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교육대통령’으로 불리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없애고 일반고(사실상 혁신고)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이었다.
이에 발맞춰 진보언론은 혁신학교의 긍정성과 자사고의 폐단을 부각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진보교육의 아이콘인 혁신학교와 보수교육의 아이콘인 자사고를 선악 대결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특권학교는 과학고와 외국어고등학교, 그리고 민족사관고 같은 자립형사립고다. 비싼 등록금, 학생 선발 방법 등 모든 면에서 자사고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도 진보교육 진영에서는 자사고만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해가 안 가는 논리다.
혁신학교 800개 시대
또한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면서도 정작 중점 지원하는 대상은 그 일부인 혁신학교다.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다. 당분간 이들이 말하는 혁신학교는 말 그대로 ‘특혜 받은 시범학교’, 또 하나의 특권학교일 뿐이다.
혁신학교가 무너진 공교육을 살릴 좋은 대안이라면 빨리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진보교육 진영의 주장처럼 혁신학교가 최선의 대안일까. 자사고는 정말 공교육을 망친 주범일까.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사고와 혁신고의 교육성과를 일반고와 비교해보았다.
혁신학교는 2010년 서울, 경기 등 6개 지역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도입했다. 진보교육 진영은 혁신학교에 대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수업의 중심이 돼 토론하고 참여하는 창의적 수업을 통해 모든 구성원의 개별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학교”라고 설명한다. 또한 “교사는 더 좋은 교육을 위해 수업을 교사 간에 공유하고 연구하며, 학생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꿈과 끼를 학교에서 찾아간다”고 이야기한다.

혁신고와 자사고, 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강북 지역에서 서로 인접한 A고(혁신학교), B고(일반고), C고(자사고)의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A혁신고는 B일반고에 비해 특혜라 할 만큼 좋은 교육 여건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B일반고는 학급당 학생수가 35.2명이었다. 일반고 중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에 가까운 곳도 있었다. C자사고도 33.2명 수준인데, A혁신고는 27.1명이었다. 다른 혁신고들도 27명 수준으로 30명을 넘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B일반고 17.4명, C자사고 16.8명인 데 비해 A혁신고는 12.1명밖에 안 됐다. 다른 혁신고들도 14명 수준이었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을수록 수업의 질 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으면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더 신경을 쓸 수 있다. 학생이 ‘선생님이 내게 신경을 많이 쓰는구나’ 하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