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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남북 현대사의 10대 비화 ⑧

서울 → 필리핀 → 가봉 → 미얀마 15년 이어진 질긴 암살극의 끝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 오세영| 역사작가, ‘베니스의 개성상인’ 저자 |

서울 → 필리핀 → 가봉 → 미얀마 15년 이어진 질긴 암살극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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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과 북의 대결이 잠시 소강상태를 이루던 동안에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동구권이 급속하게 몰락하면서 냉전체제로 대표되던 국제정세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소련과 중국은 개혁과 개방의 대세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체제에 순응했지만 북한은 사정이 같을 수 없었다. 북한에 개방은 곧 체제 붕괴를 의미했다. 초조해진 북과 정치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남. 먹구름이 다시 한반도를 향해 몰려왔다.

인기가 없는 한국 대통령을 제거하는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북한은 그렇게 판단하고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 1981년 전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반한 교포들이 암살을 모의한 적이 있다. 모의 단계에 그친 일이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북한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았다.

장소는 역시 외국이 좋을 것이다. 전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외국을 순방하고 있었다. 북한은 공작원을 직접 파견하는 대신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키로 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그쪽이 위험부담이 덜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캐나다의 반한 인사 제임스 최를 통해 국제 킬러 야노버와 손을 잡았다. 제임스 최와 야노버는 무기 밀거래를 통해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냄새’ 맡은 캐나다 경찰

휘황찬란한 빛이 도박과 환락의 도시 마카오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빈에서 헤어진 세 사람은 한 달 후 이곳 마카오에서 재회했다. 이번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나하고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요.”

야노버가 동료 알렉산더 마이클 제롤을 소개했다. 북한 공작원은 살피듯 제롤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소란스러운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된 호텔 방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남조선 대통령의 필리핀 방문 일정이 7월6일에서 8일까지로 확정됐소.”

북한 공작원이 입을 열었고 제임스 최가 즉시 통역했다. 야노버와 제롤 두 사람의 얼굴이 흐려졌다. 중순도 아니고 초순이면 시일이 너무 촉박했다.

“미리 현장을 살피고 예행연습도 해야 하는데 시일이 너무 촉박하오.”

“알고 있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리 알고 준비를 철저히 하시오.”

북한 공작원이 딱 잘라 말하자 야노버와 제롤은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보에 의하면 양국 정상은 방문 둘째 날에 푸에르토 아줄이란 곳에서 골프 회동을 할 예정이오.”

공작원의 말이 이어졌다. 푸에르토 아줄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70㎞ 떨어진 곳에 있는 고급 휴양지로 해안을 따라 조성된 골프 코스는 경관이 빼어나 명문 코스로 통했다.

캐나다 연방경찰수사국(RCMP) 국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찰스 스티븐 야노버

극우 백인폭력집단인 쿠 클랙스 클랜(KKK)에도 관계한 백인 우월자로 전문 살인청부업자. 카리브의 도미니카공화국 전복 음모에도 가담했던 적이 있음. 최근에는 국제 무기 거래에도 관여하고 있음.

알렉산더 마이클 제롤

야노버의 오랜 동료로 그와 함께 테러에 여러 차례 가담한 적이 있음.

제임스 최

부친은 한국군 예비역 장성으로 캐나다에 체류 중인 반한 인사. 제임스 최는 합법적인 사업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은 여러 종류의 불법 거래에 가담하고 있음. 야노버와는 석탄 거래를 이유로 토론토에서 여러 차례 회동한 적이 있음. 지난달에 그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음. 이번 달에는 야노버 외에 제롤까지 대동하고 마카오를 다녀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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