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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과학은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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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찾아오는 경제위기

과학은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1995년 1월17일 발생한 일본 고베 지진.

경제 분야에선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은 경제위기는 극단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자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가깝다. 1929년의 미국 경제 대공황부터 따져도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는 열 손가락을 다 꼽고도 남는다.

경제 분야에서 검은 백조가 나타나 분탕질을 치는 이유는 그 분야가 원래 합리적인 범위를 따질 때 기간이라는 것을 잘 고려하지 않거나, 기간을 아주 짧게 고려하기 때문일 수 있다. 혹은 항상 주가는 올라야 하고 성장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의 결과일 수도 있다. 경제는 산업혁명 이후 긴 기간에 걸쳐 보면 성장 추세가 지속되어왔다. 그 사이 일시적인 후퇴를 참아내지 못하고 위기로 느끼는 것이다. 지금의 부동산 침체도 한 동안의 급격한 상승 뒤의 정체이므로 아마 훗날에는 긴 성장 추세의 일부로 보일지 모른다.

많은 사람은 배추 값의 폭등과 폭락을 매일 피부로 느끼며 그 때마다 심각해한다. 그러나 연 단위의 배추 값 통계는 배추 값이 지극히 평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표는 편차, 요동, 불확실성이 실제로는 별거 아니라고 말한다. 지표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믿음을 준다. 그러한 믿음하에서 수리 경제 모형에 입력되고 그 산출 결과는 경제 정책의 토대가 된다. 세상은 별 탈 없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비친다.

그러나 탈레브는 이러한 기대야말로 환상이라고 본다. 그는 주요 경제학자들의 권위를 높여준 노벨경제학상을 비판한다. 세상이 예측 가능하게 돌아간다는 환상을 인류에게 심어줌으로써 오히려 위기의식을 희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 넓게 보면 검은 백조도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검은 백조라는 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흰 백조는 정상으로, 검은 백조는 비정상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즉 위기가 없는 상태가 정상이고, 위기는 비정상적인 상태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토마스 쿤에 따르면 정상과학은 지금의 가치체계에서만 정상일 뿐이다. 정상과학을 뒤엎는 과학혁명은 위기가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이다.

우리 눈에 비치는 세상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내일 세상이 망할 일은 없을 것이고 앞으로 1분 뒤에 내가 사고를 당할 일도 없다. 세상이 실제로 그러한지 여부를 떠나 그런 마음 상태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로 진화한 것은 분명하다. 사람이 공포를 매 시각 안고 살아간다면 집 밖에도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는 인식 혹은 희망 덕분에 우리는 일상을 살 수 있고 모험적인 일에도 뛰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날씨를 예로 들어보자. 텔레비전은 어김없이 일기예보를 전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내일 날씨가 어떠할지를 알아차린다. 일기예보는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다. 사람들은 신뢰감을 주는 외모의 기상캐스터의 말을 굳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일기예보가 빗나가면 분통을 터뜨리고 비난한다. ‘그 값비싼 슈퍼컴퓨터는 대체 뭘 하는가’라고 말이다. 그러나 사실 일기예보는 확률일 뿐이다. 다만 사람들은 비 올 확률이 20%면 비가 안 온다는 말이고 60%면 비가 온다는 말로 믿을 뿐인 것이다.

날씨를 100%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사흘 이후의 일기예보는 사실상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보내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유는 날씨 자체가 우리의 계산 능력을 넘어서는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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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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