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호

새해 노래

  • 입력2009-01-05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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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노래

    일러스트·박진영

    웃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웃음이

    맞은편 웃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저 길모퉁이

    좌판할머니에게



    하루 6만원 벌이의 해가 되어지이다

    학부 2년짜리 젊은이한테

    알바 네 군데에서

    세 군데는 그만둘 여유의 해가 되어지이다

    그 젊은이한테

    멀리 떠나가버린 책이

    돌아오는 해가 되어지이다

    울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아픈 아기의 울음소리에

    함께 우는 엄마 마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마침내 먼동 틀 무렵

    두 울음 함께 잠드는 해가 되어지이다

    그렇듯이

    누구의 울음이

    나의 웃음이 되고야 마는 해가 되어지이다

    복판이 변방을 울고

    변방이 복판을 우는 해가 되어지이다

    이 나라 남쪽

    이 나라 북쪽

    인류사의 첫걸음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이

    그대로일 수 없는

    이대로일 수 없는 해가 되어지이다

    고개 들어

    하는 속속들이

    고개 숙여

    이승과 이승 밖이 하나인 해가 되어지이다

    생은 죽음을 모르고

    죽음은 생을 알 길 없으나

    끝내 빈 나뭇가지 빈 바람인 듯

    둘이 하나인 줄 환히 아는 해가 되어지이다

    2009년 새해

    온갖 허풍 묻고 일어선

    이 가난하고 굳센 마음의 해가 되어지이다

    高銀

    새해 노래
    ● 1933년 전북 군산 출생

    ● 군산고등학교 중퇴

    ● 군산북중학교 교사, 전등사 주지, 민족문학작가회 회장, 미국 버클리대 초빙교수 등

    ● 現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시인, 작가

    ● 저서: ‘고은 시전집’‘조국의 별’ ‘만인보’‘머나먼 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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