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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한의학 이야기

코는 음기로 다스려라

코는 음기로 다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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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음기로 다스려라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것 같던 치료법은 알고 보니 ‘반쪽 치료법’에 불과했다. 알레르기는 면역이 과민해서 생기는 질병이다. 면역 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온도를 높여 바이러스와 세균의 접근을 막는 것이 그 하나이고, 점액을 분비해 방어하는 것이 다른 하나다. 전자는 양기가 부족한 것이고 후자는 음기가 부족한 증상이다.

소청룡탕류의 처방은 체온을 높여 콧물을 치료함으로써 양기를 다스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점액 분비 측면의 음기를 다스리는 방법은 간과했다. 폐가 차가워지거나 체온 유지와 관련돼서 생기는 알레르기, 그리고 코가 건조해서 생기는 음기 측면의 알레르기는 증상에도 차이가 있다. 체온 조절에 실패해 생기는 알레르기는 콧물이 폭발적으로 분비되는 데 비해 점액이 부족하면 재채기와 가려움증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점액은 인체의 음기이자 물이다. 분비하는 방식은 전체적인 체액과 관련이 크다. 적혈구, 백혈구, 호산구, 호염기구, 대식세포가 혈액간세포라는 하나의 세포에서 분화되듯 코에서 분비되는 점액도 눈물, 콧물, 혈액, 침, 정액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샘에서 나온 뒤 갈라져서 분비된다. 인체 내부의 샘인 음기가 말라가면서 점액의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동의보감’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 몸의 기혈은 밤낮 쉬지 않고 위아래로 돌아간다. 이것은 강물이 동쪽에서 바다로 흐르면서 마르는 일이 없는 것과 같다. 모든 산과 큰 강은 구멍으로 물이 연결돼 있다. 물은 땅속으로 돌면서 서로 왔다갔다한다. 인체도 내부 기혈은 서로 연결돼 있다.”

시대가 질병을, 질병이 시대를



그렇다면 왜 음기는 줄어들고 점액은 사라졌을까. 음양은 태극기의 붉은 부분과 푸른 부분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하나가 크면 하나는 줄어든다. 음기가 줄어든 것은 곧 반대편인 양기가 과잉된 것이다. 양기는 고추, 마늘, 커피, 인삼, 양파 등 양적인 음식물을 많이 섭취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식품들이 양기의 과잉을 조장하는 측면도 크다. 또 잠을 적게 자도 음기가 줄어든다.

작은 차이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임상 경험이 지속되면서 낫는 사람과 낫지 않는 사람이 생기고, 각각의 원인을 규명함에 따라 코 내부의 차이가 점진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코가 건조하고 예민하다는 사람들이 구별되자 또 다른 질병이 무섭게 번져나갔다. 다름 아닌 아토피성 피부염이다. 그 원인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마찬가지로 면역의 과민성이다. 점액이 피부에서 분비되지 않아 피부의 장벽 기능이 사라졌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알레르기 반응의 1형으로 폭풍같이 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아토피는 빠르게 혹은 느리고 지속적으로 반응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누런 콧물이 사라지면서 알레르기가 크게 유행하게 됐다는 견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면역유전학을 전공해 면역학의 노벨상인 폰베링상을 수상한 다다 도미오의 의견도 비슷하다.

“왜 알레르기 환자가 늘었을까. 머리에 바로 떠오르는 것은 환경의 변화이다. 그 원인은 대기오염과 영양과다, 스트레스 증가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황산가스, 자동차 배기가스 등도 기도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것이 알레르기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어린이의 코와 목구멍의 감염증이 변화한 것이다. 내가 어릴 때는 아이들이 늘 누런 코를 흘리고 있었다. 그것을 소매 끝으로 자꾸 닦아서 소매 끝은 늘 반질반질해 있었다. 누런 코에는 녹농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세균이 있었고, 그것이 분포함으로써 면역계를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코는 음기로 다스려라
李相坤

1965년 경북 경주 출생

現 갑산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외관과학회 이사, 한의학 박사

前 대구한의대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저서 :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누런 콧물이 사라지고 알레르기성 비염이 유행하게 됐다는 것은 곧 음기가 부족해졌다는 뜻이므로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돼야 한다. 음기는 기름이 든 콧물인 점액으로 대표되는 물질이다. ‘누런 코는 왜 사라졌을까,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시대가 질병을 만들고 질병이 시대를 만든다는 질병과 사회의 역학관계를 잘 보여주는 테마다.

신동아 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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