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식사, 작은 김치 그릇
▼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이 있나.
“나트륨 섭취를 줄이라고 하면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데, 사실 몇 가지 식습관만 바꿔도 된다. 나트륨은 라면국물, 찌개국물 등에 특히 많이 들어있으니 국물을 다 먹지 않고 남기는 습관만으로도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식사할 때 숟가락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면 자연히 국물을 적게 먹는다.
또 우리나라 사람은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데, 그렇다고 김치를 안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김치를 적정 염도로 담그는 게 중요하다. 김치냉장고 사용이 크게 늘어난 이상 옛날처럼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김치를 짜게 담글 필요가 없다. 김치를 담아내는 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절임음식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1960년대까지는 하루 소금섭취량이 15g 가까이 돼 우리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10g 미만으로 떨어졌다. 일본 음식을 하나하나 먹어보면 아직도 상당히 짠데도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짠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이 아주 작기 때문이다. 작은 그릇에 몇 조각 담아내지 않는다. 반면 샐러드 그릇은 큼지막하다. 우리도 김치 그릇 크기를 조금 줄이면 좋겠다.”
손 의원은 집에서 식사할 때 늘 생채소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식탁 위에 생채소가 담긴 커다란 바구니를 놓아두고 생채소부터 먹기 시작한 뒤로 김치를 조금 덜 먹게 되었다고 한다. 채소가 몸에 좋은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채소를 무엇과 곁들여 먹는지도 중요한데, 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김치를 먹을 때보다 소금을 덜 먹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채소에는 나트륨 배설을 촉진하는 칼륨이 많이 들어있어 고추장에 들어있는 나트륨을 섭취하더라도 상당량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반면 칼륨 섭취량은 낮다. 나는 한 끼라도 칼륨이 높은 식사를 하자는 주의다. 아침에 고구마와 저지방 우유, 과일 등을 먹으면 칼륨이 높은 식사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양념이 들어간 음식을 한 가지라도 곁들이면 나트륨이 높은 식사가 돼버린다. 생선구이를 할 때 생선에 미리 소금을 뿌려놓으면 자반고등어 한 토막에 3g 정도의 소금이 들어가지만, 굽기 직전에 소금을 뿌리면 0.5∼0.7g밖에 안 들어간다. 겉에만 살짝 소금이 발리는데, 생선을 겉에서부터 먹으니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요리법에 신경 쓰고 식습관을 바꾸면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학교에서 아침급식 시작해야
▼ 외식문화가 발달하고, 조리된 식품을 사 먹는 일도 잦아졌다. 영양성분표에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을 보고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할 방법은 없나.
“식품의 나트륨 함량은 영양 안전 측면에서 식약청이 관리를 하지만, 민간 기업이 만드는 제품에 대해 국가가 규제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국에서는 시민단체 등에서 기업에 압력을 많이 넣는다. 그 결과 나트륨 함량이 특히 높은 냉동식품의 경우 기업에서 소비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나트륨 함량을 줄여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나트륨 함량이 확 줄게 된다. 소금에 대한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 마음먹고 한 달만 싱겁게 먹으면, 소금에 대한 역치가 상당히 낮아져서 소금이 조금만 들어가 있어도 굉장히 짜게 느낀다. 당장 ‘소금 프리’ 캠페인을 일주일만 해도 시중의 식품이 짜서 못 먹겠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 비만과 나트륨 과다 섭취 외에 우리 국민의 영양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 부분이 있다면….
“아동·청소년의 아침 결식문제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에서는 아침급식이 이미 활성화됐는데, 우리나라도 학교에서 아침급식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아침에도 우유와 시리얼 같은 찬 음식을 먹는 데 반해 우리는 밥과 국에 반찬까지 준비하려면 부담이 큰 게 사실이지만,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를 제공하더라도 아침급식을 하면 좋겠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칼로리 섭취량은 넘치는데, 칼슘이나 철분, 아연 같은 미량영양소는 결핍된 아동청소년이 많다는 점이다. 패스트푸드 같은 열량 높은 음식을 즐겨 먹고 채소는 잘 먹지 않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청소년들에게서 아연결핍으로 인한 저성장증 같은 것이 나타나고 있다. 미량영양소 결핍은 영양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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