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공무원의 공무상 재해와 일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보험제도는 적용대상자와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다를 뿐 기본원리도 같고 국가가 보험자로 되는 사업이라는 점도 같으므로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위법 의견 나오자 아예 제외
대법관 5명이 공무원과 회사원을 차별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지적한 것은 되레 회사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정부와 국회는 서둘러 법을 개정해 아예 회사원의 출·퇴근 중 교통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판례로 출·퇴근 중 교통사고의 일부에 대해선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경향이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새벽 출근이나 심야 퇴근 : 회사의 지시에 의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새벽이나 심야에 출·퇴근하는 경우 자가용 승용차 이외에는 대체이동수단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출·퇴근 방법과 경로를 사실상 사업주가 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법원은 판단한다. 따라서 이 시간대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조건이 따른다. 교통사고가 집에서 회사까지의 최단경로상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 용무로 다른 곳을 경유하다 사고가 난 경우는 제외된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근무지 : 서울 영등포에 사는 근로자가 경기도 가평에 있는 근무지로 아침 7시까지 출근하려 할 때 이 근로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자가용으로 이동하다가 사고가 나면 새벽 출근사고와 같은 논리에 의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도 한다.
●회사 차량 제공 : 회사 버스가 사측의 묵인 아래 근로자 출·퇴근 용도로 이용되다 사고가 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비록 회사가 업무용 버스를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권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고도 묵인해왔기 때문에 이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난 사고는 회사의 지배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출근 확인 뒤 작업장으로 이동 : 환경미화원 박모 씨는 출근 확인을 받고 작업을 위해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청소구역으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1·2심 법원은 자전거 사용권한이 박 씨에게 있고 출·퇴근 방법이나 경로도 박 씨의 선택에 맡겨져 있었다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씨가 출근확인을 받아 출근이 완료되었으므로 이후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은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 있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허술한 사회안전망
공무원은 일반 근로자가 낸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사람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세금을 내는 납세자를 차별하고 공무원만 우대하는 현재의 법 체제는 납세자의 관점에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악법일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이나 공무원연금보험이나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는 제도인 것은 마찬가지다. 대법원 소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일반 근로자와 공무원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한 것일 수 있다. 회사원의 출·퇴근 중 교통사고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