융위기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제2강 ‘경제의 금융화’, 제3강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 제5강 ‘1997년 한국 공황의 원인과 결과’에서 위기와 공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또한 모든 청중이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치’가 우리 사회를 어디로 내몰고 있으며, 이런 사회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에 큰 관심을 쏟았기 때문에, 저는 제6강 ‘세계 속의 한국: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비판’, 제7강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 제8강 ‘새로운 세상’에서 청중의 우려를 달래면서 새로운 희망을 주려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경제‘학’은 모르지만 현실의 경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썼습니다. 이 책은 또 우리 모두가 촛불을 들고 “실업자를 줄여라”“빈부격차를 해소하라”“한미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라”“평등과 연대와 평화를 보장하라”“남북대결을 피하라”“카지노자본주의를 척결하라”“수출보다는 국내시장을 확대하라”“혼자서 잘살려고 하지 말고 더불어 잘살 수 있는 길을 찾자”라고 외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지식을 독자에게 나누어드릴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지금 역사의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 모두가 정치적 결단을 하지 않고서는 이 소용돌이를 헤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가 일부 부유층의 이익에 봉사해서는 안 되고 모든 국민의 필요와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 경제적 변혁의 핵심 원리입니다. 고급 수학을 사용해 기술함으로써 경제학을 모두가 두려워하는 학문으로 만드는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이 책은 주류경제학을 여러 측면에서 비판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 책은 강의 때마다 청중이 제기한 질문들에 대한 저의 응답도 싣고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지 않아 독자가 궁금하게 생각한 온갖 의문은 사실상 모든 사람이 항상 지니고 다녔을 것인데, 이번 기회에 될수록 명확하게 해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김수행 |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석좌교수│

    괴짜가 산다 _ 조양욱 지음

    “우리말 사전은 괴짜를 그냥 ‘괴상한 사람’으로 풀이해놓았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단순히 괴상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내가 치는 괴짜는 사심을 벗어던진 채 아름다운 일탈을 하는 사람들이다. 미답(未踏)의 영역에 서슴없이 덤벼들기를 좋아한다. 외곬으로 한 우물 파기도 즐긴다.” 저자는 일본을 성장시킨 괴짜들 면면을 들여다보며 인생경영술을 전한다. 어렵게 재기해 투수왕이 된 노모 히데오, 성악가 출신의 소니 경영자 오가 노리오, 케네디 대통령이 존경하는 개혁 영주 우에스기 요잔, 기술자들과 뒹군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철도작가로 새 인생을 시작한 미야와키 순조, 93세까지 지휘봉을 잡은 법학도 아사히나 다카시, 독도를 한국에 주라고 당당히 외친 언론인 와카미야 요시부미 등 다양한 괴짜들의 단단한 내공이 돋보이는 책이다. 학고재/ 268쪽/ 1만3000원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_ 전경일 지음

    등산객들은 괴나리봇짐 하나 짊어지고 신나게 오른다. 공든 탑 무너지듯 오르고 나면 평지로 내려와야 하는데 왜 가나 싶다. 딱히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은데 자꾸만 간다. 이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산을 알면 경영의 묘를 알 수 있다”며 산의 묘미가 뭔지 들려준다.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가는 겁니다.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철썩거리는 소리보다 졸졸거리는 소리가 더 가까이 들려야 합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는 게 확인되면 그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죽어라고 걸으세요. 신속히 움직이면 상대방의 팔다리가 보일 겁니다.” “등산처럼 꾸준히 오르지 않고 단번에 승부를 내려고 무리하다 보면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산 아래서는 빈둥거리던 정신이 산 위에 올라서면 빨리 뭘 해야겠다는 각오로 불탑니다.” 김영사/ 416쪽/ 1만5000원

    그림애호가로 가는 길 _ 이충렬 지음

    아름다운 그림이 많이 팔리는 세상이다. 갑부가 아닌 바에야 누가 그 비싼 그림을 사겠나 싶지만 샐러리맨도 많이 산다. ‘김과장 전시장 가는 길’이란 유명 전시장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양복 한 벌 사는 대신 그림 한 점 사는 경우가 흔하다. 이처럼 그림 소비층이 갑자기 두꺼워진 건 ‘그림 소유’가 문화생활이자 재테크 수단인 까닭이다. 그림으로 문화도 누리고 싶고, 돈도 벌고 싶은 ‘김과장’이 읽어볼 만한 책이 나왔다. 저자 자신이 그림애호가로 성장한 모습을 가감 없이 다루고 있는 이 책에는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이 가득하다. 특히 그림 싸게 사는 비법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림을 사려면 화랑에 가는 게 나은지 아니면 경매장, 아트페어에 가는 게 나은지, 경매장에 가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돈이 될 만한 그림은 어떻게 찾는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김영사/ 324쪽/ 1만4000원

    ▼ 저자가 말하는 ‘내책은…’

    춤과 그들 외
    대중지성의 시대 _ 천정환 지음, 푸른역사, 376쪽, 1만6500원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ㆍ영국ㆍ소련 등 강대국은 카이로선언을 통해 패전 처리에 합의했다. 특히 특별조항까지 두어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독립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1943년 가을이었다. 그때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경성제대를 나오고 당대의 천재라 불린 유진오나 최재서 같은 최고 지식인과,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이광수나 최남선 같은 이들은 친일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전쟁을 찬양하고 영미(英美)를 저주하며, 우리 청년들을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내보내는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왜 그런 당대의 최고 ‘지식인’은 곧 일본이 비참하게 패퇴하고 한국이 독립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일제 전시권력이 그들의 눈과 귀를 막아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그들은 중국의 중학생보다 못한 정보와 지식으로 민중 위에 군림하며 일본을 위해 봉사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지식과 민주주의의 문제에 관한 한 최악의 정부와 맞대면하고 있다. 권력 담당자들의 지성과 지혜는 보잘것없는 듯하나, 정부는 국민의 귀와 눈 그리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아 바보로 만들고자 하는 정책을 펴려 한다. 교육과 언론 정책에서도 앎의 민주주의를 박정희ㆍ전두환 시대보다 못하게 후퇴시키고 있다. 어쩌면 국민의 수준이 아주 높고 그들의 ‘말빨’이 너무나 세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우민화 정책을 펴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며 새로운 저항만 부추길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상 최고ㆍ최다량의 지식을 가진 대중이 한국 민주주의의 주인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최대 정적(政敵)은 아고라의 네티즌들이다. 촛불 정국에서부터 최근의 ‘미네르바’에 이르기까지, 정권은 이들을 감당하지 못하여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고라의 네티즌은 현존하는 대중지성의 모습을 가장 근사하게 보여준다.

    소위 전문가ㆍ지식인ㆍ기득권층의 지식이 마치 예금처럼 감추어진 채,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 비해, 대중지성의 지식은 공유되고 소통하기 위해 존재한다. 대중지성은 민주주의의 보루이며, 역사의 건강한 동력이다. 그런데 이런 대중지성은 오늘날 나타난 것이 아니라, 앎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던 순간부터 존재해왔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중지성은 관계론적이며 지향성을 지닌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행동양식과 대중현상은 복합성을 지닌다. 그것은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내포하는 듯하다. 그러나 거기까지 말하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역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긍정적인 에너지를 도출하기 위한 연대의 관점에서 대중의 존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대중지성론이다. 개인이 가진, 그리고 개별 분야의 앎은 불충분하고 불완전하다. 그래서 연대가 필요하다. 물론 대중지성 개념은 ‘후기근대’에 가능한 새로운 지식인론과도 관련된다.

    천정환│성균관대 국문학과 조교수│

    바다의 기별 _ 김훈 지음

    “날이 저물어서, 마을과 강가를 어슬렁거리며 사람 사는 구석들을 기웃거릴 때, 쓴 글과 읽은 글이 모두 무효임을 나는 안다. 이 환멸은 슬프지 않고 신바람 난다. 나는 요즘 실물의 구체성과 사실성을 생각하고 있다. 실물만이 삶이고 실물만이 사랑일 것이다. 이 묵은 글을 모아놓고 나는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아가야겠다.” 책 서문에 밝혔듯 김훈은 다시 출발하기 위해 ‘실물과 삶과 사랑이 가득한 글’을 한가득 묶었다. 순전히 밥벌이 때문에 기자생활을 했지만서도 덕분에 생활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추운 겨울 교도소 앞에서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박경리 선생, 삶의 고통 속을 의연히 지나가는 실존인 황순원 선생,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는 박래부 기자. 난중일기에 푹 빠진 작가 자신의 실물이 그려져 있다. 생각의나무/ 211쪽/ 9500원

    아름다운 마무리 _ 법정 지음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모든 처세술의 기본은 긍정이다. 처지를 비관하다 보면 나쁜 일만 생기나 긍정하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는 까닭이다. 법정 스님이 말하는 마무리도 예외가 아니다. 스님은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 현실을 긍정하다 보면,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충만을 느끼려면 긍정적인 마음 외에도 “심각함과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천진과 순수로 돌아가는 것”“지금 주어진 유일한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아는 것”“어디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여행자의 모습으로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학의숲/ 244쪽/ 1만1500원

    불로장생 탑 시크릿 _ 신야 히로미 지음, 황선종 옮김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큰돈이 드는 건 아니다. 몇 가지 수칙만 잘 지키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래서인지 더스틴 호프만, 손정의, 베라 왕의 주치의가 제시하는 수칙이 범상치 않게 보인다. “건강하게 살을 빼려면 현미를 먹어라, 산행 뒤 맥주를 마시려거든 물을 먼저 마셔라, 과일은 식후가 아닌 식전에 먹어라, 과일 먹기 전에 반드시 물을 마셔라, 운동할 때 마시는 스포츠드링크는 당뇨를 불러올 수 있다, 장을 깨끗이 유지하고 좋은 물을 충분히 마시기만 하면 피부 노화를 막을 수 있다, 내장 지방을 줄이려면 고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줄여야 한다, 독소를 배출하기 위해 하루 2L 정도의 물을 마셔라,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암에 걸릴 수 있다….”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탑 시크릿’이 그럴듯해 보인다. 맥스미디어/ 232쪽/ 1만3800원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