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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차세대 항암치료제‘쎄라젠’ 개발한 재미의학자 김재호

“췌장암 이긴 힘은 ‘99% 실패보다 1% 성공 가능성’ 믿은 것”

  • 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차세대 항암치료제‘쎄라젠’ 개발한 재미의학자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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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기억이 생생하시겠어요.

“인민군과 미군의 총격 와중에 포탄을 맞아서 구사일생으로 살았죠. 다리 한쪽에 포의 파편을 맞았어요. ‘쉬익~’ 하고 포탄 날아오는 소리가 지금도 잊히질 않아요. 지금도 겨울에 바람 부는 소리만 들려도 겁이 나더라고요.”

전시통에 그는 경북대 의대에 들어갔다. “전시 시국에 문학을 해서는 굶어 죽는다. 의대나 공대를 가라”는 부모님의 의견을 따랐다. 피난 중 공부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시절이었다. 새로운 기회는 1959년 찾아왔다. 이승만 정부가 최초로 국비 유학생을 선발한다는 공고가 신문에 실렸다. 원자력 산업 전문가를 키워 과학을 진흥시키는 것이 유학생 선발의 목적이었다.

“국비 유학생에 도전한 건 부친의 권유 때문이었어요. ‘앞으로 크게 되려면 외국에서 공부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죠. 1956년 하버드대 초빙교수를 지낸 부친은 넓은 시야를 갖고 계셨어요.”

수많은 지원자가 몰린 가운데 그는 ‘대한민국 국비 유학생 1호’로 뽑혔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방사선생물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헤밍웨이나 토머스 하디의 소설을 즐겨 읽을 만큼 그는 영어 리딩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도 미국행은 ‘상상을 초월한 모험’이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프로펠러기를 타고 도쿄로 갔어요.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에서 내렸죠. 하와이 식당에 갔는데 아는 음식이 없는 거예요. 샌드위치, 햄버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유일하게 아는 음식인 아이스크림만 하루에 6번 시켜 먹었죠. 미국에만 오면 아이오와대에 자동적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하와이 호놀룰루, 샌프란시스코, 솔트레이크시티, 오마하, 디모인을 거쳐 버스를 타고 캠퍼스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5일이 걸렸어요.”

‘스트레이트 A 스튜던트’의 신화

미국 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듣고 말하기였다. 친구들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동양인을 마치 동물원 원숭이처럼 쳐다보는 시선은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했다. 많은 것이 어려웠지만, 그는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경북대를 1등으로 졸업하고, 한국에서 뽑혀왔지만 처음엔 저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죠. 같이 유학 온 송창원 미네소타대 의대 교수와 함께 매일 밤샘을 했어요. 기숙사에서 새벽 4시 이전에 잠든 적이 없어요. 카페테리아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춰 오전 6~8시 사이에 일어났고요. 그 덕분에 전례 없는 ‘스트레이트 A 스튜던트’가 됐죠.”

그가 치열하게 공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1960년 4·19 혁명 후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국비 유학생에 대한 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가 ‘학비 보조’에 관해 영사관에 문의할 때마다,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무신경한 반응이 돌아왔다.

“새로 들어선 정권이 이전 정부가 보낸 외국 유학생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거죠. 당장 학비와 체류비를 마련해야 했어요. 다행히 성적이 좋아서 장학금을 받았고, 연구실 조교로 들어가 리서치 펠로십(연구지원금)도 받았죠.”

김 박사는 1963년 미국 코네티컷의 한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이오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던 해였다. 대구 고향집 뒷집에 살던 아가씨가 그와 결혼하기 위해 단신으로 미국에 왔다. 집안 어른들끼리 결정한 혼사였다. 남편 될 사람의 사진만 보고 이역만리(異域萬里)에 온 부인 신조희(69) 여사는 47년간 그림자처럼 김 박사의 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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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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