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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의 ‘藝人’ 탐구 ③

6살 최연소 데뷔, 기네스북 오른 공연기록, 예술철학 박사…하춘화

“늘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느라 인생이 고달파요”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6살 최연소 데뷔, 기네스북 오른 공연기록, 예술철학 박사…하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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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법학대학원에 4번 도전해 낙방
  • ● “철학? 어려운 게 아니고 머리에 쥐가 난다니까”
  • ● 토익시험 보는데 편지 놓고 가는 감독관…“환장하는 줄 알았어요”
  • ● 결혼 전 남편과 호적등초본, 건강진단서 주고받아
  • ● 결혼 초 유산, 20여 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 입양도 생각
  • ● 다음 목표는 반듯한 대중음악 전문학교 설립
6살 최연소 데뷔, 기네스북 오른 공연기록, 예술철학 박사…하춘화
가수 하춘화(55)는 지난해 ‘아버지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노래인생 50년을 담은 이 책은 아버지(하종오)에 대한 마음을 담아낸 일종의 에세이다. 책에서 하춘화는 “나는 아버지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적고 있다.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 바로 가수 하춘화”라고도 했다. 여섯살 어린아이를 가수의 길로 이끈 사람도, 평생을 가수 하춘화의 옆에서 지켜준 사람도 바로 아버지였다. 올해로 구순을 맞았지만, 아버지 하종오씨는 지금도 하춘화씨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만인의 연인’이 된 딸의 모든 것을 기록한다.

50년 동안 노래를 했고 연예계를 누볐지만, 하춘화는 연예인이라기보단 예술가 혹은 학자의 느낌을 준다. 지난 50년 세월도 그저 강처럼 유유히 흘러간 느낌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한 여가수였지만 하춘화에겐 그 흔한 스캔들 한 번 없었다.

2006년엔 대중가수로는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관심을 끌었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대중가요 역사를 이론적으로 정립한 논문을 썼다. 하춘화는 기록도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 일단 최연소 가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8000회가 넘는 공연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2500개가 넘는 곡을 취입했고 히트곡 70여 개. 1985년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새해가 되면 가수생활 50년을 맞는 하춘화를 가을이 깊어가는 남산자락에서 만났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음이 느껴졌다.

예술철학 박사

“동아일보와는 제가 참 인연이 깊어요. 첫 매니저가 동아방송 출신이었고, 데뷔했을 땐 동아일보 김상만 회장님이 저를 너무 예뻐하셔서 수양딸로 삼으시기도 했어요.”



▼ 그랬군요. 하 선생님을 좋아한 유명인사가 아주 많았죠.

“제 노래를 좋아할 수 있는 연배시니까. 그래서 부모님뻘 되시는 분들이 많이 귀여워하셨죠. 왜 그러냐면, 나이도 가요계에서 가장 어린 막내인데 그렇게 나와서, 그분들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게 애릿애릿해가지고 청승스럽게 노래를 잘한다’고 하셨어요.”

▼ 몇 년 전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어요. 1970~80년대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분석하셨는데요.

“네,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설문을 통해서 선정한 80곡을 대상으로 분석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나라 대중가요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70~80년대는 한마디로 격변기죠. 산업화와 서울드림이 있던 때잖아요. 고향을 등진 사람들, 애틋함, 이런 게 공존했던 때란 말이에요. 그런 게 당시 유행했던 가요에 다 녹아 있는 거죠. 국민의 정서가, 우리의 역사가, 그 당시 노래를 통해서 증명이 돼요. 그걸 분석한 논문이죠. 대중가요를 통해 우리 역사를 실증했다고 보면 돼요.”

▼ 80곡 중에 선생님 곡은 몇 곡이나 포함됐나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닌데, 한 5~6곡정도 돼요. 그래도 많죠?”(웃음)

▼ 논문 쓰면서 옛날 생각 많이 하셨겠네요.

“그렇죠. 그러니까 오히려 더 정확할 수가 있는 거예요. 왜냐면 난 현장에서 뛰었기 때문에, 제가 그냥 공부만 하는 사람이었으면 수박 겉핥기식이 될 수도 있었겠죠.”

▼ 예술철학 박사를 받으셨는데, 처음엔 법학대학원에 가려고 하셨다죠?

“그랬어요. 4번 도전했는데 다 떨어졌어요. (손가락을 펴 들며) 무려 4번이나. 지방공연 다니다가 막 올라와서 면접하고 시험 치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떨어졌어요. 외국만 해도 로스쿨이 따로 있잖아요. 자기가 전공한 분야를 더 깊이 연구하려고 로스쿨을 가죠. 학부에서 법학을 공부했던 안 했던 관계없이, 그런데 제가 응시할 당시엔 꼭 학부나 석사에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만 법대를 가는 걸로 그렇게 교수들이 인식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좀 많이 깨졌는데, 그래서 교수님들이 저에게 그랬다니까요? ‘학부에서도 전공을 안 하고 어떻게 여기 와서 하려고 그러느냐’고. 법대 가면 ‘Entertainment in Law’를 하려고 했는데, 저작권법이라든가. 엔터테이너들의 권익을 위해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안 받아주더라고, 교수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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